1조원 투자 참여…양안 갈등 속 대만정부 제재 관측도
(상하이=연합뉴스) 차대운 특파원 = 애플 주요 제품을 생산하는 대만의 주문자 상표 부착 생산(OEM) 업체인 폭스콘(훙하이<鴻海>정밀공업)이 칭화유니(淸華紫光)에 1조원대 자금을 투자하면서 중국 반도체 산업의 핵심 기업 구하기에 동참했다.
중국과 대만 간 '양안 관계'가 역대 최악의 수준으로 전락한 상황에서 중국으로 반도체 등 첨단 기술이 유출되는 것을 막는 데 총력을 기울이는 대만 정부가 폭스콘에 벌금을 부과하는 등 제재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폭스콘은 지난 14일 공시에서 사모펀드 출자 방식으로 칭화유니에 53억8천만 위안(약 1조원)을 투자했다고 밝혔다.
이는 칭화유니 전체 인수 자금의 거의 10%에 달하는 규모다.
사모펀드인 베이징즈루(北京智路)자산관리와 베이징젠광(北京建廣)자산관리가 주축이 된 컨소시엄은 파산구조조정 절차에 들어간 칭화유니를 600억 위안(약 11조7천억원)에 인수해 새 주인이 됐다.
베이징즈루와 베이징젠광은 민간 사모펀드지만, 실제 인수자금을 댄 곳에는 중국의 여러 지방정부와 국유기업들이 대거 포함되어 있다.
이에 따라 시장에서는 실질적으로 중국 당국이 직접 자국 반도체 산업에서 매우 중요한 기업으로 '중국 반도체 항공모함'으로 불리는 칭화유니 살리기에 나선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대만 기업인 폭스콘의 칭화유니에 대한 대규모 투자는 이 같은 중국 당국의 전략 기업 살리기에 동참한 행위라는 점에서 대만 당국으로서는 매우 민감하게 느낄 수 있다.
로이터통신은 15일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대만 당국이 승인을 얻지 않고 칭화유니에 투자한 폭스콘에 2천500만 대만달러(약 11억원)의 벌금을 부과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홍콩 일간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지정학적 긴장에 따른 양안 관계 악화, 공급망 병목 현상, 중국의 대만 반도체 인력 빼가기 등의 문제로 (폭스콘의) 이번 투자가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친중 성향의 대만 거부 궈타이밍이 창업한 폭스콘은 중국 본토를 중요한 사업 기반으로 삼아 성장했다.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 나온 명문 칭화대에 속했던 칭화유니는 반도체 설계·제조사로 중국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업체인 SMIC(中芯國際·중신궈지)와 더불어 중국을 대표하는 반도체 업체다.
칭화유니그룹은 미국 마이크론 인수를 시도하는 등 중국 안팎에서 공격적인 투자에 나섰지만, 뚜렷한 성과를 내는 데 실패하면서 막대한 빚을 안게 돼 파산 위기에 몰렸고 결국 새 주인을 맞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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