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료 소모량 줄여 임무 기간 늘리려고 고난도 항법으로 변경
(서울=연합뉴스) 문다영 기자 = 우리나라 최초의 달 탐사선 '다누리'(KPLO, Korea Pathfinder Lunar Orbiter)는 나비 모양의 궤적을 그리면서 멀리 돌아서 달로 향한다.
다누리는 달로 곧장 가지 않고 태양 쪽의 먼 우주로 갔다가 나비 모양을 그리면서 다시 지구 쪽으로 돌아와 달과 비슷한 궤도에 진입한 후, 달에 접근해 달 주변을 돌 예정이다.
지구에서 달까지의 거리는 약 38만㎞인데, 다누리는 발사 후 목표 궤도 진입 전에 한때 최대 156만㎞까지도 멀어졌다가 달에 접근한다.
이런 궤적을 그리며 달 궤도에 진입하는 방식을 '탄도형 달 전이방식'(BLT·Ballistic Lunar Transfer)이라고 부른다. 과거 달 탐사선 중 1990년 일본의 '히텐'과 2011년 미국의 '그레일'이 이런 궤적을 그리며 달로 갔다.
태양을 향해 쏘아올려진 탐사선 다누리호는 로켓에서 분리될 때 받은 추진력과 그에 따른 운동량에 힘입어 태양과 지구의 중력이 평형을 이루는 라그랑주 L1 지점(지구와 150만㎞ 거리) 근처 까지 날아간다.
이 지점에서 태양과 지구의 중력을 활용해 지구 쪽으로 방향을 돌린 뒤, 지구의 중력에 이끌려 속도를 내며 다시 돌아온다.
지구에 가까이 와서는 지구 주변을 공전 중인 달을 만나 다섯 번의 감속 기동을 거쳐 달 상공 100㎞ 궤도로 들어간다.
BLT 궤도에서 탐사선은 천체의 중력을 이용해 추진력과 운동량을 얻기 때문에 연료 소모량을 최소화할 수 있어 임무 수행을 오래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자체 추진력을 활용할 때보다 제어가 어렵고 단 1도만 틀어져도 600㎞의 오차가 발생하므로 정밀하고 완벽한 항법 기술이 필요하다.
또 탐사선이 먼 우주로 가기 때문에 지구와 탐사선의 통신이 어려울 수도 있다. 통상적으로 거리가 2배로 되면 시간당 통신 용량은 4분의 1로 감소한다.
개발 초기에 항우연은 개념적으로 BLT보다 훨씬 간단한 '위상 전이' 방식으로 달탐사선을 운행하려는 구상을 갖고 있었다.
이는 약 한 달 동안 지구 주변을 긴 타원궤도로 여러 번 돈 다음에 달 궤도에 진입하는 방법이다.
탐사선이 궤도를 도는 동안 위성체의 주요 부품이 정상적으로 작동하는지 확인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가 있어 일본과 인도도 처음 달 탐사를 할 때 이런 방식을 채택했다.
하지만 항우연이 달탐사선을 설계하는 과정에서 달탐사선의 질량이 원래 목표했던 550㎏에서 678㎏으로 늘었고, 임무를 수행할 때 연료 소모가 더 많아져 탐사선의 수명이 짧아진다는 문제가 제기됐다.
이에 달탐사선 설계와 조립, 발사 등에 협력하던 미 항공우주국(NASA)이 우리 연구진에게 BLT 궤적을 제안했다.
우리 달탐사선에는 NASA가 유인 달탐사 프로젝트인 '아르테미스'를 수행하기 위해 개발한 탑재체인 '섀도캠'(ShadowCam)이 실리는데, 임무 수행 기간이 줄면 NASA 측이 목표했던 임무를 수행하기 어렵다는 우려도 있었다고 한다.
항우연은 이를 수용해 BLT 궤적을 설계했고 NASA의 검토도 받았다.
매우 정밀하고 정확한 항법을 요구하는 BLT 방식을 한국 항우연이 제대로 실행하도록 돕기 위해, NASA는 항행 운영에 협력하면서 다누리를 지속 추적할 수 있는 '심우주네트워크(DSN·Deep Space Network) 안테나'도 지원한다.
다누리는 국내에서는 경기도 여주에 설치된 심우주지상안테나, 국외에선 스페인 마드리드, LA 골드스톤의 심우주지상안테나와 교대로 통신한다. 비상시에는 NASA의 호주 캔버라 안테나를 백업으로 활용한다.
항우연은 달 궤도선 임무운영센터를 운영하며 심우주지상안테나와 NASA의 심우주네트워크를 연동해 다누리 명령전송과 상태정보 수신, 궤도 결정 등을 수행할 계획이다.
현재 정해진 임무수행기간(1년)이 끝날 시점인 2023년 12월께까지도 다누리 연료에 여유가 있으리라는 판단이 들면, 연구진들은 운영 기간을 연장할 계획이다.
임무를 마칠 때는 달 표면에 충돌시켜 충돌 직전까지의 영상을 확보하거나, 동결궤도(Frozen Orbit)로 전환해 일정한 고도를 유지하게끔 하는 방안 2가지가 거론되고 있다.
모든 최종 결정은 정해진 임무수행기간 종료 6개월 전인 2023년 7월에 이뤄진다.
zer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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