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경호 "10월 밥상물가 안정될 듯"…이창용 "3분기 말 정점 예상"
할당관세 등 정책효과·국제유가 하향 기대…기저효과도 있어
고환율 등 변수…"고물가·저성장, 유사 스태그플레이션 가능성"
(세종=연합뉴스) 박원희 기자 = 정부와 한국은행 등 관계 당국이 잇따라 올해 가을에 물가 상승세가 정점을 지날 것이라고 예상해 그 가능성에 관심이 쏠린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오는 10월에 밥상물가가 안정될 것이라고 언급했으며,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3분기 말이나 4분기 초가 물가 상승의 정점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환율 등이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고물가·저성장의 '스태그플레이션'(경제 불황 속 고물가) 기조가 나타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 정부·한은 "올해 가을 물가 상승세 정점"…유가 하향·기저효과 기대
17일 정부와 한국은행 등에 따르면 추 부총리는 지난 13일 '제45회 대한상의 제주포럼'에서 "10월 정도 가면 밥상물가, 장바구니 물가는 조금 안정시킬 수 있지 않을까 한다"고 말했다.
소고기, 닭고기 등에 대한 할당관세 조치로 먹거리 물가가 안정을 찾고 장마 이후 채소 작황이 좋아지면 물가 상승세가 서서히 둔화할 것이라는 예상이다.
최근 경기 침체 우려 등으로 국제유가가 하락세를 보이는 것도 10월 물가 정점론의 배경이 되고 있다.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서비스 오피넷에 따르면 7월 둘째 주(10∼14일) 수입 원유의 기준이 되는 두바이유의 평균 가격은 배럴당 99.4달러를 기록했다.
두바이유의 배럴당 평균 가격이 주간 기준으로 100달러 밑으로 내려간 건 지난 2월 넷째 주(21∼25일) 이후 4개월여만이다.
기저효과도 무시할 수 없는 요인이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전년 동월 대비 기준)은 지난해 9월까지만 해도 2%대에 머물렀으나 10월부터 3%대로 치솟았다.
올해 10월부터 지난해 같은 기간에 상대적으로 높았던 물가 상승률의 영향을 받게 되는 것이다.
정부는 이러한 요인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했을 때 4분기로 갈수록 물가 상승세가 안정될 것으로 내다보는 분위기다.
이창용 한은 총재도 지난 13일 금융통화위원회 직후 기자간담회에서 물가 상승의 정점을 묻는 말에 "올해 3분기 말에서 4분기 초로 본다"고 답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원자재 가격이 최근 2개월간 많이 떨어졌다"며 "7∼8월에 정점을 형성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 고환율로 수입물가↑…외식 등 물가 전방위 확산도 변수
물가 상승세의 정점을 지연시킬 변수는 남아 있다.
우선 고환율이다. 원화 가치가 하락하면 같은 수량을 사더라도 돈을 더 지급해야 하는 만큼 수입 물가를 끌어올려 소비자물가에 영향을 미친다.
이달 들어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은 종가 기준 평균 달러당 1,305.66원이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 4월에 1,235.09원, 5월에 1,268.38원, 6월에 1,280.83원을 기록하는 등 점점 높아지고 있다.
이러한 환율 수준이 한두 달 시차를 두고 수입 물가에 반영되면 최근 원자재 가격의 하락 효과를 상쇄시킬 수 있다.
물가 상승세가 서비스 등으로 전방위 확산하는 점도 변수다.
외식 등 개인서비스의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에 대한 기여도는 지난 4월 1.40%포인트, 5월 1.57%포인트, 6월 1.78%포인트를 기록해 점점 커지는 양상이다.
이들 품목은 한번 가격이 오르면 잘 떨어지지 않는다는 점에서 고물가를 고착시킬 수 있다.
전기·가스요금 등 공공요금의 인상이 예고된 점, 러시아와 서방 국가 간의 지정학적 갈등 등도 물가 상승세를 키울 수 있는 요인이다.
◇ 물가 상승 정점 지나도 고물가…유사 스태그플레이션 가능성
이에 물가 상승세가 정점을 지나더라도 당분간 과거보다는 높은 물가 상승률이 나타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된다.
이창용 총재도 "국제 유가가 최근 100달러 아래로 내려오긴 했지만, 천연가스 가격은 오히려 오르고 있어 (물가 하락세가) 완만할 것으로 보인다"며 "당분간 고물가가 유지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부는 지난달 발표한 경제정책방향을 통해 올해 물가 상승률을 4.7%, 내년은 3.0%로 예상했다. 한은은 5월에 내놓은 수정 경제전망에서 올해 4.5%, 내년은 2.9%로 각각 예상했다.
최근 물가 상승세가 가팔라 정부·한은의 예상을 웃돌 가능성이 크다.
전월 대비로 보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올해 들어 0.6∼0.7%를 기록하고 있다. 이 속도대로라면 올해 소비자물가는 작년보다 5.8∼6.0% 상승하게 된다.
7월부터 매달 전월 대비 상승률이 0%가 되어야 정부의 올해 예상치(4.7%)에 들어맞게 된다.
한은은 최근 금통위에서 올해 물가 상승률이 5월 전망치(4.5%)를 웃돌 것으로 예상한 바 있다.
추 부총리는 16일(현지시간)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 회의 참석차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물가가 6월 이후 6%대에 있고 9월, 10월까지는 불안한 양상이 이어질 것"이라며 "연말 물가 수치 전망(연간 4.7%)에 일부 변동 가능성이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저희가 볼 때는 6%를 훨씬 상회해 7%, 8% 물가가 상당 기간 고정화되는 현상은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런 가운데 경기침체에 대한 우려는 커지고 있다.
미국은 강도 높은 통화긴축 등의 영향으로 두 개 분기 연속 실질 국내총생산(GDP)이 역성장하는 '기술적인 침체'에 빠질 가능성이 커진 상태다.
우리나라도 최근 노무라증권이 3분기부터 한국 경제가 3개 분기 연속 역성장할 것으로 예상하는 등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가 나온다.
고물가가 지속되는 가운데 저성장이 나타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과거 오일쇼크 당시 미국처럼, 물가 상승률이 10%가 넘고 성장률은 마이너스를 기록하는 정도까지는 아니더라도 저성장·고물가의 유사 스태그플레이션 기조가 이어진다는 것이다.
조영무 LG경영연구원 연구위원은 "물가 상승 정점이 가을 전에 확인되더라도 그 수준은 크게 안 떨어지는 가운데 미국의 경기후퇴는 조만간 가시화될 것 같다"며 "스태그플레이션에 해당하는 상황이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encounter24@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