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전쟁 이견에 공동성명 채택 결국 무산
인니 재무장관 "식량 불안 해결 등 대다수 문제에 합의"
(자카르타=연합뉴스) 박의래 특파원 =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이틀간 열린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회의가 우크라이나 전쟁을 둘러싼 이견으로 결국 공동성명 없이 마무리됐다.
다만 식량 안보문제 해결을 위한 협력 확대와 개방적인 농업 교역 촉진 및 수출 제한 자제 등 주요 현안에 대해서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16일(현지시간) 로이터·AP통신 등에 따르면 20개국 대표들은 이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 이후 금융 안정 방안과 기후변화 관련 지속 가능 금융, 인프라 투자, 디지털 자산 관련 각종 조세 등 주요 현안에 대해 논의했다.
하지만 20개국 대표들은 우크라이나 전쟁 관련 이견을 보이면서 합의 내용을 담은 공동 성명을 채택하지 못하고 대신 의장국 인도네시아의 스리 물랴니 인드라와티 재무장관이 전반적인 회의 내용을 요약한 의장 성명만 내놨다.
스리 물랴니 장관은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이견을 조율하지 못했지만 식량 불안을 해결하기 위한 노력을 포함해 대부분의 문제에 합의했다며 "협력과 다자주의 정신을 유지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재닛 옐런 미국 재무부 장관도 기자들과 만나 "공동 성명서는 없지만 많은 문제에 대해 G20 회원국들 사이에서 강한 공감대를 보였다"며 "식량 안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협력을 강화하고, 개방적인 농업 무역을 촉진하며, 수출 제한을 피하기로 합의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G20 회의에서는 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인한 식량 위기와 에너지 가격 급등, 기후 변화 등이 집중 논의됐다.
이 자리에서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는 물가 상승이 지속되면 '유난히 불확실한' 세계 경제 전망이 악화할 수 있다며 인플레이션에 대처하기 위해 긴급 조치를 취하라고 경고했다.
그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쟁 격화로 생필품과 에너지 가격에 대한 압박이 커졌고, 글로벌 금융 여건이 예상보다 악화하고 있다며 동시에 팬데믹과 관련된 혼란과 공급망 불안이 경제 활동에 계속 부담을 준다고 진단했다.
이와 관련해 주요 서방 국가들은 러시아에서 문제가 비롯했다며 비판의 강도를 높였다.
전날 회의에서 옐런 미국 재무부 장관이 현재 세계가 직면한 경제위기의 책임은 전적으로 러시아의 잔인하고 불공정한 전쟁 때문이라며 강하게 성토했다.
크리스티아 프리랜드 캐나다 재무장관도 러시아 대표단을 향해 "전쟁 범죄를 저지르는 것은 장군들뿐 아니라 전쟁이 일어나고 지속되게 하는 경제 관료들도 마찬가지"라며 우크라이나 침공을 지원한 만큼 전쟁 범죄의 책임이 있다고 비난했다.
이번 회의에 초대된 제르히 마르첸코 우크라이나 재무장관은 러시아에 대해 "더 가혹한 제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중국과 인도, 남아프리카 공화국 등 다른 G20 대표들은 러시아의 비난에 동참하지 않았다.
또 지난 4월의 재무장관 회의나 지난 8일 외교장관 회의때처럼 각종 '보이콧' 사태는 벌어지지 않았다.
지난 4월 미국 워싱턴에서 열렸던 G20 회의 때는 러시아 측이 발언을 시작하자 옐런 장관을 비롯한 서방 참석자들이 회의장 밖으로 퇴장하며 러시아를 거부했고, 지난 8일 열린 외교장관 회의때는 러시아에 대한 서방의 비난이 이어지자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교장관이 회의 도중 퇴장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번 회의에 화상으로 참석한 안톤 실루아노프 러시아 재무장관과 회의장에 직접 자리한 티무르 막시모프 재무부 차관은 서방의 러시아 비난 때도 특별한 반응을 보이지 않았고, 막시모프 차관의 발언 때도 다른 참석자들이 별다른 반응을 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laecorp@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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