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허출원 세계 4위' 위상 확인…이인실 청장 "특허 선진국으로서 내실 강화"
(제네바=연합뉴스) 안희 특파원 = 특허청이 프랑스와 사우디 등 해외 특허기관들과 지식재산권 분야에서 협력을 강화하며 '전 세계 특허 빅 5'로서의 위상을 공고하게 다지고 있다.
이인실 특허청장은 16일(현지시간) 스위스 제네바 인터콘티넨탈호텔에서 연합뉴스와 만나 세계지식재산기구(WIPO) 제63차 총회 개최 기간에 회원국 특허청장들과 양자회담을 열어 다양한 성과를 거뒀다고 밝혔다.
이 청장은 지난 13∼15일 제네바에서 열린 WIPO 총회에 참석해 대표연설을 하는 한편 11개국 특허청장과 연쇄 회동을 통해 5건의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영국과 캐나다, 몽골, 칠레 특허청과는 지재권 보호와 전문 인력 양성, 상호 데이터 교환, 특허 및 상표 심사 등 분야에서 포괄적으로 협력하기로 했다.
프랑스와는 '특허심사하이웨이'(PPH) 협약을 맺었다. 우리나라와 프랑스에서 특허를 출원한 사람은 상대방 국가에서도 신속하게 특허권을 획득할 수 있도록 신속한 심사 체계를 제공하는 내용이다.
사우디아라비아 지식재산청과는 매우 긴밀한 협력 방안이 도출됐다. 사우디가 자국에 지식재산 생태계를 구축하는 사업 곳곳에서 한국과 협력하겠다는 것이다.
사우디가 특허전문가 11명을 2년간 파견해 달라고 요청함에 따라 이미 파견 중인 특허심사관 4명에 더해 3명을 추가로 보낼 예정이다.
이 청장은 이 같은 협력 사업에 대해 "당연히 사우디는 우리에게 일정한 비용을 주고 한국의 지식재산 심사 시스템을 채택하는 것이므로 일종의 수출 성과로도 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
특히 "비용과 별도로 중동에 진출하는 우리 기업들에 친화적인 지식재산 환경이 조성되는 점을 고려하면 단순한 수출액 이상의 큰 가치를 지닌다"고 설명했다.
특허청은 사우디와의 협력을 계기로 카타르, 바레인 등과도 한국형 지식재산 시스템을 수출하기 위한 협력 사업을 확대할 방침이다.
해외 여러 나라가 한국 특허청에 협력 제의를 해 오는 사례가 끊이지 않는다. 우리나라는 이미 특허 분야에선 세계 5대 강국에 속한다.
특허 경쟁력의 기준으로 삼는 국제특허출원 건수는 중국과 미국, 일본, 우리나라와 유럽연합(EU) 순이다.
출원 건수로만 따지지 않아도, 지난해 WIPO와 유럽 경영대학원 등이 주관한 세계 132개국 혁신역량 평가에서도 우리나라는 세계 5위로 매겨졌다. 세계 5대 특허청(IP5)이 업계와 회의를 열면 한국 특허청장은 부동의 멤버로 참가하고 있다.
지난해 한국은 WIPO에 신탁기금으로 172만 스위스프랑(23억3천여만원)을 내 578만 스위스프랑(78억3천여만원)을 낸 일본에 이어 납부액이 두번째로 많았다.
신탁기금은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간 지식재산 격차 해소 등에 쓰이는 만큼 우리나라가 높은 위상을 바탕으로 지식재산 분야 국제공헌에도 큰 몫을 하는 셈이다.
이런 기여도에 맞게 WIPO에 더 많은 한국 인력이 나가 목소리를 내게 하겠다고 이 청장은 강조했다.
그는 "현재 우리나라에서 과장급 이상 인력이 10명 정도 WIPO에 나가 있는데 인원을 늘려보겠다"면서 "이번 총회 참석 기간에 다렌 탕 WIPO 사무총장과 만나 한국 전문가들을 더 많이 보내고자 한다는 뜻을 전달했다"고 말했다.
이 청장은 이번 WIPO 총회에서 대표연설을 맡아 특허 심사 및 지식재산 사업에 첨단 디지털 기술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사례를 소개하기도 했다.
그는 "어떤 나라에서 무슨 특허가 출원됐는지를 알면 산업 흐름을 읽을 수 있으며 이 같은 특허 빅데이터를 우리는 전 세계 국가 가운데 가장 선도적으로 활용하고 있다"며 "검색·분류·번역 등 업무는 인공지능(AI)에 맡기기도 한다"고 소개했다.
이 청장은 향후 특허청의 사업 계획에 대해서는 "본업인 특허 심사의 내실화를 최우선으로 삼고 있다"며 "전 세계의 특허 심사 흐름을 잘 읽고 선진국으로서 중심을 잡아갈 수 있도록 심사관들이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게 주안점"이라고 말했다.
prayerah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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