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원유 제재 앞두고 오히려 바빠진 유럽 유조선

입력 2022-07-18 15:28  

러 원유 제재 앞두고 오히려 바빠진 유럽 유조선
러시아산 저가 원유 물량 확보하려 유조선 운항 활발
그리스 유조선, 중국·인도로 러시아 원유 운반 앞장


(서울=연합뉴스) 신유리 기자 = 유럽 유조선이 러시아산 원유에 대한 서방의 제재를 앞두고 오히려 분주해졌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12월 5일 유럽연합(EU)의 제재가 발효되기 전에 미리 물량을 확보하려는 '고객'이 늘면서다.
유럽에서도 가장 발빠르게 움직이는 곳은 전세계 유조선의 3분의1을 소유한 그리스 선사로, 5∼6월 러시아 원유의 절반 정도를 실어날랐다.
해운 정보를 분석하는 '로이즈 리스트 인텔리전스'에 따르면 러시아의 흑해, 발트해 항구에서 5∼6월 그리스 유조선 출항은 151건에 달해 지난해 같은 기간의 89건보다 치솟았다.
그리스 유조선은 특히 시베리아까지도 항로를 연장했다고 WSJ은 전했다.
이 구역은 중국, 러시아 유조선이 주로 다니던 곳으로 12일에도 그리스 선사가 운영하는 유조선이 시베리아 코즈미노에서 원유를 싣고 중국 라이저우에 도착했다.
유럽 선사 소속 유조선의 이런 바쁜 운항은 수치로도 드러난다.
실제로 서방이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응해 러시아 원유에 대한 금수를 선언하면서 아시아로 가는 물량의 크게 늘었다.
중국은 2월 러시아 원유 유입이 하루 67만 배럴에서 6월 113만 배럴로 배 가까이 늘었다. 인도도 1∼2월까지만 해도 사실상 전혀 없던 러시아 원유 유입이 6월 거의 하루 100만 배럴로 뛰었다.
에너지 분석 회사 보텍사 관계자는 "이런 흐름으로 봐서는 미국이나 EU의 구매자 없이도 러시아가 원유 전량을 수출한다는 게 가능해 보인다"고 말했다.
갈수록 유조선 몸값도 치솟는 추세다.
1월 중형 유조선의 하루 운송료가 1만 달러(1천300만원)였으나 최근 4만 달러(5천200만원) 정도가 됐다.
유럽 유조선은 EU 제재가 발효되면 당장은 기존 물량의 3분의 1 정도가 끊기겠지만 장기적으로는 국제적으로 원유 수요가 증가하면서 운송이 재개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그리스 선사 관계자는 "아무도 제재 발효에 따른 유조선 시장 영향을 예측할 수 없을 것"이라면서도 "하지만 원유 수요가 여전히 높다는 점에서 결국 긍정적 결과가 나올 수 있고, (유럽이 수입할) 원유를 실으러 미국이나 중동 같은 곳으로 갈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특히 이같은 장거리 운송으로 유조선을 운용하는 유럽 선사는 제재의 반사이익을 볼 것으로 이 관계자는 기대했다.
서방 제재에서 한발 비켜난 중국은 EU 제재가 발효되면 러시아산 원유를 실어올 유럽 유조선을 물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중국 유조선 운영사가 유럽 선사와 8척을 계약했다고 WSJ는 전했다.
이처럼 러시아발 원유 흐름이 활발한 배경으로는 '헐값 판매'가 지목된다.
러시아는 고객에 따라 원유 가격을 대대적으로 할인하는데 이는 중동, 미국, 아프리카산 원유보다 배럴당 최대 40달러 싼값이라고 원유 거래 업체는 분석했다.
이에 따라 정유 업체는 싼값에 원유를 사다 비싸게 되팔면서 이익을 얻을 수 있고, 특히 중국에 있는 정유 업체가 이런 방식에 눈독을 들인다고 한다.
그리스 유조선의 움직임에 미국이 제동을 걸고 나서긴 했다.
지난달 미국은 그리스 선사 TMS탱커의 유조선을 상대로 뉴올리언스 항구 하역을 막았다가 세관 조사를 거친 뒤에 풀어줬다.
이 유조선은 러시아 항구를 출발한 것이기는 했지만 카자흐스탄에서 선적한 것으로 확인됐다.
그리스 유조선은 특히 러시아 항구가 붐비는 상황에 대비해 바다 위에서 유조선끼리 원유를 옮기는 환적도 시도 중이다.
그리스 남부 해상에서는 최근 몇달 동안 이런 환적이 수십건 이뤄진 것으로 집계됐다고 WSJ은 전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도 이달 초 러시아산 원유를 실어 나르는 그리스 유조선에 불만을 나타내기도 했다.
newglass@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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