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사태에 '세계1위' 韓조선 위상 타격…납기준수 못할수도

입력 2022-07-18 18:48  

대우조선사태에 '세계1위' 韓조선 위상 타격…납기준수 못할수도
세계 최대 규모 제1도크 점거에 선박 인도계획 줄줄이 밀릴 듯
100% 준수율 깨지면서 신뢰 훼손…"산업 경쟁력 위해 빠른 해결 필요"

(서울=연합뉴스) 김보경 기자 = 대우조선해양[042660] 하청업체 노동조합의 파업이 50일 가까이 이어지면서 '세계 1위' 한국 조선업의 위상도 흔들릴 위기에 처했다.
한국 조선업이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과 100%에 가까운 납기 준수율로 선주들과 쌓아온 신뢰가 이번 대우조선해양 사태로 무너질 수도 있는 상황에 놓였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조선업계에서는 기간산업 경쟁력 유지 차원에서라도 대우조선해양 파업 사태의 조속한 해결이 필요하다는 주문이 나오고 있다.



18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2일 시작된 대우조선해양 하청노조의 파업은 이날로 47일째를 맞았다.
하청노조는 경남 거제 옥포조선소의 5개 도크(배가 만들어지는 공간) 중 가장 큰 제1도크를 점거한 채 건조 작업을 막고 있다.
조선소의 상징이기도 한 도크가 점거된 것은 세계 조선업 역사에서도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이례적인 일이다. 특히 점거된 옥포조선소 제1도크는 한 번에 초대형 선박 4척을 건조할 수 있는 세계 최대 면적의 도크다.
하청노조의 점거로 국내 '빅3'이자 세계 4위 조선업체인 대우조선해양은 제1도크에서의 진수 등 모든 공정이 중단된 상태다.



문제는 해당 도크의 건조작업 중단으로 납기일이 밀리면서 선주사와 약속한 인도 기간을 맞출 수 없게 됐다는 점이다.
현재 제1도크에서 건조되고 있는 초대형 원유운반선(VLCC) 3척 중 1척은 올해 4분기까지가 인도 기한이지만 이번 사태로 해당 기간 내 납기가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대우조선해양을 비롯한 한국 조선업체들의 납기 준수율이 100%에 가까운 것을 고려하면 신뢰성 타격이 불가피하다.
제1도크 건조 물량의 납기 지연은 향후 해당 도크에서의 건조가 예약된 선박들은 물론 다른 도크의 선박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조선업은 블록(선박 기초가 되는 철구조물) 등 기자재들의 부피가 커 바로 건조에 투입되지 않으면 쌓아놓을 공간이 없어 제작이 불가피하게 중단된다. 이 때문에 제1도크에 기자재가 반입되지 않을 경우 다른 도크에 들어갈 기자재 제작도 중단될 수밖에 없다.
다른 도크의 건조 작업에도 연쇄적으로 영향을 미치면서 대우조선해양은 파업 시작 이후 현재까지 총 6천억원(매출 감소분 5천억원·인건비 등 고정비 1천억원)에 달하는 손해를 본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법원의 퇴거 명령에도 파업이 이어지면서 이르면 다음 주 중 손해액이 1조원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이에 더해 대우조선해양은 선박의 납기 지연에 따른 배상금 130억원도 매달 부담해야 한다.
대우조선해양은 조선업 불황과 후판가격 상승 등의 여파로 지난해 1조7천547억원에 달하는 영업손실을 기록한 바 있다.
한편 건조 작업이 중단되면서 대우조선해양 원청 노조(대우조선지회)의 야간 근로자 570명도 18∼19일 부분휴업에 돌입했다.
또 진형과 동광기업, 영일산업 등 거제에 기반을 둔 대우조선해양 협력업체 7곳도 폐업했거나 도산을 앞두고 있다.



조선업계에서는 산업 경쟁력을 위해서라도 빠른 해결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이번 파업이 단순히 대우조선해양에 대한 피해를 넘어 한국 조선업 전체의 신뢰성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조선업은 선박을 계약한 선주사가 발주 후 물건 등을 실을 화주와 곧바로 계약을 맺기 때문에 선박 인도가 늦어지면 화주와 맺은 운송 계약에도 차질이 빚어질 수밖에 없다.
이로 인해 선주사 입장에선 납기일 준수가 가장 중요하다고 업계 관계자들은 전했다. 한국 조선업이 가장 많은 발주를 따내며 세계 1위 자리를 수성할 수 있었던 것도 최대 경쟁국인 중국과 달리 납기 준수율이 뛰어났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김용환 서울대 조선해양공학과 교수는 "1980년대 말 노사 분규로 한국 조선업이 힘든 시기를 겪었다"며 "그 정도까지는 아니더라도 이번 사태로 선주들과의 사이에서 대외적으로 많은 동력을 잃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김 교수는 "현재 조선업의 생산 인력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에서 이번 파업으로 중요한 부분이 훼손되기 때문에 생산 차질도 클 것"이라며 "우려가 큰 만큼 빠른 해결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vivid@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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