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단체 정보공개 소송으로 드러나…사생활 침해·시민감시 우려
(서울=연합뉴스) 김동현 기자 = 미국 이민 당국이 전임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때 스마트폰 등 휴대용 기기에서 수집한 다량의 위치 추적 정보를 이민자 추적에 활용했다고 정치매체 폴리티코가 1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폴리티코가 미국시민자유연맹(ACLU)이 정보공개 소송을 통해 국토안보부(DHS), 세관국경보호국(CBP), 이민세관단속국(ICE)에서 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 CBP가 위치정보 중개업체 벤텔(Venntel)이 2017∼2019년 북미 지역에서 수집한 위치정보 33만6천건을 구매한 것으로 나타났다.
폴리티코는 정부 기관이 위치정보를 지나치게 광범위하게 활용하면 사생활을 침해하고 과도한 감시로 이어질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2018년 연방대법원은 정부가 통신업체에서 개인의 위치 정보를 확보하려면 영장이 필요하다고 판결한 바 있다.
그러나 CBP는 2018년에는 단 사흘 동안 미국 남서부의 한 지역에서만 휴대전화 위치정보 11만3천건을 영장 없이 확보한 사례도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연방정부 차원에서 개인정보 유통을 규제하는 법이 없기에 지난 수십 년간 정보 중개업체가 수백만명의 정보를 아무런 제지 없이 누구에게나 팔 수 있었다고 폴리티코는 지적했다.
이민 당국은 주로 버지니아주에 있는 벤텔에서 위치정보를 구매하면서 이민 단속, 인신매매 및 마약 수사에 활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폴리티코는 정부 기관의 위치정보 활용이 자료를 통해 드러난 것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추정했다.
벤텔은 2017년 2월 ICE에 보낸 이메일에서 2억5천만개가 넘는 휴대용 기기에서 하루 150억건의 위치정보를 수집하고 있다고 홍보했다.
벤텔은 CBP에 제공한 다른 홍보자료에서는 앱 사용자가 위치정보 제공에 동의했고 벤텔은 어떤 개인정보도 수집하지 않았다고 주장했지만, 위치정보에서 신원 정보를 충분히 도출할 수 있다고 폴리티코는 지적했다.
정부 기관도 위치정보 활용이 사생활 보호 측면 등에서 문제를 일으킬 소지를 충분히 인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위치정보 업체는 각 휴대용 기기의 활동을 추적하기 위해 식별번호를 부여하는데, CBP는 내부 설명자료에서 직원들에게 각자 휴대기기에 부여된 식별번호를 초기화하는 방법을 안내했다.
범죄단체가 위치정보를 역으로 활용해 CBP 직원을 감시하거나 공격할 가능성을 우려한 것이다.
2019년 6월에는 DHS의 개인정보보호 담당이 개인정보 침해와 법적 우려를 이유로 벤텔의 위치정보와 관련된 모든 프로젝트를 중단하라고 지시하기도 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DHS는 이후 법적 검토를 거치고도 다시 벤텔사 정보를 이용하고 있다.
개인정보 우려에도 더 많은 정부 기관이 위치정보를 활용할 태세다.
법무부가 이 방식에 관심을 보이고 있고 신시내티시의 경찰서는 마약성 진통제인 오피오이드 사건 해결에 위치정보를 활용하려고 했다고 폴리티코는 전했다.
ICE도 벤텔사와 계약을 2023년 6월까지로 연장했다.
미국에서 위치정보는 정보를 수집하는 수백개의 애플리케이션, 그 정보를 거래하는 중개업자, 광고와 수사 등 목적으로 이를 구매하는 기업·기관 등이 참여하는 120억달러(약 15조8천억원) 규모의 거대 산업으로 알려져 있다.
blueke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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