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르포] 군정 외환 정책에 한인 기업들도 '시름'

입력 2022-07-20 07:07  

[미얀마르포] 군정 외환 정책에 한인 기업들도 '시름'
달러 보유·송금 막히고 부품 부족…암시장 환율은 급등



(양곤[미얀마]=연합뉴스) 이정호 통신원 = 극심한 외화난을 겪고 있는 미얀마 군사 정권이 달러 확보를 위한 대책을 연이어 내놓으면서 현지 기업들이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외화를 가진 기업과 개인을 옥죄는 정책에 미얀마에서 사업을 하는 한인들도 힘든 상황에 부닥쳐있다.
현재 미얀마 시중 은행 등에서는 달러를 구할 수 없고, 암시장에서는 고시 환율보다 훨씬 높은 환율이 적용된다.
미얀마 최대 상업도시인 양곤에서 유통업을 하는 한인 P씨는 19일 "어제 달러가 필요했는데 은행에서는 환전 업무를 중단해서 암시장을 찾았다"며 "중앙은행의 고정 환율은 달러당 1천850짯(약 1천307원)인데, 달러당 2천350짯(약 1천664원)을 달라고 해 깜짝 놀랐다"고 했다.
미얀마 군정은 만성적인 달러화 부족을 해결하기 위한 대책의 일환으로 지난 4월에 이른바 4·3 외환 조치를 전격 단행했다.
달러의 유통을 전면 금지하고 소지한 달러는 하루 이내에 현지 통화인 짯화로 환전하도록 했다. 은행에 예금된 모든 달러는 중앙은행 고시 환율을 적용해서 짯으로 환전하고, 달러 송금은 외환관리위원회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최근에는 외국 자본 비율이 35% 이하인 외국투자기업에도 이 조치를 적용했다.



미얀마 중앙은행은 최근 외화 유출을 막기 위해 자국 내 기업과 주민들에게 해외 대출 상환을 중단하라고도 지시했다.
한국 본사에서 투자한 봉제공장을 운영하는 한인 G씨는 "본사 투자금에 대한 이익금과 대출금에 대한 이자 등을 송금해야 하는데 송금 자체를 막고 있어서 해결책을 찾지 못하고 있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군정은 달러 유출을 막기 위해 수입도 통제하고 있다. 필수품 위주로 수입을 최소화하다 보니 주요 부품 조달에도 문제가 생기고 있다.
한국 자동차를 조립해서 판매하는 회사를 운영하는 한인 B씨는 "쿠데타가 일어나고 바로 자동차 부품 수입 라이선스를 막아버려서 2월에 수입된 컨테이너 60여 개도 아직 보세구역에 묶여있다"고 말했다.
그는 "부품이 없어서 공장에서 차량을 조립하지 못하니 공장이나 영업소 모든 직원이 놀고 있다"며 "특단의 조치가 취해지지 않으면 이 상태로 얼마나 더 버틸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탄식했다.
양곤에서 민간경제연구소를 운영하는 K소장은 "미얀마는 만성적인 외환 부족국가인데 쿠데타 이후로 국제사회의 경제제재에 따른 수익 감소와 외환보유고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외국인 직접 투자가 현저하게 줄어 외환 사정이 더욱 어려워졌다"고 설명했다.
2021340@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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