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서 비밀투표로 결정…여권은 위크레메싱게 대통령 대행 지지
(자카르타=연합뉴스) 박의래 특파원 = 국가 부도 사태 와중에 대통령이 사임하는 내홍을 겪은 스리랑카가 20일 차기 대통령을 선출한다.
스리랑카 국회는 19일(현지시간) 대통령 권한 대행인 라닐 위크레메싱게 총리와 덜라스 알라하페루마 전 교육부 장관, 좌파 지도자 아누라 디사나야케 등 3명이 차기 대통령 후보로 나선다고 발표했다
국회는 20일 오전 10시 비밀 투표를 통해 새 대통령을 선출할 예정이다.
차기 대통령의 임기는 고타바야 라자팍사 전 대통령의 잔여 임기인 오는 2024년까지다.
현재 여권은 위크레메싱게 총리를, 야권은 알라하페루마 전 교육장관을 각각 지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관심은 위크레메싱게 총리가 대통령으로 선출될지 여부다.
반정부 시위대는 고타바야 전 대통령이 임명한 위크레메싱게 총리의 퇴진을 요구하고 있어서다.
반정부 시위대는 지난 9일 대규모 시위를 벌이고 대통령 집무실과 관저를 점거하면서 총리 관저를 불태우기도 했다. 또 지난 13일에는 위크레메싱게 총리가 대통령 권한 대행이 되자 총리 집무실을 점거하면서 퇴진을 요구하기도 했다.
이를 의식한 위크레메싱게 총리도 전날 CNN과의 인터뷰에서 "나는 전 정부 사람이 아니다"며 전 정권과 선을 긋고는 "고자팍사 대통령은 스리랑카가 파산해 국제통화기금(IMF)으로 가야 한다는 사실을 숨겼다"고 비난했다.
그는 "나는 사람들이 고통받는 것을 알고 있다고 말하고 싶다"며 "우리는 이제 신발 끈을 단단히 매야 할 때다. 5년이나 10년은 필요하지 않고 내년 말까지 상황을 안정시키고 2024년부터는 성장을 시작할 수 있는 경제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를 반대하며 대규모 시위를 벌인 데 대해서는 "그들이 겪고 있는 일을 이해할 수 있다"며 "우리는 (경찰과 군이) 무기를 사용하는 것을 막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경찰과 군은 시위대에 공격을 당했지만, 최대한 무기를 사용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달라고 당부했다"고 설명했다.
국가 부도 사태를 맞은 스리랑카는 현재 휘발유와 가스 등 필수 품목의 수입이 사실상 끊긴 상태다.
이 때문에 반정부 시위대는 지난 9일 대규모 반정부 시위를 일으켰고, 고타바야 전 대통령은 사임 의사를 밝힌 뒤 해외로 도피, 싱가포르에서 사임계를 제출했다.
반면 위크레메싱게 총리는 처음에는 사임 의사를 밝혔지만 고타바야 전 대통령이 해외로 떠나면서 자신을 권한 대행으로 지명하자 이를 수락했다.
또 대규모 반정부 시위가 벌어지자 "나라에는 법과 질서가 있어야 한다"며 대통령 권한으로 전국에 국가 비상사태를 발동하는 등 차기 대통령직에 대한 도전 의지를 드러낸 상태다.
현재 시위대는 국회가 새로운 대통령 선출에 들어갔다는 소식에 대통령 집무실 등의 점거를 푼 상태지만, 위크레메싱게 총리가 대통령에 선출되면 정국은 다시 혼란에 빠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laecorp@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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