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당일치기 여행객 입국 115만명…달러 들고 와 쇼핑 즐겨
페소화 약세 속 달러화 '비공식 시세'는 더 폭등…2배 이상 차이
(부에노스아이레스=연합뉴스) 김선정 통신원 = 아르헨티나 페소화 하락이 이어지면서 인접 국가에서 아르헨티나로 당일치기 쇼핑을 오는 이들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아르헨티나 관광부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입국한 당일치기 여행객(excursionista)은 115만2천935명에 달한다고 현지 잡지 노티시아스가 지난 1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최근 일주일 사이에만 10만 명가량이 입국해 2019년 같은 기간보다 140% 급증했다.
하룻밤도 머물지 않고 당일 떠나는 이들이다보니 국적은 대부분 아르헨티나와 국경을 맞댄 이웃 국가들이다.
정부 통계에 따르면 상반기 당일치기 여행객 중 절반가량인 54만8천 명이 브라질인이었고, 파라과이, 우루과이, 볼리비아, 칠레 순으로 뒤를 이었다.
아르헨티나가 인접국 사람들의 쇼핑 장소가 된 것은 이미 몇 년 전부터다.
경제 위기가 이어지면서 아르헨티나의 페소화 가치는 다른 신흥국 통화보다도 더 가파르게 하락했다.
달러 대비 페소 환율은 5년 전 17페소대에서 최근 128페소 수준으로 7배 넘게 급등했다.
달러화의 '비공식 가격'은 더 올랐다.
지난 100년간 총 9번의 채무 불이행(디폴트)을 겪은 아르헨티나는 외환 위기 등이 닥쳤을 때 외화 유출을 막기 위해 정부가 외환 거래를 통제해왔다.
직전 중도우파 마우리시오 마크리 정부도 국제통화기금(IMF)에 구제금융을 신청한 후 정권 말기인 2019년 10월부터 1인당 달러 구매를 월 200달러로 제한했다.
페소화 가치 하락에 달러 수요는 계속 늘고 한도 이상으로 달러를 원하는 이들은 암시장을 찾았다.
암시장 달러 시세는 공식 환율보다 악재에 더 민감하다.
최근 전 세계적인 달러 강세 속에 이달 초 아르헨티나 경제장관의 사임으로 불확실성이 더욱 커지면서 암시장의 달러화 시세가 폭등했다.
실제로 18일 수도 부에노스아이레스의 환전소 전광판엔 1달러당 135페소라는 시세가 적혀 있었지만, 바로 옆 상점 점원에게 달러 시세를 묻자 2배도 넘는 291페소라는 답이 돌아왔다.
아르헨티나 매체 인포바에 웹사이트 상단엔 공식 달러 외에 '자유 달러'라는 이름으로 달러화 비공식 시세도 버젓이 표기돼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인접국 사람들이 달러를 들고 입국해 암시장에서 환전한 후 현찰로 쇼핑을 하면 여행 경비를 뽑고도 남는 상황이다.
이러한 당일치기 쇼핑 관광객은 육로 국경을 통해 들어와 생필품을 저렴한 가격에 대량 구매하는 서민 '보따리상'들과 대도시 백화점에서 여유 있게 쇼핑하는 중산층들로 나뉜다고 현지 언론은 전했다.
쇼핑객들은 모두 "가격이 너무 싸서 거저라는 생각이 든다"고 이구동성으로 말한다.
실제로 비공식 달러 환율로 계산하면 프리미엄급 립아이 1㎏이 7천400원 수준이다.
노티시아스는 "쇼핑 관광객들에겐 아르헨티나의 모든 것이 세일 중"이라고 표현했다.
아르헨티나 국민은 연 64%에 달하는 물가 상승률로 신음하고 있지만, 달러를 들고 온 쇼핑 관광객들에게 아르헨티나는 한없이 매력적이고 저렴한 쇼핑 장소인 셈이다.
sunniek8@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