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 임원 19%뿐…"동료와 농담하며 하루"
정직원 전환도 어려워져…"원격수업 겪은 20대, 외려 출근 선호"
(서울=연합뉴스) 이재림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미국 기업들이 재택근무를 폭넓게 도입하고 있지만, 인턴사원은 빈 사무실에 출근해 때론 '낙동강 오리알' 신세라고 미 일간지 뉴욕타임스(NYT)가 1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공개채용 또는 수시채용으로 처음부터 유급 신입 또는 경력사원을 모집하는 한국과 달리 미국은 유·무급 인턴십 제도를 폭넓게 활용하고 있다.
현지 구직사이트 '지피아'에 따르면 미국에서는 대학생을 중심으로 매년 약 30만 명이 인턴으로 일하고 있다. 이중 약 40%는 업무 경험을 쌓는다는 이유로 급여를 받지 않고 있다.
무급이어도 기꺼이 인턴을 지원하는 것은 임원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며 정직원 제안을 받길 원하기 때문이지만, 올여름에는 이를 활용하기 어려운 환경이다.
재택근무를 택한 기업이 많아 인턴사원이 '보스'를 대면할 기회를 많이 얻지 못했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 4월 미국 조사기관 '퓨처포럼'에 따르면 평직원 중 35%가 주 5일 근무를 유지하는 반면 임원은 19%만 사무실에 출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 연예기획사 여름 인턴십에 뽑힌 알렉스 하이만(20)은 NYT에 "쉴 새 없이 전화벨이 울리고 동료와 논쟁하는 오피스 드라마의 한 장면을 상상하며 출근했다"며 "첫날 상사 사무실 주변에서 기다리는데, 누군가 '그분 오늘 재택근무'라고 말해 회의실에서 동료와 농담하며 하루를 보냈다"고 말했다.
현재 많은 인턴이 브라운 백 미팅(점심 식사를 곁들이며 하는 토론) 같은 전통적인 통과의례를 치르는 대신, 빈 사무실에 나와 감독자 없이 인턴끼리 자리를 지키거나 화상 통화로 업무 지시를 받는 사례가 많다고 한다.
금융회사 인턴 조시 시겔(19)도 "이번 인턴의 장점은 간식에 대한 경쟁이 거의 없다는 것"이라고 자조적인 웃음을 지었다.
NYT는 이미 온라인 원격 수업 중심의 학창 시절을 보낸 20대가 이에 대한 반대급부로 '사무실 직접 출근'을 선호하는 경향을 보인다고 진단했다. 일상생활에 대한 열망을 드러낸다는 것이다.
스탠퍼드대·시카고대 등에서 5천명을 대상으로 시행한 설문에서도 20∼29세 미국인 중 풀타임 재택근무를 원하는 비율은 24%에 그쳤다.
대면·비대면 혼합 인턴십 과정을 개설한 회사들도 있다.
한 법무법인 관계자는 "인턴을 오프라인에서도 만날 수 있도록 소속 변호사에게 매주 화·수·목요일에 출근하도록 했다"며 "다음 세대에 직접 지식을 전달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고 있기 때문에 내린 조처"라고 강조했다.
walde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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