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윤종석 기자 = 작년 벨라루스 항공당국이 반체제 언론인이 타고 있던 항공기를 폭탄테러 신고를 핑계로 강제착륙시킨 배후에는 벨라루스 정부 고위층이 있었다는 국제민간항공기구(ICAO)의 조사결과가 나왔다.
유엔 산하기구인 ICAO는 국제 항공 관련 규칙을 정하고 각종 항공 분쟁에 관여하며 회원국간 이해관계를 조정하는 기구로, 항공 분야에서 최고 권위를 인정받고 있다.
ICAO는 19일(현지시간) 보도자료를 내고서 작년 5월 23일 발생한 벨라루스 여객기 강제착륙 사건에 대한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당시 벨라루스는 거짓 정보로 운항 중인 여객기를 착륙시켜 항공안전을 저해했고, 이같은 행위는 벨라루스 고위층의 지시에 의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ICAO는 밝혔다.
당시 벨라루스는 그리스 아테네에서 리투아니아 빌뉴스로 향하던 라이언에어 항공기를 전투기까지 동원해 민스크 공항에 강제착륙시켰다. 벨라루스는 기내에 폭발물이 설치됐다는 신고가 접수됐다는 이유를 들었다.
하지만 기내 수색에서 아무런 것도 나오지 않았고, 그 대신 벨라루스는 탑승 중이던 반체제 언론인 라만 프라타세비치(26)와 그의 여자친구를 체포했다.
국제사회는 즉각 반발했다. 운항 중인 여객기를 강제착륙시킨 것 자체가 위험천만한 일인데다 착륙 조치도 반체제 인사 체포를 위한 사기에 가까웠기 때문이다.
ICAO는 "폭탄물 위협은 의도적인 거짓말이었고 항공기 안전을 심각하게 위협하는 행위였다"라며 "특히 그와 같은 행위는 벨라루스 정부 고위층의 지시로 이뤄진 것으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ICAO는 "민간 항공에 대한 이와 같은 행위는 국제민간항공협약(시카고 협약) 위반"이라고 지적했다.
ICAO는 조사를 위해 당시 항공기 교신기록과 관계자 증언 등 자료를 수집해 분석했다고 덧붙였다.
조사 결과에 대해 러시아 대표부는 강력히 반대했다고 ICAO는 설명했다.
벨라루스 정부는 이 발표에 대해 아무런 반응을 내놓지 않았다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앞서 벨라루스는 여객기 강제착륙 사건에 대한 비난 여론이 일자 "당시 조치는 국제 항공 규정에 따른 것이었고, 서방의 비난은 알렉산더 루카셴코 대통령을 음해하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이미 유럽연합(EU) 등 국제사회는 이미 이번 사건을 이유로 벨라루스에 역내 비행금지 등 제재를 가한 상태다.
프라타세비치는 현지에서 재판을 받고 있고, 여자친구는 올 5월 불온한 텔레그램 채널을 운영한 혐의로 징역 6년을 선고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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