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침체 우려에 니켈·철광석 등 원자잿값 뚝뚝…업종별 희비

입력 2022-07-21 06:01  

경기침체 우려에 니켈·철광석 등 원자잿값 뚝뚝…업종별 희비
배터리 '웃고' 철광석 '울고'…전반적 수출 수요 줄 듯



(서울=연합뉴스) 조재영 김기훈 김보경 기자 = 글로벌 공급망 불안과 코로나19 여파 등으로 고공행진을 하던 원자재 가격이 최근 들어 급격한 하락세로 돌아섰다.
중국의 경기둔화 우려와 미국의 긴축 정책 등이 겹치면서 전 세계적으로 수요가 줄 것이라는 전망에서다.
그동안 연일 치솟는 원자잿값 때문에 채산성 악화를 호소해왔던 산업계는 최근의 가격 급락세가 경기둔화에 따른 것이어서 반갑지만은 않다는 반응이다.
국내 배터리업계는 니켈값 하락에 따른 반사이익을 기대하는 반면 철강업계 등은 제품 가격 하락에 따른 실적 둔화를 우려하는 등 업종별 희비가 갈리고 있다.

◇ 니켈·철광석 등 급락세 전환…"美中 경기 둔화 우려"
21일 업계와 한국자원정보서비스에 따르면 전기차 배터리의 핵심 원자재인 니켈 가격은 이달 15일 기준 톤(t)당 1만9천333달러로 6월 말 2만3천700달러 대비 18% 넘게 하락했다.
최근 다시 2만달러대로 반등했지만, 지난 3월 4만8천410달러와 비교하면 절반을 밑도는 수준에 머물러 있다.
니켈 가격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 이후 러시아산 니켈 공급이 중단되면서 급등했으나, 세계 경기둔화 우려가 커지면서 하락 압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원자재 시장조사기관 코리아PDS는 "세계 최대 니켈 수요국인 중국의 경기 회복이 지연되고 있다는 우려와 미국의 긴축 정책에 따른 경기 후퇴 가능성이 커지면서 니켈 가격이 하락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중국은 코로나19 재확산 및 주요 도시의 봉쇄 조치 영향으로 올해 2분기 경제성장률이 0%대(0.4%)로 주저앉았다.
또한 미국의 6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이 41년 만에 최고치인 9.1%를 기록하면서 인플레이션 대응을 강화하고 있어 경기가 위축될 것이라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전자와 전기, 자동차, 건설 등 다양한 산업 분야에 사용돼 경기에 민감한 구리도 6월부터 가파르게 하락하더니 이달 15일에는 t당 7천달러까지 내려왔다. 지난 3월 t당 1만730달러를 기록했던 것과 비교하면 35% 가까이 급락했다.
알루미늄 가격도 이달 15일 기준 t당 2천320달러로 지난 2월의 3천984달러보다 40% 이상 빠졌다.
철광석 가격도 하락세다. 지난달 t당 144달러대였던 철광석 가격은 최근에는 104달러대로 주저앉았고, 조만간 두 자릿수대로 진입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중국의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봉쇄 우려가 여전한 가운데 철강 수요 둔화와 재고 급증 영향으로 중국 철강사들이 가동률을 축소해 철광석 수요가 더 줄어들면서 철광석 가격을 끌어내린 것으로 업계는 분석했다.
니켈과 함께 전기차 배터리의 주요 소재인 코발트도 5월 t당 8만1천690달러에서 최근 5만달러로 급락했다.
다만 리튬(탄산리튬 99% 기준) 가격은 현재 ㎏당 455위안(약 8만8천300원)으로 5월의 428위안보다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 배터리업계 웃고, 철강업계 울고
원자잿값이 하락세로 돌아서면서 업종별 희비도 갈리고 있다.
특히 니켈 가격의 하향 안정세는 삼원계 NCM(니켈·코발트·망간) 배터리를 주력 상품으로 생산하는 국내 배터리 업체들에 호재로 받아들여진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영향 등으로 치솟던 니켈 가격이 하향 안정 흐름을 보이고 있다"며 "니켈 함량을 극대화한 하이니켈 배터리를 생산하는 국내 업체들이 중국산 저가 LFP(리튬인산철) 배터리에 견줘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철강업계는 통상 철광석 가격이 내려가면 수익성 개선 효과를 누리지만, 최근 가격 하락은 경기둔화에서 비롯된 것이어서 실적 개선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반응이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현재 원/달러 환율이 고공행진을 하고 있어 원자잿값 하락 효과가 크지 않고, 또 궁극적으로 가격 하락이 경기침체와 연관돼있어 달갑지만은 않다"고 말했다.
원자잿값이 내려가면 철강 제품 가격도 내리게 돼 실적이 줄어들 수 있다.
국내 철강사들은 글로벌 철강 가격이 내림에 따라 국내 철강제품 가격도 인하했다. 실제로 포스코는 이번 달 열연강판의 가격을 t당 5만원 인하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철강업계와 조선업계는 조선용 후판 가격 협상에도 돌입했다. 후판은 선박에 쓰이는 두께 6㎜ 이상의 두꺼운 철판으로, 선박 제조원가의 20%가량을 차지한다.
조선업계는 올해 상반기에 이미 t당 10만원의 인상이 이뤄진데다 최근 원자재 가격이 안정세를 보이고 있어 하반기에는 동결 혹은 가격 인하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반면 철강업계는 그간 급등한 원자재 가격을 이유로 가격 인하는 할 수 없다며 맞서는 것으로 전해졌다.
원자재 가격 하락은 우리 수출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는 "원자재 가격 하락의 원인은 세계 경기침체에 따른 수요 부진에 의한 것"이라며 "우리 수출기업들에는 수출 수요 감소에 따른 수출 하락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fusionjc@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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