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성운동·동맹·전진이탈리아 등 상호 불신 속 표결 불참
상원서 신임안 95대 38로 통과했지만 의미 퇴색…조기총선 전망 우세
(로마=연합뉴스) 전성훈 특파원 = 마리오 드라기 총리가 지난 1년 5개월간 이끌어온 이탈리아 거국 내각의 회생 가능성이 점점 희박해져 가는 모양새다.
20일(현지시간) 상원 표결에 부쳐진 드라기 내각에 대한 신임안이 찬성 95표, 반대 38표로 통과됐다. 총 의석의 과반이 넘는 192명이 참석했고 이 가운데 133명이 표를 던졌다.
하지만 드라기 내각을 구성한 주요 정당들이 표결에 대거 불참하면서 그 의미가 크게 퇴색했다.
이번 정국 위기의 불씨를 제공한 범좌파 오성운동(M5S)은 물론 중도우파 정당 전진이탈리아(FI)와 극우당 동맹(Lega)까지 '보이콧'했다.
이번 표결은 드라기 총리가 이날 오전 연설에서 강조한 좌-우 정당의 거국적인 지지 요청을 받아들일 것이냐를 묻는 취지였다.
하지만 우파연합 소속인 전진이탈리아와 동맹이 표결을 앞두고 오성운동과는 내각을 함께 운영할 수 없다고 선언하면서 파국이 현실화했다.
드라기 총리는 자신이 강조해온 내각의 단일대오 유지가 실패했다는 판단에 따라 세르조 마타렐라 대통령에게 재차 사임의 뜻을 밝힐 것으로 점쳐진다.
정국 위기 관리자인 마타렐라 대통령이 드라기 총리의 사임서를 수용할 경우 새 총리 후보자를 지명해 총선이 예정된 내년 상반기까지 한시 내각을 운영할지, 혹은 의회를 해산하고 가을 조기 총선을 실시할지를 결정해야 한다.
현지 정가에서는 드라기 총리를 대체할 인물이 부재하다는 점에서 조기 총선 실시에 무게를 싣는 분위기다.
총선이 실시된다면 시점은 9월 말이나 10월 초가 유력하게 거론된다.
앞서 드라기 총리는 원내 최대 정당이자 연정의 중심축인 오성운동이 지난 14일 내각 신임안과 연계된 상원의 민생지원법안 표결에 불참하자 전격적으로 사임서를 냈다.
에너지 위기와 물가 상승 등에 따른 경기 침체 우려 속에 민생 안정 대책을 포함한 사회·경제 정책을 두고 오성운동 당수인 주세페 콘테 전 총리와 갈등이 누적된 게 발단이다.
하지만 마타렐라 대통령이 드라기 총리의 사임서를 반려하고 의회에서 다시 한번 판단을 받아보라고 요청하면서 20∼21일 상·하원의 신임안 표결 일정이 잡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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