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정부 세제] 다주택자 보유세 '뚝'…시장 자극 가능성 낮지만 일각선 우려도

입력 2022-07-21 16:00   수정 2022-07-21 16:19

[尹정부 세제] 다주택자 보유세 '뚝'…시장 자극 가능성 낮지만 일각선 우려도
다주택자 세율 중과 이전 2018년 수준으로 회귀…전문가들 "획기적 조치"
"거래 활성화 제한적", "집값 자극 가능성도 있어 취득세 중과 유지해야"



(서울=연합뉴스) 홍국기 기자 = 정부가 21일 발표한 부동산 관련 세제 개편안의 핵심 중 하나는 다주택자의 종합부동산세(종부세) 중과 폐지다.
이에 따라 내년부터 다주택자의 종부세 부담이 대폭 낮아질 전망이다.
연합뉴스가 우병탁 신한은행 WM컨설팅센터 부동산팀장에게 이번 세제 개편안에 대한 시뮬레이션을 의뢰한 결과에 따르면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와 마포구 아현동 마포래미안푸르지오(마래푸), 대전시 유성구 죽동푸르지오 등 전용면적 84㎡ 아파트 세 채를 보유한 3주택자의 내년 종부세(농어촌특별세 포함) 부담액은 개편 전 1억3천280만원에서 개편 후 2천112만원으로 84.1%(1억1천168만원)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재산세(도시지역분과 지방교육세 포함)를 더한 보유세 부담액은 1억4천708만원에서 3천539만원으로 75.9% 감소했다.
마래푸와 죽동푸르지오 전용 84㎡ 아파트를 소유한 2주택자의 경우도 내년부터 세제 개편안에 따라 보유세 부담이 75.6% 줄어들었다.
우 팀장은 "종부세에 대한 중과세율 폐지, 세 부담 상한 하향, 기본공제금 상향을 골자로 한 세제 개편안이 시행되면 1주택자는 물론 다주택자까지 전반적으로 세 부담이 기존보다 낮아지게 된다"고 설명했다.



개편안에 따르면 정부는 내년부터 종부세 과세 체계를 주택 수 기준에서 가액 기준으로 전환할 방침이다.
따라서 현행 다주택 중과세율(1.2∼6.0%)은 폐지되고, 다주택자도 1주택자와 같은 기본세율을 적용받게 된다. 기본세율 자체도 현재 0.6∼3.0%에서 0.5∼2.7%로 내려간다.
과거 종부세율은 보유 주택 수에 상관없이 0.5∼2.0%였으나 문재인 정부 때인 2019년부터 다주택자에 대한 중과세율이 도입됐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규제지역 여부나 주택 수의 정량적 개수가 아닌 주택 가액의 합이 보유세를 결정하게 되면 가액이 낮은 주택을 여럿 보유한 다주택자의 종부세 부담은 크게 하향된다"며 "사실상 조정대상지역의 다주택자 세율 중과 이전인 2018년 수준으로 과세 정책이 회귀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세 부담 급증 방지 목적의 종부세 부담 상한은 현행 150∼300%에서 주택 수에 상관없이 150%가 적용된다. 다만 법인은 종부세 상한이 없는 현행 규제가 지속될 예정이다.
내년부터는 종부세 기본공제 금액도 6억원에서 9억원으로 상향 조정된다.
납세 의무자별 주택 가격 합산액이 공시가격 기준 9억원, 시가 기준으로 약 13억원 이하면 종부세를 내지 않는다는 의미다.
종부세는 개인별로 보유한 주택 공시가격의 합산액에서 기본공제 금액을 빼고 공정시장가액비율을 곱해 과세표준을 산출한다. 공제 금액이 올라갈수록 세 부담은 내려간다.



특례 대상인 1세대 1주택자에 대해서는 올해만 14억원의 특별공제를 적용하되 내년부터는 양도소득세 비과세 기준(고가주택 기준)에 맞춰 공제금액을 기존 11억원에서 12억원으로 올리기로 했다.
올해 공시가격이 13억8천200만원인 마래푸 전용 84㎡ 29층의 경우 올해 종부세를 납부하지 않게 되면서 보유세가 지난해(437만원)보다 22.5% 줄어든 339만원에 그칠 예정이다.
이 밖에 올해부터 1세대 1주택 고령자·장기보유자(만 60세 이상이나 주택 5년 이상 보유 등)의 종부세 납부를 상속·증여·양도 시점까지 납부 유예하고, 일시적 2주택·상속주택·지방 저가주택에 대해 1세대 1주택자 판정 시 주택 수에서 제외하는 종부세 특례도 시행된다.
박합수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겸임교수는 "종부세 과세 기준을 주택 가액 기준으로 바꾼 것은 조세 체계의 틀과 근간을 획기적이고도 합리적으로 바꾼 것"이라며 "일시적 2주택자 등에 대해 종부세 특례를 시행하는 것도 형평성을 제고한 측면에서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평가했다.
특히 그간 다주택자에 대한 과도한 보유세 과세로 유행처럼 번졌던 '똘똘한 한 채' 선호 현상은 이번 세제 개편 발표에 따라 다소 누그러질 것으로 전망된다.
김제경 투미부동산컨설팅 소장은 "다주택자에 대한 과도한 규제는 필연적으로 똘똘한 한 채 선호 현상을 부추겨 서울과 지방, 상품별 양극화를 발생시킨다"면서 "이번 다주택자 종부세 규제 완화는 부동산 시장의 양극화를 해소하는 첫걸음"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런 가운데 이번 세제 개편안이 침체된 거래 시장의 활성화를 넘어 집값까지 자극할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되지만, 그럴 가능성은 작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함영진 랩장은 "가격 고점 인식과 경기 위축, 금리 인상에 따른 거래 관망 등 주택시장의 하방 압력이 높은 상황에서 보유세 부담이 낮아졌다고 주택을 추가로 구매하거나 거래 시장이 활성화되는 것을 기대하는 것은 제한적"이라는 견해를 밝혔다.
물론 다주택자들이 종부세 부담을 이유로 급하게 증여하거나 매각을 결정하지 않아도 될 시간을 벌어 당분간 매물이 줄어들 여지는 있다.
조정대상지역 내 다주택자라면 내년 5월 9일 양도세 1년 중과 배제가 종료되는 시점까지 매각 여부를 결정해도 되기 때문이다.
박원갑 KB국민은행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다주택자에 대한 종부세 불이익은 줄었지만, 조정대상지역에서의 취득세 중과와 내년 5월 9일 이후 양도세 중과가 여전히 유지되고 있어 유주택자가 집을 추가로 매수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우병탁 팀장은 "이번 세제 개편 효과가 매매 시장에서 추가적인 주택 매수 수요로 연결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면서 "다주택자 취득세 중과는 여전히 남아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도 "기존 다주택자들에게는 보유에 대한 부담을 줄여주는 효과가 있어 매도 시기를 저울질하도록 만들 가능성은 있다"고 덧붙였다.
박합수 교수는 "이번 세제 개편안은 국회에서 법을 개정해야 하는 사안이라 정부 계획대로 시행될지는 지켜봐야 한다"면서 "만에 하나 집값을 자극할 가능성도 있는 만큼 다주택자 취득세 중과 규제에 대해 시차를 두고 당분간 현행대로 유지할 필요는 있다"고 제언했다.


redflag@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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