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활력 제고 목표로 선명한 감세 기조…MB정부 첫해 이후 세수 최대감소
기업·고소득층 감세 7.7조, 서민·중산층 4.6조…부자·대기업 감세 비판도
'건전재정' 기조와 충돌 소지…정부 '투자→성장→세수 증대' 선순환 기대
(세종=연합뉴스) 차지연 김다혜 박원희 기자 = 법인세와 소득세, 종합부동산세 등을 전방위적으로 개편하는 내용의 윤석열 정부 첫 세제개편안이 21일 발표됐다.
이번 세제개편안의 특징은 선명한 감세 기조다. 세법이 정부안대로 바뀌면 세수는 13조원 넘게 감소할 전망인데, 이는 이명박 정부 첫해인 2008년 이후 14년 만에 가장 큰 규모의 세수 감(減)이다.
정부는 감세를 통한 기업 경쟁력 강화와 민간 활력 제고를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대규모 감세가 윤석열 정부가 강조해온 재정건전성 강화 방침과 충돌할 소지가 있다는 점, 민생이 어려워지는 상황에서 서민·중산층에 돌아가는 감세 혜택이 상대적으로 적다는 점에 대한 지적도 나온다.
◇ 법인·소득·종부세 다 줄인다…13조1천억원 세수 감소 전망
기획재정부는 매년 세법 개정 방향을 통상 '세법개정안'으로 발표했으나 올해는 윤석열 정부의 철학을 담아 개편 폭을 키운 것을 고려해 '세제개편안'이라는 이름으로 발표했다.
정부는 민간·기업·시장 역동성과 자원 배분 효율성 제고, 세 부담 적정화·정상화에 초점을 맞춰 세제개편안을 설계했다고 밝혔다.
세금을 정책 수단으로 활용했던 이전 정부와 달리, 기업을 비롯한 민간 경제주체가 조세원칙에 맞게 '소득에 맞는 세금'을 내며 경제활동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도록 세법을 바꾸겠다는 것이다.
정부는 이를 위해 소득세와 법인세, 종부세 등 주요 세금 부담을 모두 낮춰주는 방안을 택했다. 법인세 최고세율 하향·과세표준(과표) 구간 단순화, 종부세 다주택 중과 폐지·세율 인하·공제금액 상향, 근로소득세 과표 구간 상향, 상속·증여세 완화 등이 방안에 포함됐다.
정부는 한국의 조세부담률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24.3%를 밑돌지만 2015년 17.4%에서 2021년 22.1%(잠정)까지 급상승했다는 점을 들어 감세 필요성을 역설하기도 했다.
감세에 초점을 둔 이번 세제개편안이 실현되면 13조1천억원의 세수가 줄어들 것으로 분석된다.
전년 대비 세수 증감을 계산하는 순액법 기준으로 세수는 2023년 6조4천억원, 2024년 7조3천억원이 각각 감소한다. 2025년 이후에는 세수 감소가 크지 않다.
향후 가장 많이 줄어드는 세목은 법인세로, 6조8천억원 감소가 예상된다. 소득세는 2조5천억원이 감소할 것으로 추정된다. 법인·소득세 감소분이 전체 세수 감소분의 71%를 차지하는 셈이다.
증권거래세는 1조9천억원, 종부세는 1조7천억원 각각 감소할 전망이다.
이번 세제개편안으로 예상되는 13조1천억원의 세수 감소는 이명박 정부 첫해인 2008년 세제개편안의 33조9천억원 이후 가장 큰 규모다. 당시 이명박 정부는 법인·소득세율을 나란히 인하하는 등 대대적 감세를 골자로 한 세제개편안을 내놨다.
◇ '건전재정' 기조와 충돌 소지…정부는 '선순환 효과' 기대
법인세 등 기업 부담을 상당 폭 줄여준 이번 세제개편안은 중장기적으로는 기업 투자·고용 증가에 일정 정도 효과가 보일 것이라는 분석이 있다.
홍기용 인천대 교수는 "글로벌 기준과 추세에 부합하지 않는 법인세를 개편하는 것은 글로벌 조세 경쟁에 상당히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이고 투자나 선순환 면에서 도움이 될 것"이라며 "다만 지금 경제 상황이 좋지 않은데 세금을 줄여준다고 해서 바로 좋아질 것으로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그러나 대규모 세수 감소는 부담이 될 수 있으며 윤석열 정부가 특히 강조해온 '재정건전성 강화'와도 배치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우석진 명지대 교수는 "건전재정 기조와 거꾸로 가고 있으며, 재정을 많이 썼던 다른 국가들의 과세 강화 추세와도 반대로 가는 것"이라며 "세수가 예상보다 더 줄어들 수 있는 데다 경기 수축 국면에서 지출을 줄이기는 굉장히 어렵기에 결국 재정에 무리가 갈 수 있다"고 덧붙였다.
김우철 서울시립대 교수는 "이번 세제개편안에 따른 세수 감소는 재정에 분명한 부담이 된다"며 "건전재정을 표방한 상태에서 세수는 감소하고 재정수지 적자를 큰 폭으로 축소해야 하기에 지출 구조조정이 훨씬 고난도의 책무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다만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투자 확대와 성장 기반 확충이 시간을 두고 세수 확대로 나타날 것이고, 이것이 재정건전성에 기여할 것"이라며 '선순환 효과'를 기대했다.
추 부총리는 또 "13조원 세수 감소 중 내년에 나타나는 것은 6조원 정도인데, 이는 통상적으로 세수가 (매년) 확대되는 규모를 고려하면 충분히 감내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 감세 혜택, 서민·중산층보다 기업·고소득층에 많이 돌아가
감세를 통한 경제 활성화 효과를 고려한다고 해도, 서민·중산층에 돌아가는 감세 혜택이 상대적으로 적다는 비판이 나온다.
세수 감 13조1천억원의 귀착을 살펴보면 법인이 6조5천억원이며 그중에서도 대기업이 4조1천억원으로 중소·중견기업 2조4천억원보다 많다.
개인의 세수 감소 효과는 3조4천억원으로 서민·중산층이 2조2천억원, 고소득층이 1조2천억원이다.
기업과 고소득층의 세수 감소 효과가 총 7조7천억원으로 서민·중산층과 중소·중견기업 4조6천억원보다 많은 것이다.
이는 기업과 고소득층에 유리한 법인세와 종부세 등의 개편 폭에 비해 서민·중산층도 혜택을 볼 수 있는 근로소득세 등의 개편 폭은 크지 않은 영향으로 보인다.
정부는 서민·중산층 지원을 위해 각종 근로자 세부담 감소 정책을 내놨다는 입장이지만, 이 중 가장 비중이 큰 소득세 과세표준 구간 조정의 세수 감소 효과도 1조6천억원으로 기업 세수 감소 혜택의 25% 수준이다.
근로·자녀장려금 확대는 7천억원, 교육비·주거비·기부금 공제 확대 등은 6천억원, 식대 비과세 한도 확대는 5천억원의 세수 감소 효과가 있으나 이를 모두 고려해도 기업이 보는 감세 혜택보다 적다.
홍 교수는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상황인데 근 15년간 유지해온 근로소득세 과표를 소폭으로 조정하고 세율도 유지한 것은 서민·중산층에 대한 배려 측면에서 조금 미약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추 부총리는 "기업이 투자·일자리 창출의 중심인 만큼 부담을 줄여주는 정책을 했고, 중산·서민층이 생계비 여력을 확보하도록 세 부담을 줄인 것도 있다"며 "경제의 선순환을 위해 양쪽 다 균형 있게 하려 했고 기업은 나름의 중요한 역할이 있어 기업 활성화에 좀 더 무게를 뒀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종부세 대폭 완화가 안정을 찾아가고 있는 부동산 시장을 다시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추 부총리는 "그동안 종부세가 징벌적 과세가 되어 실제 시장을 안정시키는 효과 없이 비정상적으로 운영됐다고 생각해 정상화 차원에서 개편하게 됐다"며 "최근 부동산 시장이 안정세를 보이고 있고 일부에서는 침체 우려도 제기되고 있어 전반적으로 종부세 체계를 개편하기에 적기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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