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부도 격랑 속 지휘봉 잡은 스리랑카 대통령…난제 '수두룩'

입력 2022-07-21 20:42  

국가부도 격랑 속 지휘봉 잡은 스리랑카 대통령…난제 '수두룩'
민심 회복도 우선 과제…국민 지지받아야 IMF 개혁도 달성


(자카르타=연합뉴스) 박의래 특파원 = 국가 부도와 대규모 반정부 시위, 대통령의 갑작스런 해외도피와 사임 등 격랑 속에서 21일 취임한 라닐 위크레메싱게 스리랑카 신임 대통령의 지도력과 위기 대응 역량에 국제사회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위크레메싱게 대통령은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 협상을 서둘러 마무리지어 위기 상황을 타개하고 사분오열된 국가를 통합하는 지도력을 발휘해야 하는 상황이다.
그는 전날 국회에서 대통령에 선출된 후 연설을 통해 "모든 정당이 이견을 해소하고 1948년 독립 이래 최악의 경제 위기에서 나라를 구하는 데 동참해 달라"며 초당적인 지지를 호소했다.
그의 말처럼 스리랑카는 최악의 경제 상황에 직면해 있다.
스리랑카는 수년 전부터 중국과 일대일로(一帶一路:중국-중앙아시아-유럽을 연결하는 육상·해상 실크로드) 프로젝트를 벌이다 빚더미에 올랐다.
이 와중에 2019년 4월 '부활절 테러'와 코로나19 확산 사태를 맞으면서 핵심 외화 수입원이었던 관광 산업이 직격탄을 맞았고 결국 외환 위기에 빠졌다.
그런데도 고타바야 라자팍사 정부는 민생을 살리겠다며 돈을 찍어내고 감세 정책을 펴는 등 실정을 벌였고 결국 국가 부도 사태에 빠졌다.
이 영향으로 휘발유와 가스 등 필수 수입품 수입이 사실상 끊겼다.
세계식량계획(WFP)에 따르면 스리랑카 국민 6가구 중 5가구가 제대로 음식을 먹지 못하고 있으며 학교는 사실상 문을 닫은 상태다. 정부도 비필수 기관들은 출퇴근을 줄이는 등 휴업이 이어지고 있다.
이 때문에 위크레메싱게 대통령의 최우선 과제는 IMF와의 협상을 통해 구제금융을 받고, 중국이나 인도 등과 협상을 통해 채무 조정과 금융 지원을 얻는 것이다.
외화 문제가 해결돼야 필수 수입품이 다시 들어오고, 국민들이 정상적인 생활로 돌아갈 수 있어서다.


그에게 등 돌린 국민들의 마음을 되돌리는 것도 중요한 과제다.
생활고에 시달리던 반정부 시위대는 지난 9일 대규모 시위를 벌이고 대통령 관저와 집무실을 점거했다. 이때 시위대는 당시 총리였던 위크레메싱게의 관저도 불태웠다.
이 사건으로 고타바야 대통령은 해외로 대피한 뒤 사임했고, 위크레메싱게도 퇴진 의사를 밝혔다.
하지만 고타바야 전 대통령이 그를 대통령 권한 대행으로 지명, 위크레메싱게는 사임하겠다는 말을 바꾸고 권한 대행에 오른 뒤 선거까지 나서 대통령에 오른 상황이다.
이 때문에 반정부 시위대는 지난 13일 다시 대규모 시위를 벌여 총리 집무실을 점거했으며, 그가 대통령에 당선된 뒤에도 즉각적인 사임을 요구하며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다.
문제는 IMF 구제금융을 받기 위해서는 대대적인 개혁이 필요하고 개혁이 성공하려면 국민들의 절대적인 지지가 필요하다는 점이다. 그가 국민들의 지지를 받지 못하면 IMF가 요구하는 개혁도 실행하기 어렵고 IMF의 구제금융도 제대로 받지 못 할 수 있다.
위크레메싱게도 CNN과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이제 신발 끈을 단단히 매야 할 때"라며 국민 통합을 강조했지만 그를 반대하는 시위대는 즉각적인 사퇴를 요구하는 상황이다.
시위 지도자인 승려 탐피티예 스가난다는 AP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고타바야를 집으로 보낸 사람들"이라며 "당신(위크레메싱게 대통령)을 집으로 돌려보내는 것은 우리에게 어려운 일이 아니다"며 시위를 이어가겠다는 의사를 보여 당분간 스리랑카의 혼란은 계속될 전망이다.


laecorp@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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