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이로=연합뉴스) 김상훈 특파원 = 예멘 반군이 7년 내전 끝에 맞은 넉 달간의 휴전 종료를 앞두고 대대적인 공세에 나서 국제사회의 우려를 키우고 있다.
21일(현지시간) 사우디아라비아 국영 일간 아랍뉴스 등에 따르면 예멘 반군 후티는 전날 서남부 알 바이다주(州)의 타이즈에 있는 정부군 기지를 여러 차례 공격했다.
후티 반군은 앞서 20일에도 인근 타이즈주(州) 중심도시 타이즈의 쿠브자 마을을 포위하고 무차별 포격을 가했다.
마을 주민이 자신들의 정보원을 암살했다는 게 공격의 이유다.
예멘 법무 인권부는 성명을 통해 "반군 후티가 중화기 등 다양한 무기를 동원해 마을을 장악하려 하고 있으며, 마을을 에워싼 채 식량과 의약품 공급을 차단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익명을 요구한 예멘 정부군 관리는 신화 통신에 "후티가 타이즈 서부를 장악하기 위해 포격을 개시했다"며 "알바이다 주에서는 지난 24시간 동안 탱크 등 중화기를 동원한 무차별 공격을 자행하고 있다"고 전했다.
후티의 공격으로 지금까지 5명이 사망했고, 최소 14명이 부상한 것으로 전해졌다.
후티의 공격은 다음 달 2일로 다가온 휴전 종료를 앞두고, 유엔 주도로 휴전 연장 노력이 진행 중인 가운데 이뤄졌다.
앞서 한스 그룬베르크 유엔 예멘 특사는 지난 17일 "휴전 연장이 예멘 내 인도주의 위기 해결에 숨통을 트이게 했다. 유례가 없었던 이번 휴전은 갈등의 정치적 해결을 위한 실마리도 제공했다"며 휴전 연장을 촉구했다.
그러나 후티 측은 이렇다 할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국제적으로 인정받는 예멘 정부를 돕는 아랍 동맹군과 반군 후티는 지난 4월 이슬람 금식 성월인 라마단을 맞아 두 달간 휴전에 합의했고, 지난달 초 두 달간 휴전을 연장했다.
예멘의 전국적인 휴전 합의는 2016년 이후 6년 만이며, 두 달 이상 휴전이 지속된 것은 처음이다.
휴전 기간 일부 지역의 봉쇄가 풀리면서 일부 지역 주민들의 삶이 정상화됐고, 수도 사나 공항에서는 상업용 항공기 운항이 재개돼 내전 중 다치거나 지병이 있는 환자들이 해외로 치료를 받으러 가기도 했다.
유엔은 휴전이 지속하기를 바라지만 후티 측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사우디 방문을 이유로 휴전 연장을 거부하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후티의 정치위원회는 지난 16일 성명을 통해 "우리는 예멘의 주권과 안보 등을 다루는 미국 대통령의 중동 방문에서 어떤 결과가 나오든 거부한다"며 "두 달간의 휴전은 미래에 반복되어서는 안 될 불만스러운 경험을 안겼다"고 주장했다.
2015년 본격화한 예멘 내전은 이란과 사우디의 대리전 양상으로 번졌다.
유엔은 지난해 말 기준 예멘 내전으로 인한 직·간접적 사망자를 37만7천 명으로 추산했다.
meolakim@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