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때 '안보위협' 이유로 화웨이 퇴출 추진했지만 지지부진 지적도
(서울=연합뉴스) 정빛나 기자 = 미국 정부가 중국 통신장비업체 화웨이의 군부대 인근 기지국을 통한 군사기밀 유출 의혹을 조사 중인 것으로 뒤늦게 알려졌다.
로이터통신은 21일(현지시간)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미 상무부가 조 바이든 대통령이 취임한 작년 1월부터 화웨이와 관련한 이같은 의혹을 조사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의혹의 핵심은 화웨이가 미국 내 군사기지나 미사일 격납고 인근에 있는 통신기지국에 설치된 자사 장비를 통해 민감한 정보를 수집, 중국 본토에 전달했을 수 있다는 내용이다.
조사 결과 이 의혹이 사실로 확인되고, 이는 곳 국가안보에 위협이 된다는 결론이 나올 경우 기존 미 연방통신위원회(FCC)의 규제보다 더 강력한 제재가 나올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상무부는 이번 조사에 대한 로이터의 문의에 답하지 않은 채 "악의적인 정보 수집 활동으로부터 미국인의 안전을 보호하는 것은 국가 경제와 안보를 지키는 데 필수적"이라는 원론적인 입장을 냈다.
워싱턴 주재 중국대사관은 이메일로 보낸 입장문에서 "미국 정부는 명백한 증거 없이 화웨이를 비롯한 중국 업체가 미국과 다른 나라의 안보에 위협을 야기한다며 공권력을 남용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다만 대사관은 구체적 혐의와 관련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상무부의 이번 조사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재임 시절 본격화된 중국 IT기업 '퇴출 작전'의 연장선으로 보인다.
미 당국은 미국인들의 휴대전화나 인터넷망의 라우터(네트워크 간 연결 장치)와 안테나 등에서 화웨이 장비를 제거하지 않으면 중국의 도·감청에 당할 수 있다고 우려해왔다.
중국 정부가 자국 통신업체 장비를 통해 미국 내 중요 인프라나 군사작전 관련 정보에 접근할 개연성도 있다고 주장한다.
이에 미국은 2019년부터 화웨이와 ZTE 등 중국 통신장비업체를 자국 통신 네트워크에서 배제하기 위한 각종 규제를 추진했고, 바이든 행정부도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 기조를 이어받았다.
하지만 이같은 미국 정부의 요란한 행보에도 4년이 지난 현재까지 중국 통신업체 퇴출 성과는 지지부진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미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200여개에 달하는 소규모 지역 통신회사들은 여전히 중국 통신업체의 구형 장비를 사용하고 있지만 당장 이를 교체할 여력이 없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이들 회사가 서비스하는 소규모 무선 네트워크, 광대역 인터넷, TV, 일부 대학과 학교 통신시설 등에는 중국산 장비가 사용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 정부는 자국 통신회사가 중국산 장비를 다른 나라 제품으로 교체하면 보조금을 지급하는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지만 이 역시 예산 부족으로 제대로 집행되지 못하고 있다.
FCC는 최근 관련 예산으로 약 30억8천만 달러(약 4조487억 원)가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이는 기존 예상치(19억 달러)를 한참 웃도는 규모로, 결과적으로는 교체 작업이 내년 또는 그 이후로 지연될 개연성도 있다고 폴리티코는 짚었다.
shin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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