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이 소송 제기에 성공하면 총기 1정당 최소 1천300만원 지급
(샌프란시스코=연합뉴스) 정성호 특파원 = 미국 캘리포니아주가 22일(현지시간) 불법 총기 제조·판매업자를 상대로 소송을 내는 주민에게 상금을 주는 '총파라치' 제도를 도입했다.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는 이날 이런 내용을 담은 주 법률안 '상원 법안 1327'에 서명해 이를 법제화했다고 일간 뉴욕타임스(NYT)와 CNN 방송이 보도했다.
이 법은 일반 주민이 돌격소총이나 유령총(ghost gun·개인이 개별 부품을 조립해 만든 일련번호가 없는 총기)처럼 캘리포니아에서 불법으로 규정된 총기를 제조·배포·수송·수입하는 사람을 상대로 민사소송을 제기할 수 있게 했다.
그러면서 소송이 기각되지 않을 경우 총기 1정당 최소 1만달러(약 1천310만원)의 상금과 법률 비용을 지급하기로 했다.
또 정식으로 허가를 받은 총기 판매업자라도 21세 미만인 사람에게 총기를 판매·공급·전달하거나, 이를 소지·통제하도록 할 경우 역시 일반 주민이 민사소송을 낼 수 있도록 했다.
법안을 발의한 주의회 밥 허츠버그 상원의원은 "당신이 총을 가질 수 없다고 말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며 "우리는 단지 (돌격소총인) AR-15나 50(0.5인치) 구경 기관총, 일련번호를 지운 유령총을 가질 헌법적 권리는 없다고 말하는 것뿐"이라고 말했다.
이 법은 텍사스주가 낙태를 규제하기 위해 도입한 법을 모델로 삼은 것이다.공화당 소속 주지사가 있는 텍사스는 임신 초기인 6주 이후부터 낙태를 금지하면서 낙태 시술을 제공하거나 낙태 시술을 받도록 도와준 사람을 상대로 일반 주민이 민사소송을 제기할 수 있도록 했다.
캘리포니아의 새 법은 비슷한 방식으로 관리나 규제 당국이 아닌 일반인도 불법행위를 알고 있다면 소송을 낼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뉴섬 주지사는 미 연방대법원이 텍사스 낙태법의 효력을 인정하자 이에 분개하며 관리들에게 총기 규제에 대해 비슷한 법안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뉴섬 주지사와 허츠버그 의원은 앞으로 이 법에 반발하는 소송이 제기되면서 이 법이 대법원에 일종의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법리적으로 텍사스의 낙태법을 인정한다면 캘리포니아의 총기법도 거부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번 조치는 또 뉴섬 주지사가 2024년 대선을 염두에 두고 벌이는 행보로도 풀이되고 있다.
그는 이날 텍사스의 3개 일간지에 그레그 애벗 텍사스 주지사를 겨냥한 전면 광고를 실었다.
이 광고는 낙태법을 옹호한 애벗 주지사의 발언 중 '낙태'란 단어를 '총기 폭력'이란 단어로 바꿔치기해 작성됐다.
뉴섬 주지사는 미국 독립기념일인 7월 4일에는 역시 공화당 소속이면서 유력한 차기 대권 잠룡으로 거론되는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를 저격하는 TV 광고를 내보내기도 했다.
지리적으로 미국 서부 끝에 있는 캘리포니아 주지사가 동쪽 끝의 플로리다에서 광고를 낸 것이다.
뉴섬 주지사는 이 광고에서 플로리다 주민들에게 "공화당 지도자들은 서적을 금지하고, 투표하기 더 어렵게 만들면서 교실에서 발언을 제한하고, 심지어 여성과 의사를 범죄화하고 있다"면서 캘리포니아로 이사를 오라고 권유했다.
뉴섬 주지사는 2024년 대선에 출마할 의향이 없다고 거듭 부인하고 있다.
NYT는 하지만 그의 행동을 보면 때로는 이런 발언이 거짓말처럼 보인다고 지적했다.
캘리포니아주립대의 킴 내들러 정치과학 교수는 "민주당 지지자들이 영웅에 굶주려 있다는 것을 뉴섬 주지사가 깨닫고 있는 것 같다"며 "그는 최근 몇 년간 공화당이 추진해온 공격적 정책 입안에 대한 좌파의 대안으로서 인지도를 구축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sisyph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