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당국, 중소은행 예금동결 사태 책임관리 조사

입력 2022-07-25 10:18  

중국 당국, 중소은행 예금동결 사태 책임관리 조사
수십만 피해로 여론 악화하자 문책 착수


(상하이=연합뉴스) 차대운 특파원 = 중국 중소은행들에서 고객 수십만명이 자기가 맡긴 돈을 찾지 못하는 사태가 벌어져 여론이 악화하자 당국이 뒤늦게 책임자 문책 절차에 착수했다.
중국공산당 감찰 기구인 중앙기율검사위는 24일 밤 성명을 내고 심각한 기율 및 법률 위반 혐의와 관련해 은행보험감독위원회 산하 허난성 감독국 1급 순시원인 리환칭을 상대로 조사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허난성 금융감독 부문에서만 20년 이상 일해온 리환칭은 2012∼2018년 농촌 중소은행 감독 실무를 책임지는 처장(한국 부처의 과장 해당)을 지냈고 이후 부국장을 거쳐 현재의 1급 순시원 자리까지 오른 인물이다.
위저우마을은행, 상차이후이민마을은행, 쩌청황화이마을은행, 카이펑신둥팡마을은행 등 허난성 관내 마을은행 4곳에서는 지난 4월 중순부터 고객들이 맡긴 예금을 정상적으로 찾을 수 없는 금융 사고가 발생했다.
피해 고객들은 주로 위챗 메신저 미니 프로그램 등 인터넷 채널로 해당 은행에 상대적으로 상대적 고금리를 조건으로 예금을 맡긴 이들로 중국 전역에 걸쳐 피해자가 40여만명에 달한다.
피해자들은 이들 은행의 예금 인출 사고 규모가 400억 위안(약 7조5천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한다.
전국에서 모인 피해 예금주 수천명은 지난 10일 허난성의 중심 도시인 정저우의 인민은행 지행 건물 앞에 집결해 대규모 시위를 벌여 전국 단위의 민생 사건으로 급속히 커졌다.
이에 당국은 우선 피해 자금 중 일부라도 대신 갚아주겠다면서 사태 수습을 시도 중이다.
당국은 일차적인 조사 결과, 문제 은행들의 대주주가 신차이푸그룹이라는 외부 회사와 결탁해 인터넷 공간에서 은행의 정식 장부와 별도로 불법 수신을 하다가 문제가 벌어진 것으로 결론 짓고 관련자를 체포하고 일부 남은 자금을 동결한 상태다.
이번 사건이 불거지고 나서 중국에서는 문제 은행들이 2011년부터 인터넷을 통한 다단계 금융사기와 같은 불법 수신 업무를 자행해왔다는 점에서 현지 금융 당국 관리들이 이를 눈감아줬을 것이라는 의혹이 제기됐다.
아직 여진이 가시지 않은 이번 사건은 공교롭게도 시진핑 국가주석의 장기 집권을 선포할 가을 당대회를 앞두고 사회적인 절대 안정을 유지한 채 대대적인 추대 분위기를 조성해야 하는 때에 터졌다는 점에서 중국 당·정에 적지 않은 부담을 안기고 있다.
게다가 정저우시 당국이 관내에서 벌어지는 민감한 시위를 사전에 막으려고 피해자들의 코로나19 건강 코드를 이동이 금지되는 적색으로 바꾸고 일부를 격리 시설에 가두는 불법 행위를 자행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이번 사건은 단순한 경제 사건을 넘어 중국 당국의 대국민 통제 방식의 민낯을 폭로하는 사회·정치적 사건으로까지 비화했다.
cha@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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