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도바 총리 "우크라 전쟁 남서부 확전…러 침공 가능성"
친서방 정권, EU·나토 가입 추진…서방 군사지원 강화
(서울=연합뉴스) 송병승 기자 = 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하고 전선이 점차 확대되면서 인접한 몰도바에도 전운이 짙어지고 있다.
우크라이나 서남부와 국경을 맞댄 몰도바는 러시아군이 자국 동부의 트란스니스트리아 지역을 공격하는 상황을 우려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동부의 돈바스 지역처럼 몰도바 동부 트란스니스트리아 지역에서는 이미 친러시아 분리주의 세력이 상당한 지역을 통제하면서 독립을 요구하고 있다.
트란스니스트리아는 1992년 내전에서 러시아 도움을 받아 몰도바에서 독립을 선포했다.
하지만 몰도바와 유엔을 비롯한 국제사회는 주권을 인정하지 않는다. 내전 당시 이 지역에 평화유지군 명목으로 파병된 러시아군 1천500명은 지금까지 주둔한다.
자칭 '트란스니스트리아 공화국'은 러시아로 편입되기를 희망한다.
비탈리 이그나티예프 트란스니스트리아 공화국 외무장관은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러시아의 일부가 되기 위해 몰도바에서 독립을 추구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나탈리아 가브릴리타 몰도바 총리는 24일(현지시간) CNN 방송에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데 이어 몰도바를 공격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가브릴리타 총리는 "가상의 시나리오지만 러시아의 군사행동이 우크라이나 남서부와 오데사 항으로 전개되면 몰도바 침공 가능성이 매우 커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빚어진 불안한 정세가 트란스니스트리아 독립의 촉매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또 러시아의 침공을 두려워하는 나라는 몰도바뿐이 아니라며 "어떤 국가가 국제법을 무시하고 합병 전쟁을 감행할 수 있다면 누구도 안전할 수 없다. 이런 의미에서 국제질서에 의존하는 작은 나라들이 두려워한다"고 지적했다.
미국 국가정보국(DNI)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동부와 남부에 이어 몰도바 트란스니스트리아까지 점령지를 확대하는 것이 목표일 수 있다고 분석한다.
러시아군 고위관계자는 러시아군의 다음 목표가 우크라이나 동부와 남부의 완전한 통제라면서 이를 통해 트란스니스트리아로의 통로를 확보할 수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몰도바의 상황은 우크라이나와 여러모로 닮은 꼴이다.
2020년 11월 몰도바 대선에서 친서방 성향의 마이아 산두가 친러시아 성향의 이고리 도돈 당시 대통령에 승리하면서 집권했다. 지난해 8월엔 가브릴리타 총리가 이끄는 친서방 내각이 구성됐다.
이후 몰도바 정부는 전 정권의 친러시아 정책에서 선회해 유럽연합(EU) 등 서방과 관계 개선을 추진하고 있다.
몰도바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지 한 주만인 3월 초 EU 가입을 신청했으며 지난달 23일 우크라이나와 함께 EU 가입 후보국 지위를 획득했다.
몰도바 지도자들은 러시아의 영향력에서 벗어나기 위해 헌법에 명시한 '중립주의'를 포기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이에 따라 몰도바는 서방의 집단안보 군사동맹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가입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러시아가 몰도바를 침공할 우려가 커짐에 따라 서방은 몰도바에 대한 군사지원 강화를 모색하고 있다.
영국 정부는 나토 동맹과 함께 몰도바에 현대식 무기를 지원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리즈 트러스 영국 외무장관은 "우크라이나뿐 아니라 몰도바를 방어하는 것도 향후 (러시아의) 공격을 저지하기 위한 나토의 '기준'(standard)인지 여부를 확실히 하기 위한 논의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그는 "몰도바도 나토의 방어 기준을 충족하는 것으로 간주하고 싶다"며 이 문제를 동맹과 협의하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 5월 몰도바를 방문한 샤를 미셸 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은 "우크라이나의 이웃 국가인 몰도바에 EU의 군사 원조를 늘리겠다"고 약속했다.
미셸 의장은 산두 몰도바 대통령과 회담 후 공동기자회견에서 "올해 우리는 몰도바에 군사 장비를 추가 제공함으로써 몰도바 지원을 크게 늘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EU는 몰도바와 완전한 연대를 유지하고 있다"며 "몰도바를 돕고 지원하는 것은 유럽의 의무"라고 강조했다.
songb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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