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국무 부장관…'선대 인연'까지 들며 솔로몬제도 구애
중국 태평양 세력확장 경계…중국군기지 들어설라 노심초사
(서울=연합뉴스) 황철환 기자 = 미국 정부가 선대의 인연까지 동원하며 남태평양에서 중국의 영향력 확대 시도를 견제하는 데 총력을 기울이는 모양새다.
24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웬디 셔먼 미 국무부 부장관과 캐럴라인 케네디 주호주 미국대사가 내달 남태평양 국가인 솔로몬제도를 방문한다.
셔먼 부장관은 8월 6∼9일 솔로몬제도를 찾아 2차 세계대전의 주요 사건 중 하나인 '과달카날 전투' 80주년을 기념하고 현지 정부 당국자들을 만날 예정이다.
그는 이에 더해 솔로몬제도 수도 호니아라에 미국 대사관을 29년 만에 재개설할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 국무부 고위 당국자는 "이것은 미국과 솔로몬제도의 지속적 관계를 강조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방문은 셔먼 부장관에게는 개인적으로도 의미가 크다고 이 당국자는 덧붙였다. 셔먼 부장관의 아버지 말 셔먼이 미 해병대원으로서 과달카날 전투에 참전해 일본군과 싸우다 부상했기 때문이다.
1942년 8월부터 이듬해 2월까지 솔로몬제도의 가장 큰 섬인 과달카날을 중심으로 벌어졌던 이 전투는 미국과 호주, 원주민 등을 중심으로 한 연합군이 일본군을 물리치면서 태평양전쟁의 향방을 바꾼 전환점으로 평가된다.
솔로몬제도와 선대의 인연이 있는 건 케네디 대사도 마찬가지다.
케네디 대사의 부친인 존 F. 케네디 전 대통령은 어뢰정 정장으로 2차 대전에 참전했다가 1943년 8월 솔로몬제도 근방에서 작전 중 격침됐다. 그는 살아남은 승조원들과 함께 인근 무인도로 몸을 피했다가 현지 원주민들에 구출됐다.
셔먼 부장관은 미국 과달카날 기념관 등에서 연설을 하는 데 더해 과거 적국이었다가 현재는 주요 동맹으로 부상한 일본이 솔로몬제도와 공동으로 열기로 한 추모행사에도 참석할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국무부 당국자는 "이 행사들은 미국과 연합군, 솔로몬제도 주민, 그리고 일본인까지 포함해 과달카날 전투에서 싸웠던 이들의 헌신과 희생을 인정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은 중국이 대규모 투자를 무기로 태평양 도서국들에 대한 경제적·군사적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시도를 노골화하는데 경각심을 보여왔다.
특히, 중국이 올해 초 솔로몬제도와 안보 협정을 체결해 남태평양 진출을 위한 군사적 교두보를 확보했다는 평가가 나오면서부터는 고위 당국자를 잇달아 현지에 파견하면서 견제 수위를 높이고 있다.
올해 2월에는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이 미 국무장관으로는 40년 만에 처음 피지를 방문했다. 4월에는 솔로몬제도에 고위급 대표단을 보내 중국의 군사기지 유치 가능성에 "큰 우려를 지니고 있으며 상응한 대응을 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미 국무부 대변인은 태평양 도서국과의 관계를 "크게 심화하려 한다"면서 "부장관의 남태평양 방문은 이 지역에 대한 미국의 깊은 투자를 반영한 것"이라고 말했다.
hwangc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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