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YT "대중동·중국 등 분야서 전임 대외정책 기조와 비슷"
유럽 동맹·이란 핵합의·민주주의 가치 등에서는 대조적 행보
(서울=연합뉴스) 김지연 기자 =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외교정책이 큰 틀에서 볼 때 도널드 트럼프 전 정부 당시에 수립된 기조에서 벗어나지 않고 있다는 진단이 나왔다.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바이든 대통령이 후보 시절 트럼프 행정부와 차별화되는 외교를 공언했지만, 이 약속이 정작 중요한 대외정책 분야에서는 공염불이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고 2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굴욕 외교'라는 말이 나왔던 아프가니스탄 철군은 작년 5월 1일까지 미군과 동맹군을 철수시키겠다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뜻을 이어받아 실행했다.
중국에 대한 외교도 트럼프 전 대통령 당시와 마찬가지로 강경 기조를 이어가고 있다.
미국은 중국이 신장위구르 자치구 내 소수민족인 위구르족의 인권을 탄압한다고 비난하는 한편, 대만의 국가 주권을 부정하는 중국에 맞서 대만 해협에 군함을 파견하는 등 대만에 대한 지원을 이어가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 시절 중국에 부과한 고율 관세도 그대로다.
중동 정책과 관련해서도 2020년 트럼프 전 대통령이 이슬람권과 이스라엘이 국교를 수립한 이른바 '아브라함 협약'을 중재했던 것과 같은 선상의 행보를 보인다.
이달 첫 중동 순방을 통해 이스라엘과 사우디아라비아의 관계 개선을 모색한 것이 대표적이다. 사우디는 바이든 대통령의 방문에 맞춰 이스라엘에 영공을 개방하면서 유화적인 제스처를 취했다.
앞서 바이든 대통령은 사우디 반체제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암살 사건과 관련해 사우디를 '왕따'로 만들겠다고 발언한 바 있지만, 정작 이번 방문에서 암살 배후로 지목된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와 만나 엄포가 무색해졌다.
그는 예멘 내전에서 사우디의 민간인 살해를 규탄하면서 사우디 연합군에 대한 지원을 끊겠다고 공언했으나 아직도 막후에선 지원이 계속되고 있다고 NYT는 지적했다.
트럼프 전 행정부에서 국무부 부장관을 지낸 스티븐 비건은 "정책이 수렴되고 있다"며 "트럼프와 바이든처럼 다른 대통령 사이에서도 연속성이 표준인 상황"이라고 말했다.
학계에서는 이러한 행정부 간 연속성이 워싱턴 정가의 초당적 외교정책 전통과 집단사고의 결과물이라는 분석이 나온다고 NYT는 전했다.
일부 전문가는 외국 정부 행동과 미국 유권자 정서, 기업 영향력 등 외부 환경 때문에 미국 지도자의 선택 폭이 크지 않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다만, 바이든 행정부가 전임 정부와 뚜렷이 대조되는 행보를 보이는 분야도 있다.
'미국 우선주의'를 기치로 한 트럼프 전 대통령이 훼손한 서유럽 동맹을 복원했고, 2018년 트럼프 전 대통령이 일방적으로 파기한 이란 핵 합의를 되살리려고 노력하고 있다.
NYT는 미국 대통령 간 가장 크게 차이가 나는 부분은 민주주의에 대한 인식이라고 평가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트럼프 전 대통령과 달리 독재정권을 비난하고 작년 12월 민주주의 정상회의를 개최하는 등 민주주의 가치를 외교정책 한가운데에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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