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잔인·퇴행적인 조치", EU "노골적인 인권침해", 미국 "민주주의 말살"
(제네바·파리·뉴욕=연합뉴스) 안희 현혜란 강건택 특파원 = 미얀마 군사정권이 반군부 인사들을 사형에 처했다는 소식에 25일(현지시간)에도 국제사회에서 규탄이 쏟아졌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이날 파르한 하크 유엔 부대변인을 통해 성명을 내고 "이번 주말 미얀마 군부가 4명의 정치 행동가의 사형을 집행한 것을 강력히 규탄한다"고 밝혔다.
구테흐스 사무총장은 사형당한 반군부 인사들의 이름을 하나하나 열거한 뒤 유가족을 위로하면서 "어떤 환경에서도 사형을 시행하는 데 반대한다"고 말했다.
특히 1988년 이후 미얀마에서 처음 이뤄진 이번 사형이 "이미 심각한 미얀마의 인권 환경을 추가로 악화할 것"이라면서 "윈민 대통령과 아웅산 수치 국가고문을 포함해 자의적으로 구금된 모든 투옥자의 즉각적인 석방을 거듭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미첼 바첼레트 유엔 인권 최고대표도 이날 성명을 내고 "전 세계의 호소에도 불구하고 군정이 인권에 대한 존중 없이 처형했다는 사실에 유감스럽다"며 "이런 잔인하고 퇴행적 조치는 군부의 지속적인 탄압의 연장선"이라고 밝혔다.
바첼레트 대표는 "미얀마에서 수십년 만에 처음으로 이뤄진 사형 집행은 생명권과 개인의 자유, 공정한 재판 보장에 대한 참혹한 침해"라면서 "군사정권이 살상을 확대한다면 스스로 초래한 위기에 더 얽매이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바첼레트 대표는 자의적 판단에 따라 구금된 모든 정치범의 즉각적인 석방과 사형 폐지를 위한 사형 집행 중단 선언 등을 할 것을 미얀마 군정에 촉구했다.
유럽연합(EU) 외교정책을 총괄하는 호세프 보렐 외교·안보정책 고위대표는 "미얀마 군부가 보호해야 할 사람들의 생명과 존엄성을 경시한다는 충격적인 신호"라고 비판했다.
보렐 대표는 성명에서 "정치적인 동기에 따른 사형 집행은 법치주의를 완전히 무너뜨리고, 노골적으로 인권을 침해하는 또 다른 발걸음을 뜻한다"고 꼬집었다.
그는 미얀마의 사형 집행은 사형 제도를 폐지하는 세계적인 추세에 역행하는 것이라며 "EU는 비인간적이고 잔인하며, 돌이킬 수 없는 사형제도에 반대한다"고 강조했다.
토니 블링컨 국무부 장관 역시 성명을 통해 "이런 폭력적 행동은 인권과 법의 지배에 대한 (군부) 체제의 무시를 보여준다"면서 강력히 규탄했다.
그는 "가짜 재판과 처형은 민주주의를 말살하려는 노골적인 시도"라면서 "이런 조치는 용감한 버마 사람들의 정신을 결코 억압할 수 없다"고 말했다.
프랑스 외교부도 성명을 내고 "미얀마 군정이 쿠데타 이후 저지른 잔혹 행위가 한층 심각해지고 있다는 신호"라며 "이번 사형 집행은 엄청난 후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프랑스는 모든 곳에서, 모든 상황에서 사형에 확고히 반대한다"며 "부당하고 비인도적이며, 비효율적인 형벌의 폐지를 전폭 지지한다"고 덧붙였다.
외신 등에 따르면 미얀마 군정은 민주진영의 표 제야 또(41) 전 의원과 시민활동가 초 민 유(53) 등 4명에 대한 사형을 집행했다.
표 제야 또는 군부에 의해 쫓겨나 독방에 구금 중인 아웅산 수치 국가고문이 이끄는 정당인 민주주의민족동맹(NLD) 소속으로 의원을 지냈고, 초 민 유는 지난 1988년 민 코 나잉과 함께 반독재 민주화 시위를 이끈 이른바 '88세대' 핵심 인물로, 쿠데타 이후 반군부 활동을 주도해왔다.
prayerahn@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