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펠로시 대만행' 돌발변수 주목
(베이징=연합뉴스) 조준형 특파원 =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전 방위로 확산하는 미중 관계 갈등 전선을 놓고 넉달 여만에 다시 대화할 것으로 알려졌다.
바이든 대통령과 시 주석이 28일 통화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로이터와 블룸버그 통신 등이 26일(현지시간)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앞서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은 26일 브리핑에서 "대만 긴장 상황, 우크라이나 문제, 경제적 측면을 비롯한 양국 간 경쟁을 관리하는 방안 등이 논의될 것"이라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11월 중간선거를, 시 주석은 3연임을 확정 지을 10월 제20차 당 대회라는 중대 일정을 앞둔 점에 비춰보면 이번 소통이 적어도 3∼4개월 동안의 미중관계 톤을 설정하게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커비 조정관의 언급을 토대로 추론하면 대만 문제, 미국의 대중국 고율관세 폐지 문제, 미국 주도의 반도체 공급망 동맹(칩4) 결성, 우크라이나 전쟁의 '출구' 모색 등이 의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대만 문제와 관련해선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의 내달 방문 추진이라는 돌발 변수가 보태진 형국이다.
시 주석은 지난 3월 통화에서 꺼낸 경고를 재차 확인할 것으로 예상된다. 당시 그는 "대만 문제가 잘못 처리되면 중미관계에 파괴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에 바이든 대통령은 하나의 중국 정책에 변화가 없다는 입장을 확인하는 동시에 빈번한 대만 주변 무력 시위를 거론하며 중국이 대만 문제에서 긴장을 고조시키고 있다고 반박할 것으로 전망된다.
경제 이슈의 경우 시 주석은 대중국 고율 관세의 즉각적인 폐지가 미국의 물가 안정은 물론 글로벌 인플레이션 완화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논리를 설파할 것으로 보인다.
또 미국이 한국, 일본, 대만과 함께 결성하려 하는 칩4가 중국을 배제하는 반도체 공급망 동맹이 돼선 안 된다는 점을 강조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대해 바이든 대통령은 대중국 고율 관세 폐지를 중국의 경제 및 무역 관련 관행을 글로벌 표준에 맞추는 조치와 연계하려 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또 칩4에 대해서는 특정 국가를 겨냥한 조치가 아니라는 원론적 입장을 밝힐 것으로 예상된다.
우크라이나 전쟁의 경우 바이든 대통령은 중국이 대러시아 군사 지원에 나설 경우 그것은 '레드라인'이 될 것임을 재차 강조하면서 전쟁 발발 이후 상승한 중러 교역에 견제구를 던질 것으로 보인다.
이에 시 주석은 현재의 중러 교역은 적법하다는 입장을 피력하는 한편 즉각적 휴전 협상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2월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러시아가 확보한 영역에 대한 러시아의 권리 주장에 암묵적으로 힘을 실어줄 가능성이 거론된다.
아울러 북한 핵실험 관련 동향을 비롯한 한반도 문제도 의제에 포함될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결국 이번 소통에서 양측이 중대 국내 정치 일정이 있는 가을까지만이라도 양국 관계의 상황을 더 악화시키는 조치를 자제하자는데 뜻을 같이할지가 관건일 것으로 보인다.
치열한 전략경쟁 속에 각종 현안을 둘러싼 이견을 좁히긴 어려워도 양국간 무력 충돌에 따른 탈선을 막는 '가드레일'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양측 다 인식하고 있을 것이라는 게 외교가의 평가다.
그러나 미중간 여러 이슈를 집어삼킬 '블랙홀'로 등장한 펠로시의 대만 방문 문제가 어떤 방향으로든 정리되지 않으면 이번 대화가 실질적 의미를 갖기 어려울 것이라는 게 많은 전문가의 관측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삼권분립의 미국에서 대통령이 의회 수장의 대만행을 막는 데 한계가 있다는 논리를 들 수 있지만, 중국은 바이든 대통령이 뜻만 있다면 같은 민주당 출신인 펠로시의 대만행을 저지할 수 있다는 인식을 드러내고 있다.
미국 대통령 유고 시 승계 서열 2위인 펠로시 의장이 대만을 방문할 경우 좌시하지 않겠다고 중국 국방부까지 경고하고 나선 상황에서 두 정상이 '펠로시 변수'에 대해 어떤 논의를 하게 될지가 이번 통화의 최대 관전 포인트로 부상한 형국이다.
논의가 잘 될 경우 11월 인도네시아와 태국에서 각각 열리는 주요 20개국(G20)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등 연내 다자 회의를 계기로 두 정상이 첫 대면 회담을 하는 문제에 대해서도 초보적 의견 교환이 이뤄질 수 있을 전망이다.
작년 1월 바이든 대통령 취임 후 두 정상은 지금까지 4차례 화상 회담 또는 전화 통화를 했지만 대면 회담은 아직 없었다.
jhc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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