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김계환 기자 = 스위스의 글로벌 은행 크레디트스위스가 예상보다 저조한 분기 실적을 내놓은 가운데 토마스 고트슈타인 최고경영자(CEO)가 27일 사임을 발표했다.
CNBC 방송에 따르면 고트슈타인 CEO는 이날 분기 실적을 발표하면서 크레디트스위스에서 근무한 지난 23년은 자신에게 영광이었고 특권이었다면서 사퇴 의사를 밝혔다.
고트슈타인 후임으로는 크레디트스위스의 자산운용 사업부를 이끌었던 울리히 쾨르히가 선임될 것으로 알려졌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 사안을 잘 아는 소식통의 말을 인용해 이사들 사이에서 지지부진한 구조조정에 대한 실망감이 커지고 있었다고 말했다.
크레디트스위스의 주가는 고트슈타인이 CEO로 있는 동안 역대 최저가를 기록하기도 했다.
현재 시가총액은 경쟁 업체인 UBS(470억달러)에도 크게 못 미치는 140억달러(약 18조3천890억원) 수준까지 떨어졌다.
WSJ은 고트슈타인과 함께 투자은행 업무를 책임지고 있는 크리스티안 메이스너도 지금 당장은 아니지만 곧 회사를 떠날 것이라고 전했다.
미행 스캔들로 물러난 티잔 티엄의 뒤를 이어 지난 2020년 초 취임한 고트슈타인은 각종 스캔들로 얼룩진 회사를 일신하기 위해 노력했으나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미행 스캔들은 크레디트 스위스가 지난 2019년 9월 자산운용 부문 임원을 사설탐정을 통해 미행한 사건으로 이로 인해 티잔 CEO가 물러나는 등 홍역을 치렀다.
크레디트스위스는 지난해 파산한 영국 그린실 캐피털과 한국계 미국인 투자자 빌 황의 아케고스 캐피털에 대한 투자 실패로 막대한 손실을 봤다.
올해 1월엔 안토니우 오르타-오조리우 이사회 의장이 코로나19 자가격리 조치를 위반한 혐의를 받은 끝에 사임하기도 했다.
2월엔 인신매매범, 전범 등 범죄자뿐 아니라 세계 각국의 국가수반과 장관, 정보기관장, 유력 정치인 등 비밀고객 3만여명의 비밀계좌를 운영했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지난달에는 마약 밀매 조직의 돈세탁을 제대로 감시하지 않은 혐의로 법원에서 유죄 선고를 받는 등 잡음이 끊이지 않았다.
한편 크레디트스위스는 지난 분기에 전문가들의 예상치(3억9천816만스위스프랑)보다 훨씬 많은 15억9천300만스위스프랑(약 2조1천751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 51억300만스위스프랑(약 7조48억원)에 달했던 매출도 36억4천500만스위스프랑(약 4조9천771억원)에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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