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분기 스마트폰·TV 판매 부진에 실적 상승세 한풀 꺾여
반도체, 전체 영업이익 70% 담당…하반기엔 수요 둔화 우려
(서울=연합뉴스) 김기훈 김철선 기자 = 글로벌 경기침체 우려 등에 따른 수요 부진 여파로 삼성전자[005930]의 실적 상승세에 제동이 걸렸다.
다만 인플레이션(물가 상승)과 공급망 이슈 등 어려운 경영 여건 속에서도 반도체가 실적 버팀목 역할을 톡톡히 하며 견조한 실적을 낸 것으로 평가된다.
2분기 성장세의 발목을 잡은 것은 스마트폰·TV 등 세트(완성품) 판매 부진이었다. 이들 사업부는 하반기 전망도 밝지 않은 상황이다.
반도체 역시 3분기부터 경기 둔화의 영향권에 들 것이라는 전망에 무게가 실린다.
◇ 삼성전자, 반도체가 2분기 실적 견인…비메모리 실적 '역대 최대'
28일 삼성전자에 따르면 2분기 매출은 77조2천억원, 영업이익은 14조1천억원을 기록했다.
삼성전자 매출은 지난해 3분기(74조원)와 4분기(76조7천억원)에 이어 올해 1분기(77조8천억원)까지 3개 분기 연속 역대 최고치를 갈아치웠으나 2분기 들어 성장세가 꺾인 것이다. 다만 2분기 기준으로는 역대 최대 규모다.
이처럼 비교적 견조한 실적을 낼 수 있었던 것은 반도체 덕분이다.
2분기 반도체(DS) 부문 영업이익은 9조9천800억원으로 전체 영업이익의 무려 70%를 차지했다.
글로벌 메모리 반도체 1위 기업인 삼성전자는 메모리 업황에 따라 사실상 실적이 좌우된다.
경기 침체 우려 등에 따라 PC나 모바일용 수요가 약세를 보였으나 서버용 수요는 견조했던 것으로 분석된다.
삼성전자 측은 "시장 실수요 대응을 위한 판매 전략으로 예상 대비 양호한 판가를 유지했다"며 "달러 강세 영향 등으로 전 분기 대비 실적이 개선됐다"고 설명했다.
비메모리 부문에서도 괄목할만한 성과를 냈다.
시스템반도체는 SoC(System on Chip) 대량판매 모델과 DDI(디스플레이 구동칩) 판매가 확대됐다. 또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첨단 공정 수율이 정상궤도에 오르며 전 분기 대비 이익이 61% 증가하며 역대 최고 분기 이익을 기록했다.
디스플레이(SDC) 부문은 2분기 매출 7조7천100억원, 영업이익 1조600억원을 기록했다.
중소형 패널은 스마트폰 비수기에도 주요 고객 플래그십 모델 수요가 지속되며 2분기 기준 최대 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을 달성했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대형 패널의 경우 QD 디스플레이 초기 비용과 LCD 판가 하락으로 실적이 줄었다.
DX(모바일·가전) 부문은 2분기 매출 44조4천600억원, 영업이익 3조200억원을 기록했다.
세부적으로 MX(모바일)·네트워크 부문은 영업이익 2조6천200억원을 거뒀다.
모바일의 경우 계절적으로 비수기인데다 지정학적 이슈와 인플레이션 우려 등으로 시장 수요가 위축된 게 수익성 악화의 원인으로 분석된다.
다만 갤럭시 S22와 갤럭시 탭 S8 시리즈 등 프리미엄 신모델 판매가 늘면서 작년 동기보다는 매출이 늘었다고 삼성전자는 설명했다.
네트워크는 안정적 수주사업으로 매출이 소폭 증가했다.
VD(영상디스플레이)·가전 부문의 영업이익은 3천600억원에 그쳤다. 코로나19 펜트업(pent-up) 효과가 약해진데다, 고금리·고물가 등으로 인한 소비 심리 위축으로 TV 수요가 작년 동기보다 감소한 원인이 크다.
다만 가전은 비스포크(BESPOKE)의 글로벌 판매 호조와 에어컨 성수기 진입으로 최대 분기 매출을 연속 달성했다.
◇ 하반기 메모리 시장은 '먹구름'…삼성·하이닉스 실적 전망 하향
삼성전자와 함께 메모리 반도체 시장을 주도하는 SK하이닉스[000660]도 2분기에 역대 최대 분기 매출을 올렸다.
SK하이닉스가 전날 발표한 2분기 실적을 보면 매출은 13조8천110억원, 영업이익은 4조1천926억원을 기록했다.
작년 동기 대비 매출은 33.8%, 영업이익은 55.6% 각각 증가했다.
2분기에 D램 제품의 가격은 하락했지만 낸드 가격이 상승한 데다 전체적인 판매량이 증가하면서 역대 최대 매출을 올릴 수 있었다.
원·달러 환율 상승과 지난 연말 자회사로 편입된 솔리다임의 실적이 더해진 점도 실적을 끌어올린 한 요인으로 꼽힌다.
이처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올해 상반기 역대 최대 매출을 올리며 호실적을 써냈지만, 이들 기업이 주력하는 메모리 반도체 업황 둔화로 하반기 실적 전망에는 먹구름이 드리웠다.
메모리 반도체 시황은 세계 경기와 밀접하게 연동되는 경향이 있는데, 최근 글로벌 경기침체 우려 속에 스마트폰과 PC 등 IT 제품 수요가 위축되고 기업들의 서버 투자도 보수적으로 바뀌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SK하이닉스는 최근 컨퍼런스콜을 통해 D램과 낸드플래시 등 메모리 반도체 제품의 재고 수준이 높아졌다며 하반기 메모리 반도체 수요 전망치를 하향 조정했다.
여기에 더해 지난해 말부터 시작된 메모리 반도체 가격 하락세도 올해 하반기부터 본격화될 전망이다.
대만의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는 최근 보고서에서 올해 3분기 D램과 낸드플래시 가격이 2분기보다 각각 5~10%, 8∼13%까지 하락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메모리 수요 위축과 공급 과잉 우려 등을 이유로 기존 전망치보다 하락폭이 커질 것으로 관측했다.
증권가에서는 이 같은 메모리 업황 둔화 우려를 고려해 최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실적 전망을 줄줄이 하향했다.
신한금융투자는 최근 보고서에서 삼성전자의 올해 연간 영업이익 추정치를 기존 58조4천860억원에서 54조311억원으로 7.6% 낮췄고, 메모리 사업 비중이 더 큰 SK하이닉스의 전망치는 기존 15조5천182억원에서 13조2천60억원으로 14.9% 하향 조정했다.
반도체 업황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기업들은 대규모 시설투자에 더욱 신중한 모습이다.
SK하이닉스는 지난달 말 이사회를 열고 충북 청주공장 증설 안건을 의결할 예정이었지만, 최근 급변하는 반도체 업황을 고려해 투자 결정을 보류하기도 했다. 또한 내년 시설투자 규모를 상당폭 조정할 것이라고도 예고했다.
한편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가트너는 경기침체와 인플레이션 등을 이유로 올해 세계 반도체 시장 성장률을 기존 13.6%에서 7.4%로 하향 조정했다.
이는 지난해 시장 성장률 26.3%보다 대폭 낮아진 수준으로, 내년에는 세계 반도체 시장이 2.5% 역성장할 것으로 가트너는 예상했다.
kihun@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