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러 교환대상 지목된 '죽음의 상인'…"무기 암시장의 트럼프"

입력 2022-07-28 10:55   수정 2022-07-28 16:56

미·러 교환대상 지목된 '죽음의 상인'…"무기 암시장의 트럼프"
2008년 태국서 붙잡힌 빅토르 부트…영화 '로드 오브 워' 모델로 알려져
본인은 혐의 전면 부인…러시아는 오랫동안 석방 요구



(서울=연합뉴스) 박상현 기자 = 미국 정부가 러시아에 억류 중인 자국민 2명을 석방하기 위해 '죄수 맞교환' 형식으로 풀어주겠다고 제안한 인물이 일명 '죽음의 상인'(Merchant of Death) 빅토르 부트(55)로 알려져 그의 행적이 새삼 주목된다.
CNN방송과 워싱턴포스트(WP) 등 외신은 미국이 러시아에 수감 중인 브리트니 그라이너와 폴 휠런을 석방시키는 조건으로 미국에서 복역 중인 부트를 돌려보내는 방안을 지난달 러시아에 제안했다고 2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미 여자프로농구(WNBA) 스타 그라이너는 올 2월 러시아에 입국하는 과정에서 마약 밀수 혐의로 체포돼 재판을 받고 있고, 기업 보안 책임자 출신인 휠런은 2018년 스파이 혐의로 징역 16년형을 선고받아 복역 중이다.
이들의 교환 상대로 지목된 부트는 거물급 무기상으로, 그를 조명하는 책과 영화 등이 나올 정도로 암흑세계에선 유명 인사다.
그는 콜롬비아 좌익 반군 콜롬비아무장혁명군(FARC)에 무기를 판매하려 한 혐의 등으로 미국에서 기소돼 2012년 징역 25년형을 선고받고 일리노이주 감옥에서 생활하고 있다.
옛 소련의 일부였던 타지키스탄 출신인 부트는 소련이 해체되기 전까지 통역 장교로 근무했다.
사회주의가 무너진 이후에는 항공 수송업을 하면서 무기 밀매에 발을 들였고, 어느새 세계 무기 암시장의 거두가 됐다.


부트가 '죽음의 상인'으로 불리는 이유는 그가 전세계 분쟁지역의 무기 밀매에 깊숙이 관여한 악명 높은 인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그는 니컬러스 케이지가 주연을 맡은 영화 '로드 오브 워'(Lord of war)의 실제 주인공으로 알려졌다.
이 작품에서 주인공 유리 올로프는 우크라이나에서 감쪽같이 사라진 무기를 세계의 독재자와 전쟁광 등에게 팔아넘긴다. 제목처럼 그는 영화에서 '전쟁의 신'으로 비친다.
부트의 고객 명단에는 아프가니스탄 이슬람 무장세력 탈레반은 물론 아프리카 라이베리아 대통령으로 재직하면서 이웃 나라 반군단체의 민간인 테러를 지원한 찰스 테일러, 리비아 독재자 무아마르 카다피 등이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나 그는 2008년 태국에서 미국 마약단속국(DEA)의 함정수사에 걸려 체포돼 2010년 11월 미국으로 송환됐다.
미국 관리들은 그를 무기 밀거래 시장의 도널드 트럼프나 빌 게이츠로 묘사했다고 WSJ은 전했다.
그러나 이같은 '명성'에도 부트 본인은 재판 과정에서 무기 거래에 연루되지 않았다고 항변했고, 러시아 정부도 부트의 유죄 판결이 적법하지 않다고 주장하면서 오랫동안 석방을 요구해 왔다.
부트의 부인은 죄수 교환 제안 소식이 알려진 뒤 러시아 국영 리아노보스티 통신에 "남편과 어제 통화했을 때 그는 죄수 교환에 대해 어떤 것도 알지 못했다"며 "나도 이와 관련한 정보가 없다"고 말했다고 로이터 통신이 전했다.
미국은 올 4월에도 러시아에서 경찰관 폭행 혐의로 복역 중이던 미국인 트레버 리드와 러시아 마약 밀매범 콘스탄틴 야로셴코를 교환했고, 그보다 앞선 1986년에는 미국 언론인 니컬러스 다닐로프와 소련 물리학자 제나디 자하로프를 맞바꾼 바 있다.

psh59@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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