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부 탐색기 끝났나…중국, 칩4 이어 사드 3불 공세
美와 전략경쟁 심화 속 자국 경제·안보 이해 관철 시도 본격화
(베이징=연합뉴스) 조준형 특파원 = 중국이 자국 이해가 걸린 한국의 경제 및 안보 현안에서 본격적으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2개월여 이어간 관망 기조를 접고 자국 이해를 관철하려는 강도가 세지는 모습이다.
관영 매체를 통한 간접 압박을 벗어나 정부가 직접 나서고 있다.
자오리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27일 정례 브리핑에서 '사드 3불 정책은 약속이나 합의가 아닌 입장 표명'이라는 최근 박진 외교부 장관 발언에 대한 논평을 요구받자 "한국은 2017년 사드 문제에 대해 정중한 입장을 밝혔다"며 "이는 양국 상호 신뢰 증진과 협력 심화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
자오 대변인은 이어 "새로운 관리(지도자)는 과거의 부채를 외면할 수 없다"며 "이웃 나라의 안보와 관련된 중대하고 민감한 문제에 대해 한국 측은 계속 신중하게 행동하고 근본적인 해결책을 모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드 3불은 2017년 10월 한국 정부가 사드 추가 배치를 하지 않고, 미국의 미사일방어(MD) 체제에 참여하지 않으며, 한미일 군사협력이 동맹으로 발전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힌 것을 말한다. 문재인 정부 때부터 당국자들은 이것이 국가 간 합의나 약속이 아닌 '사드 현상유지'에 당시 정부의 입장 표명이라고 설명해왔으나 중국은 정권이 바뀌어도 준수해야 할 국가 간 합의로 간주하는 시각을 드러낸 것이다.
사드 3불 표명 이후 지난 5년간 미중 전략경쟁은 더욱 심화했고, 한국의 MD 참여와 한미일 군사동맹이 중국 안보에 갖는 의미는 한층 더 무거워졌다. 이런 상황에서 박 장관 발언이 나오자 기다렸다는 듯 '사드 3불'은 합의라는 '대못박기'에 나선 형국이다.
앞서 자오리젠 대변인은 미국이 한국에 반도체 공급망 동맹(칩4) 참여를 요구한 데 대해 지난 19일 브리핑에서 "관련 당사자 측이 객관적이고 공정한 입장을 갖고 자신의 장기적인 이익과 공평하고 공정한 시장 원칙에서 출발해 글로벌 반도체 산업망과 공급망의 안정을 수호하는 데 도움 되는 일을 많이 하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칩4는 글로벌 산업망과 공급망 안정에 부정적인 것이니 한국이 거기에 참여하지 않음으로써 글로벌 산업·공급망 안정에 도움을 주라는 뜻이었다.
사드 3불과 칩4에 대한 입장 표명을 하면서 중국은 공히 자국 매체가 브리핑 때 질문하면 외교부 대변인이 미리 준비한 답변을 낭독하는 형식을 취했다.
외교부 대변인 브리핑의 주요 내용은 대외 입장 표명일 뿐 아니라 자국 방송과 매체를 통해 반복적으로 소개되기 때문에 국내 정치적 의미도 있다.
사드 3불과 칩4는 모두 한국의 안보와 경제 관련 내정 사안이면서 미국과 연결돼 있는데 중국이 자국의 전략적 이익과 밀접하게 연계된 사안으로 간주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즉, 중국은 미중 전략경쟁과 관련된 자국 안보·경제 이익에 대한 타산에 입각해 한국의 내정에 영향력을 행사하려 하는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중국은 한국인의 반중 정서에 지대한 영향을 준 사드 보복 때처럼 한국 내 반발로 역풍이 일 가능성을 의식한 듯 사드 3불과 칩4 사안에서 거친 비난 공세는 미국 쪽으로 쏟아내고 있다.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칩4에 대해 "세계 경제가 깊이 서로 융합된 상황에서 미국 측의 이런 행태는 흐름을 거스르는 것"이라고 했고, 사드에 대해 "미국의 사드 배치에 대한 중국 측의 반대 입장은 한국이 아니라 중국의 전략적 안보를 의도적으로 훼손하려는 미국의 불량한 의도를 겨냥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8월 초중순 박진 장관의 중국 방문이 추진되는 상황에서 중국의 압박은 점점 강도를 더할 것으로 예상된다. 아직은 주로 '말'로 압박하고 있으나 통하지 않는다고 판단하면 경제적 영향력을 동원하려 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 관측통들의 예상이다.
중국 정법대 문일현 교수는 28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중국이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한동안 관찰을 이어가다가 한국 정부의 대중국 정책이 어느 정도 드러났다고 보고 행동으로 견제에 들어간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문 교수는 "중국이 사드만 거론한 것이 아니라 한미일 안보 공조의 한계선까지 담고 있는 '사드 3불'을 들고나온 것은 한국 정부의 대일본 접근과 한미일의 대중국 공조 강화를 견제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jhcho@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美와 전략경쟁 심화 속 자국 경제·안보 이해 관철 시도 본격화
(베이징=연합뉴스) 조준형 특파원 = 중국이 자국 이해가 걸린 한국의 경제 및 안보 현안에서 본격적으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2개월여 이어간 관망 기조를 접고 자국 이해를 관철하려는 강도가 세지는 모습이다.
관영 매체를 통한 간접 압박을 벗어나 정부가 직접 나서고 있다.
자오리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27일 정례 브리핑에서 '사드 3불 정책은 약속이나 합의가 아닌 입장 표명'이라는 최근 박진 외교부 장관 발언에 대한 논평을 요구받자 "한국은 2017년 사드 문제에 대해 정중한 입장을 밝혔다"며 "이는 양국 상호 신뢰 증진과 협력 심화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
자오 대변인은 이어 "새로운 관리(지도자)는 과거의 부채를 외면할 수 없다"며 "이웃 나라의 안보와 관련된 중대하고 민감한 문제에 대해 한국 측은 계속 신중하게 행동하고 근본적인 해결책을 모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드 3불은 2017년 10월 한국 정부가 사드 추가 배치를 하지 않고, 미국의 미사일방어(MD) 체제에 참여하지 않으며, 한미일 군사협력이 동맹으로 발전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힌 것을 말한다. 문재인 정부 때부터 당국자들은 이것이 국가 간 합의나 약속이 아닌 '사드 현상유지'에 당시 정부의 입장 표명이라고 설명해왔으나 중국은 정권이 바뀌어도 준수해야 할 국가 간 합의로 간주하는 시각을 드러낸 것이다.
사드 3불 표명 이후 지난 5년간 미중 전략경쟁은 더욱 심화했고, 한국의 MD 참여와 한미일 군사동맹이 중국 안보에 갖는 의미는 한층 더 무거워졌다. 이런 상황에서 박 장관 발언이 나오자 기다렸다는 듯 '사드 3불'은 합의라는 '대못박기'에 나선 형국이다.
앞서 자오리젠 대변인은 미국이 한국에 반도체 공급망 동맹(칩4) 참여를 요구한 데 대해 지난 19일 브리핑에서 "관련 당사자 측이 객관적이고 공정한 입장을 갖고 자신의 장기적인 이익과 공평하고 공정한 시장 원칙에서 출발해 글로벌 반도체 산업망과 공급망의 안정을 수호하는 데 도움 되는 일을 많이 하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칩4는 글로벌 산업망과 공급망 안정에 부정적인 것이니 한국이 거기에 참여하지 않음으로써 글로벌 산업·공급망 안정에 도움을 주라는 뜻이었다.
사드 3불과 칩4에 대한 입장 표명을 하면서 중국은 공히 자국 매체가 브리핑 때 질문하면 외교부 대변인이 미리 준비한 답변을 낭독하는 형식을 취했다.
외교부 대변인 브리핑의 주요 내용은 대외 입장 표명일 뿐 아니라 자국 방송과 매체를 통해 반복적으로 소개되기 때문에 국내 정치적 의미도 있다.
사드 3불과 칩4는 모두 한국의 안보와 경제 관련 내정 사안이면서 미국과 연결돼 있는데 중국이 자국의 전략적 이익과 밀접하게 연계된 사안으로 간주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즉, 중국은 미중 전략경쟁과 관련된 자국 안보·경제 이익에 대한 타산에 입각해 한국의 내정에 영향력을 행사하려 하는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중국은 한국인의 반중 정서에 지대한 영향을 준 사드 보복 때처럼 한국 내 반발로 역풍이 일 가능성을 의식한 듯 사드 3불과 칩4 사안에서 거친 비난 공세는 미국 쪽으로 쏟아내고 있다.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칩4에 대해 "세계 경제가 깊이 서로 융합된 상황에서 미국 측의 이런 행태는 흐름을 거스르는 것"이라고 했고, 사드에 대해 "미국의 사드 배치에 대한 중국 측의 반대 입장은 한국이 아니라 중국의 전략적 안보를 의도적으로 훼손하려는 미국의 불량한 의도를 겨냥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8월 초중순 박진 장관의 중국 방문이 추진되는 상황에서 중국의 압박은 점점 강도를 더할 것으로 예상된다. 아직은 주로 '말'로 압박하고 있으나 통하지 않는다고 판단하면 경제적 영향력을 동원하려 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 관측통들의 예상이다.
중국 정법대 문일현 교수는 28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중국이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한동안 관찰을 이어가다가 한국 정부의 대중국 정책이 어느 정도 드러났다고 보고 행동으로 견제에 들어간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문 교수는 "중국이 사드만 거론한 것이 아니라 한미일 안보 공조의 한계선까지 담고 있는 '사드 3불'을 들고나온 것은 한국 정부의 대일본 접근과 한미일의 대중국 공조 강화를 견제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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