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링컨센터에서 'K-인디 뮤직 나이트' 성황
(뉴욕=연합뉴스) 강건택 특파원 = "누가 내 가슴에다 불을 질렀나", "잔나비!"
밴드 잔나비의 열창에 뉴요커들은 미리 연습이라도 한 것처럼 호흡이 딱딱 맞았다.
리드보컬 최정훈이 "누가 내 가슴에다 불을 질렀나", "누가 내 심장에다 못을 박았나"라고 노래할 때마다 팬들은 큰 목소리로 "잔나비"로 화답했다. "아이 러브 유", "위 러브 유"라고 추임새를 넣는 관객도 많았다.
27일(현지시간) 저녁 미국 뉴욕시 링컨센터의 야외 공연장 댐로쉬파크에서 열린 'K-인디 뮤직 나이트'는 2천500개 객석을 가득 채우며 성황을 이뤘다.
뉴욕한국문화원과 링컨센터가 공동 개최한 이번 콘서트에는 온라인 사전예약에 실패한 팬들이 당일 선착순 입장 경쟁을 뚫기 위해 오전 9시부터 줄을 서서 기다렸다고 한다.
좌석을 받지 못한 일부 팬은 포기하지 않고 밖에서 기다리다 일찍 일어나는 관객이 나올 때마다 경비원의 안내를 받아 입장에 성공하기도 했다.
관객의 절반 가량은 한국계로 보였지만, 다양한 인종의 현지 팬도 많이 몰려와 한국 대중음악의 폭넓은 인기를 실감케 했다.
먼저 무대에 오른 '안녕바다'는 "여러분들은 우리의 꿈의 무대에 온 것"이라며 "우리에겐 마법 같은 시간"이라고 말했다.
'아리랑'을 록음악으로 편곡한 버전을 선보인 안녕바다가 히트곡 '별빛이 내린다'를 부르자 청중은 환호하며 일제히 휴대전화를 꺼내들었다.
곡을 모두 마치고 무대를 떠나는 안녕바다를 향해 "사랑해", "가지 마"라는 외침도 전해졌다.
다음 공연자로 나선 잔나비의 등장에는 마치 아이돌 가수를 방불케 하는 커다란 환호성이 쏟아졌다.
몇몇 미국인 여성 팬은 무대 바로 앞까지 나와 바닥에 쭈그려 앉은 채 잔나비의 일거수일투족을 촬영하고, 'JANNABI'라고 적은 종이를 흔들었다.
뉴욕문화원에 따르면 그리스에서 뉴욕까지 날아온 한 팬은 함께 오지 못한 친구에게 영상통화로 콘서트를 생중계하기도 했다.
인기곡 '뜨거운 여름밤은 가고 남은 건 볼품없지만'과 '주저하는 연인들을 위해'를 부를 때는 마치 한국의 콘서트장 같은 '떼창'도 펼쳐졌다.
공연 막바지에는 잔나비의 요청에 따라 관객 대부분이 자리에서 일어나 제자리에서 점프하거나 춤을 추며 분위기를 절정으로 이끌었다.
최정훈은 "제일 친한 친구가 뉴욕에 사는데 한국을 그리워한다. 우리는 한국적 정서를 잊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firstcircl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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