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부 특별조사 결과 발표…'허위자료 제출' 이스타 수사 의뢰
이스타항공, 재운항 무기한 연기…회사측 "회생 위해 영업활동 필요"
(서울=연합뉴스) 최평천 기자 = 국토교통부가 이스타항공의 회계 자료 허위 제출과 관련해 고의성이 짙다며 경찰에 수사를 의뢰하기로 했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2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이스타항공이 허위 회계 자료를 제출한 것으로 확인돼 이에 대해 수사 의뢰하기로 했다"며 "이스타항공이 완전자본잠식 상태를 의도적으로 숨기려 했을 것이라는 의심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원 장관은 "이스타항공이 고의로 허위자료를 제출했다면 항공운송사업 면허 업무 방해에 해당하므로 수사를 의뢰해 의혹을 철저히 규명하고자 한다"며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 방해인지를 수사기관이 강제력을 동원해 밝혀달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수사 의뢰로 이스타항공의 재운항도 당분간 이뤄지기 어렵게 됐다. 이스타항공은 경영난으로 2020년 3월부터 2년 넘게 국제선과 국내선 운항을 하지 못하고 있다.
앞서 국토부는 이스타항공이 국제항공운송사업 변경 면허를 발급받는 과정에서 자료를 허위로 제출한 사실을 파악하고, 특별 조사와 감사를 실시했다.
이스타항공은 이익잉여금(결손금)이 -1천993억원으로 자본잠식 상태가 아닌 회계자료를 제출해 작년 12월 15일 변경 면허를 발급받았다.
하지만 올해 5월 금융감독원 시스템에 공시된 2021년 12월 말 기준 회계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결손금은 -4천851억원으로 완전자본잠식 상태였다.
특별조사 결과 이스타항공은 지난해 11월 국토부의 재무 자료 요청에 대해 자본금, 자본잉여금 등의 항목은 당시의 현재(작년 11월 말) 시점으로 작성했지만, 결손금 항목은 2020년 5월 31일 기준으로 작성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스타항공은 자본 잠식이 없는 것으로 자료를 제출하면서도 작성 기준일을 별도로 표기하거나 국토부에 설명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원 장관은 "이스타항공이 앞뒤 설명이 전혀 없는 상태로 자본잠식이 해소됐다는 숫자만을 제시한 것"이라며 "국토부 담당자는 당연히 현재 자료라고 전제하고 면허를 발급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스타항공은 회계시스템 '셧다운'으로 2020년 5월 31일 기준 자료를 제출한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지난해 2월 4일 기준 회계자료(법원에 제출한 조사보고서)도 존재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해당 자료에는 손실금 등의 세부적인 수치는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국토부는 회생법원이 선정한 전문회계법인이 작성한 지난해 2월 4일 기준 회계자료를 같은 해 4월 회생절차를 모니터링하는 과정에서 이스타항공으로부터 제출받았다.
이스타항공은 국토부가 2021년 11월과 12월로 시기를 특정해 회계 자료를 요청했을 때도 결손금 항목은 2020년 5월 31일 기준으로 작성해 자본잠식 상태가 아닌 자료를 제출했다.
국토부는 변경면허 심사는 앞으로의 재무 능력을 심사하는 과정인 만큼 가능한 최근의 자료를 제출해야 했다는 입장이다.
원 장관은 "자본잠식으로 항공 안전 투자나 조종사 훈련도 시킬 수 없는 회사에 왜 면허를 주겠는가"라며 "작년 11월 당시 정확한 손실금이 파악이 어렵다면 그런 부분을 전제로 해서 국토부에 (말을) 했으면 자본을 확충하라고 하든지 보완 명령을 내리든지 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토부는 자본잠식 여부가 항공 면허 발급 기준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항공사업법령은 소비자 보호와 항공기 안전 투자를 위해 운항 개시일로부터 3년 동안 운영비 등을 충당할 수 있는 재무 능력을 면허 기준으로 두고 있다. 재무 능력은 자본잠식과 밀접하게 연관된 것으로 볼 수 있다는 게 국토부의 설명이다.
이스타항공이 지난달 8일 국토부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이스타항공은 지난 5월 유상증자를 통해 완전자본잠식(자본잠식률 97.63%)을 해소했지만, 허위자료 제출에 대한 사법적 판단이 나올 때까지 항공운항증명(AOC)도 취득하지 못할 전망이다.
원 장관은 "(직원들) 개개인을 보면 안타깝지만 명백한 불법이 의심되는 사례를 방치하거나 묵인할 수 없다"며 "수사기관에서 허위 제출이 밝혀지면 변경 면허 발급은 무효가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번 수사 의뢰와 관련해 이스타항공 창업주가 이상직 전 의원이라는 점 등의 정치적 고려가 있었는지에 대해서는 "전혀 아니다"며 "이상직 전 대표가 직접적으로 연결됐다는 자료를 저희가 갖고 있지 않고, 항공 안전과 고객 이익을 생각했을 때 엄격한 법·규정이 지켜져야 한다는 것"이라고 답했다.
경영난을 겪다가 지난해 2월 기업회생절차에 돌입한 이스타항공은 골프장 관리·부동산임대업체인 ㈜성정에 인수됐다. 성정은 인수자금 700억원과 운영자금 387억원을 투입해 인수를 마무리했다.
이스타항공은 이날 입장을 내고 "추가적인 조사가 더 필요하다는 조치를 안타깝게 생각하고 무겁게 받아들인다"며 "이후 진행되는 절차에도 적극적으로 협조해 부족한 부분을 면밀히 살펴보겠다"고 밝혔다.
이어 "이스타항공이 다시 회생하기 위해서는 영업활동이 필요하다"며 "재운항 시점 연기가 직원과 협력사로 피해가 가지 않도록 조사와 재운항 절차에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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