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 안 되면 갈등 급격히 고조…러·중 의중 파악 힘들어"
(서울=연합뉴스) 박상현 기자 = 국제사회가 다극화하고 군비경쟁이 치열해지고 있지만 소통은 잘 하지 않아 냉전 때보다 핵전쟁 가능성이 커졌다는 영국 안보 당국자의 진단이 나왔다.
27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더타임스에 따르면 스티븐 러브그로브 영국 국가안보보좌관은 이날 미국 워싱턴DC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에서 미국 등 서방이 중국, 러시아와 소통하는 과정에 문제가 생기면 전략적 갈등이 급격히 고조돼 핵전쟁에 휘말릴 수 있다고 경고했다.
러브그로브 보좌관은 냉전 시기에는 소련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라는 거대한 두 세력으로 양분됐고 서로가 대화와 협상을 통해 상대방의 정책 기조를 잘 파악했지만 지금은 과거와 다른 양상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북한과 이란은 물론이고 러시아와 중국의 기조도 불분명하다"고 말했다.
이어 화학무기금지협약(CWC), 생물무기금지협약(BTWC), 핵확산금지조약(NPT) 같은 군비경쟁을 억제하기 위한 다양한 국제협약이 여전히 작동하고 있지만, 현행 체계만으로는 이를 통제하지 못할 것으로 내다봤다.
러브그로브 보좌관은 지난 20년간 주요 국가들이 매진한 고성능 무기 개발이 강대국 사이의 미묘한 균형을 무너뜨릴 수 있다고도 우려했다.
그는 "극초음속 미사일의 등장, 사이버·우주 기술과 생물학 무기 개발이 세계를 덜 안전한 곳으로 만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무기가 급속하게 고도화하고 종류도 많아지면서 세계가 '위험한 궤도'(dangerous trajectory)에 올랐다는 것이 러브그로브 보좌관의 생각이다.
음속의 5배가 넘는 속도로 날아가는 무기인 극초음속 미사일의 경우 러시아와 중국은 이미 실전 배치를 마친 것으로 알려졌고, 미국은 최근 전략폭격기 B-52H에서 시험 발사하는 데 성공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인 3월 극초음속 미사일 '킨잘'로 우크라이나 군사시설을 공격했다. 킨잘에는 핵탄두와 재래식 탄두를 모두 장착할 수 있다.
러브그로브 보좌관은 잘못된 판단에 따른 무기 사용을 막으려면 무엇보다 대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대만을 둘러싸고 미국과 중국 간 긴장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양국 정상이 28일 전화통화하기로 한 결정을 높이 평가하면서 "영국은 중국과 대화에 나선 바이든 미국 대통령을 지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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