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타항공 항공 면허 무효 위기…국토부 부실 심사 지적도

입력 2022-07-28 17:44  

이스타항공 항공 면허 무효 위기…국토부 부실 심사 지적도
이스타 AOC 인가 절차 중단…사법적 판단 나올 때까지 영업 못해
원희룡 "국토부 직원 책임 있는지 수사 과정서 밝혀지길"

(서울=연합뉴스) 최평천 기자 = 기업회생절차를 졸업하고 재운항을 준비하던 이스타항공이 항공 사업 면허 취소 위기에 직면하면서 '벼랑 끝'으로 내몰리게 됐다.
국토교통부는 28일 "이스타항공의 변경면허 신청 및 발급 과정에 대한 조사 결과, 이스타항공의 허위 회계자료 제출에 대해 수사 의뢰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국토부 조사 결과 이스타항공은 국제항공운송사업 변경 면허를 발급받는 과정에서 회계 자료를 허위 제출한 것으로 드러났다.
국토부가 제대로 된 자료 확인 없이 변경 면허를 발급하고, 뒤늦게 허위자료 제출 사실을 파악했다는 점에서 국토부의 책임이 크다는 지적도 나온다.



◇ 멀어진 재운항…항공 면허 무효 가능성
2020년 3월 국제선과 국내선 운항을 모두 중단했던 이스타항공은 애초 올해 상반기 안으로 국내선 운항을 재개할 계획이었다.
이스타항공은 골프장 관리·부동산임대업체인 ㈜성정을 인수자로 선정한 지난해 11월 국토부에 국제항공운송사업 변경 면허를 신청했다. 대표자를 변경하고 항공 사업을 재개하기 위한 절차다.
작년 12월 변경 면허를 발급받은 이스타항공은 국제 항공운송사업 운항증명(AOC) 인가를 국토부에 신청하며 본격적인 재운항 준비에 착수했다. 이스타항공은 최근 비상 탈출 시연 등의 AOC 인가를 위한 심사도 마무리했다.
하지만 이스타항공이 작년 면허 발급 과정에서 자본잠식 상태를 숨긴 허위 회계 자료를 제출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재운항 자체가 불가능해졌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브리핑을 통해 "허위로 발급받은 면허는 무효가 된다"며 "변경 면허가 유효해야 그 이후에 AOC 후속 절차가 성립되는데 전제가 허위였다면 이후 절차는 논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이스타항공은 회생을 위해 영업을 할 수 있게 해달라고 호소하고 있지만, 국토부는 수사 결과가 나오거나 법원에서 재판 결과가 나올 때까지 이스타항공의 운항을 허용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항공기 3대를 도입하고 추가 도입을 준비 중이던 이스타항공은 영업 활동이 불가능해짐에 따라 심각한 재무적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이스타항공은 "정상적인 영업활동의 개시가 늦어질 경우 항공기 도입 등 모든 절차의 차질이 불가피해 심각한 경영상의 어려움에 처할 수 있다"고 밝혔다.
원 장관도 "수사 결과가 가급적 빨리 나오기를 바란다"며 "여러 직원의 미래가 걸려있는 만큼 수사기관에서 신속하게 처리해주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영업활동을 못 하는 동안에도 항공기 리스비와 인건비 등의 고정비는 계속 지출된다. 만약 혐의가 없다는 사법적 결론이 나오더라도 이미 재무적으로 회생 불가능한 기업이 될 수 있다는 우려마저 나온다.
수사 결과 이스타항공의 고의성이 인정된다면 이스타항공의 면허는 무효가 된다. 이 경우 1천여명의 이스타항공 직원들은 일자리를 잃을 수 있고, 채권자와 주주 등도 막대한 손실을 보게 된다.



◇ 국토부 항공 면허 발급 절차 부실 지적도
국토부는 이스타항공의 지난해 11월 허위 자료 제출 사실을 올해 5월 금융감독원 회계 감사보고서 공시를 통해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스타항공은 지난해 11월 변경 면허를 신청할 당시 결손금만 2020년 5월 기준으로 작성해 회계 자료를 제출했다.
원 장관은 "순손실 자료만 1년 반 전의 수치일 것이라고 차마 상상하지 못했다"며 국토부는 변경 면허 발급 당시 이스타항공의 자본잠식 사실을 몰랐다고 강조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2021년 11월과 12월의 결손금 현황 자료를 이스타항공에 제출하라고 했을 때 이스타항공은 10월에는 자본잠식이었지만 11월과 12월에는 자본잠식이 해소됐다는 자료를 제출했다"고 말했다.
다만 이스타항공이 결손금 기준일을 고의로 숨겼더라도 국토부가 확인 절차 없이 회계 자료만 보고 변경 면허를 발급했다는 점에서 심사를 부실하게 했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는 대목이다.
특히 2021년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영업 중인 저비용항공사(LCC)들도 적자를 보고 있는 상황인데 국토부가 자본잠식이 아니라는 이스타항공의 자료를 검증 없이 그대로 수용했다는 점은 납득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원 장관은 "중대한 직무 태만이 있는지, 또 그것을 넘어서는 국토부 직원들의 의혹이 있는지도 수사 대상에 포함돼야 한다"며 "국토부 업무 담당 직원들의 책임이 있는지도 수사 과정에서 명백히 밝혀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스타항공은 2020년 5월을 기준으로 회계 자료를 작성했다는 점을 국토부에 설명했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일각에서는 국토부 직원의 유착 가능성도 제기된다.
결국 수사를 통해 국토부 담당자가 해당 내용을 알고도 변경 면허를 발급했는지, 아니면 이스타항공이 자본잠식을 고의로 숨겼는지 등의 실체가 드러날 전망이다.
pc@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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