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븐 옴스테드 장군 안장식…한국 국방장관 참석해 尹대통령 조전 전달
이병으로 불멸의 동투 참전했다 중장 예편…아들 "장진호 전투는 아버지의 일부"
(트라이앵글[美버지니아]=연합뉴스) 류지복 특파원 = 한국전쟁 때 장진호 전투에 참전한 미군 '전쟁 영웅'이 장진호 전투 기념비 인근 국립묘지에 영원한 안식처를 찾았다.
28일(현지시간) 오후 미국 버지니아주 트라이앵글에 있는 퀀티코 국립묘지에서는 지난 20일 숙환으로 별세한 스티븐 옴스테드 예비역 해병대 중장의 안장식이 엄숙히 거행됐다.
마침 워싱턴DC에서 한국전 전사 미군과 카투사 4만3천808명의 이름을 아로새긴 '추모의 벽' 헌정식이 열린 이튿날이기도 하다.
유족과 조문객 1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안장식에는 이종섭 국방장관 등 한국측 인사도 상당수 자리해 고인의 마지막 길을 배웅했다.
헬리콥터 4대가 영구차 상공을 날고 7명의 의장대가 3발씩의 예포를 쏘며 영웅이 영면하는 길에 최고의 예우를 다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옴스테드 장군의 별세 후 "슬픔을 금할 수 없다"는 조전을 낸 데 이어 이날 이 장관을 통해 조전을 유족에게 직접 전했다.
이 장관은 '잊힌 전쟁, 잊히지 않은 영웅'(forgotten war, unforgotten hero)이라고 적힌 '형제의 상'도 전달했다. 이 조형물은 6·25 당시 원주 치악고개 전투에서 형제가 한국군과 북한군으로 만난 극적인 순간을 형상화한 것으로, 화해와 사랑, 용서의 의미를 담고 있다.
41년 간 군 생활을 한 옴스테드 장군은 이등병으로 입대해 중장까지 진급한 입지전적인 인물로, 한국전쟁 때 가장 치열했던 전투 중 하나인 장진호 전투 참전 용사로 더욱 잘 알려져 있다.
이 전투는 1950년 11월 말부터 보름 여간 함경남도 장진호에서 미 해병 1사단 1만5천여 명이 북측의 임시 수도인 강계 점령 작전을 수행하던 중 12만 명의 중국군에 포위돼 전멸 위기에 처했다가 2주 만에 극적으로 포위망을 뚫고 철수한 전투다.
미 전쟁사에서 '불멸의 동투(冬鬪)'이자 '역사상 가장 고전했던 전투', '성공한 퇴각 작전' 중 하나로 기록됐지만, 이들이 버텨준 덕분에 흥남 철수를 비롯해 10만 명이 넘는 피란민이 남쪽을 향해 무사히 탈출할 수 있었다.
옴스테드 장군은 당시 19세의 나이로 이등병 계급장을 달고 전투에 투입됐다가 영하 30∼40도의 혹한 속에서 수차례 죽을 고비를 넘겼다. 이 전투에서 미군 4천500여 명이 전사했다.
옴스테드 장군이 영면에 든 국립묘지는 장진호 전투 기념비가 세워진 해병대 박물관과 직선 거리로 2㎞도 떨어지지 않을 만큼 지척이다.
이 기념비는 그의 '유산'이기도 하다.
그는 예편 후 기념비 건립 추진단체의 고문을 맡아 팔각기둥 위에 '고토리의 별'이 올려진 형태의 기념비가 2017년 이곳에 설치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퇴각 도중 눈보라가 몰아쳐 길을 찾지 못했는데 장진군 고토리에 이르렀을 때 눈이 그쳐 별이 보이고 시작했고 그 별을 보고 길을 찾을 수 있었다고 한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2017년 방미 때 기념비 헌화 일정에서 옴스테드 장군을 직접 만나 허리를 90도로 굽혀 예를 표하기도 했다. 문 전 대통령의 부모는 '흥남 철수' 때 미군이 제공한 배를 타고 남쪽으로 내려왔다.
옴스테드 장군의 부인 베라 옴스테드(94)는 남편이 해병대 복무를 사랑했다며 "남편은 아름다운 한 나라, 한국을 지킬 수 있어서 매우 기뻐했다"고 말했다.
아들인 스티븐 옴스테드 주니어는 "아버지는 항상 한국과 유난히 특별한 관계였고 이 관계를 강화하는 것을 최우선 순위 중 하나로 둔 분이었다"고 기억했다.
미국에서 한국전쟁이 '잊힌 전쟁'으로도 불린다는 말에는 "미국인도 시간이 지나면서 믿을 수 없을 만큼 거친 환경에서 이들이 치른 희생과 분투를 알게 됐다. 더는 잊힌 전쟁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또 아버지가 장진호 전투 때 소대원들의 이름은 물론 전투 기간 매일 어디에 있었고 무슨 일을 했는지까지 또렷이 기억했다면서 "이 전투는 아버지의 영원한 일부였다"고 말했다.
이종섭 장관은 안장식을 끝낸 후 기념비가 세워진 곳으로 이동해 별도로 헌화했다.
이 장관은 "옴스테드 장군은 한국전쟁의 영웅이자 모든 한국군과 미군에게 전설적인 인물"이라며 "많은 참전 영웅 덕분에 한국이 오늘날 자유와 평화, 번영을 누릴 수 있다. 한국 국민은 결코 옴스테드 장군을 잊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jbryo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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