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택 수색에선 소련 KGB 복장 차림 사진 발견
(서울=연합뉴스) 유한주 기자 = 미국에서 수십 년 전 사망한 아동의 신분을 훔쳐 가짜 삶을 살아온 60대 부부가 덜미를 잡혔다고 CBS 방송 등 현지 매체들이 2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남편은 군 부대 납품업을 하며 군과 오랫동안 접촉해 왔는데, 이들 부부가 옛 소련 국가보안위원회(KGB) 제복으로 보이는 옷을 입고 찍은 사진이 발견돼 이들이 러시아 첩자가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보도에 따르면 월터 글렌 프림로즈(67)와 그의 부인 그윈 달 모리슨(67)은 최근 신분도용 및 정부전복 모의 혐의 등으로 22일 하와이주 오하우섬 카폴레이에서 체포됐다.
하와이주 연방지방법원에 제출된 공소장에 따르면 이들은 각각 1967년, 1968년 사망한 텍사스 출신 아동 보비 에드워드 포트와 줄리 린 먼터규의 신분을 훔친 혐의를 받는다.
연방 검찰에 따르면 부부는 1970년 텍사스의 고등학교와 대학을 동시에 나와 1980년 결혼했으나 1982년 가족에게 "증인 보호 프로그램에 들어간다"는 말을 남긴 채 돌연 집을 버리고 텍사스를 떠났다.
이들은 이후 1988년 사망한 아동들의 신분으로 재혼하며 이들인 양 살아온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프림로즈는 가짜 신분으로 1994년 미국 해안경비대에 입대했고 제대한 이후인 2016년에는 미국 국방부 도급업자로 일하기 시작한 것으로 파악됐다.
검찰은 그가 해안경비대에서는 항공 전기 기술 보직에 있었고, 국방부 도급업자로 일하는 동안엔 군 기밀 취급 인가를 받았다고 설명했다.
특히 검찰은 이들의 자택 수색 과정에서 이들이 KGB 제복으로 보이는 입을 입고 촬영한 사진을 발견, 이들의 수상쩍은 행적이 러시아와 연관성이 있는 것은 아닌지 들여다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웨인 마이어스 연방 검사는 사진 분석 결과 사진 속 이들이 착용한 옷이 실제 KGB 제복인 것으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그 사진이 1980년대 찍힌 것이라는 소견을 냈다. 이때는 부부가 텍사스를 떠난 시기와 겹친다.
이날 호놀룰루 법원은 프림로즈에 대한 구금 명령을 내리면서 그의 보석을 허용하지 않기로 했다.
이에 대해 당국이 그에 적용하고 있는 혐의가 단순한 신분도용 수준을 넘기 때문일 것이라고 CBS는 분석했다.
54년 전 사망한 먼터규의 아버지는 AP 통신과 인터뷰에서 "사람들은 요즘 어떤 일이라도 저지를 정도로 비열해졌다"며 "아이들이 편히 쉬도록 놔달라"고 호소했다.
한편 모리슨의 변호인은 KGB 제복 사진에 대해 "부부가 과거 장난으로 친구 집에서 유니폼을 입고 찍은 것"이라며 이들이 러시아 스파이라는 의혹을 부인했다.
hanju@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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