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인가구 512만원→540만원…월소득 162만원 이하면 생계급여 받아
재정당국 반대에도 2015년 이후 최고 수준…"尹정부 취약계층 지원 기조"
최신 경제상황 반영 한계 지적에 정부 "개선 검토"…급여 기준선 상향 추진
(서울=연합뉴스) 김영신 기자 = 국가 복지사업의 기준선인 '기준 중위소득'이 내년도 4인가구 기준 올해보다 5.47% 인상된다. 수급 가구 중 70% 이상인 1인가구 기준으로는 6.48% 오른다.
증가율(인상폭)은 2015년 맞춤형 급여체계로 전환된 이후 최고 수준이다. 2020년 개편된 산출방식을 실제로 지킨 첫 사례이기도 하다.
보건복지부는 29일 제67차 중앙생활보장위원회를 열고 2023년도 기준 중위소득과 각 급여별 선정기준·최저보장 수준을 이같이 결정했다고 밝혔다.
기획재정부는 재정부담을 이유로 5%대 인상에 반대했으나, '저소득층에 대한 촘촘하고 두터운 지원'이라는 윤석열 정부의 기조에 따라 이런 결정이 나왔다.
다만 산출 구조상 최신 물가상승세 등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한계는 여전해 개선안을 모색하기로 했다.
◇ 기준 중위소득 4인가구 512만원→540만원…추가 소요 재정 연간 6천억원 이상
기준 중위소득은 국민 가구소득의 중간값으로, 국내 모든 가구를 소득순으로 줄 세웠을 때 정확히 중간에 있는 가구의 소득을 말한다.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를 비롯해 12개 부처 76개 복지 사업의 수급자 선정기준으로 활용되고 있다.
내년 기준 중위소득은 4인가구 기준 올해 512만1천80원보다 5.47% 인상된 540만964원으로 결정됐다. 1인가구 기준으로는 올해 194만4천812원보다 6.48% 인상된 207만7천892원이다.
1인가구 기준 중위소득 증가율이 더 높은 이유는 가구원 수가 적을수록 1인당 생활비가 더 든다는 점을 반영하기 때문이다.
기초생활보장제도 수급자는 지난해 말 기준 236만명인데, 내년도 기준 중위소득 조정에 따라 약 9만1천명이 추가로 혜택을 받게 된다. 추가 소요 재정은 연간 6천억원 이상(생계급여 기준)으로 정부는 추계했다.
◇ 생계급여 기준 4인가구 월소득 153만원→162만원, 1인가구 58만원→62만원
올해보다 내년도 기준 중위소득이 오르면서 이를 반영한 각 급여별 선정 기준과 최저보장 수준도 함께 조정된다.
기준 중위소득 대비 생계급여는 30%, 의료급여는 40%, 주거급여는 47%, 교육급여는 50% 이하 가구에게 지급한다.
4인가구 기준으로 급여별 선정기준은 ▲ 생계급여 162만289원 ▲ 의료급여 216만386원 ▲ 주거급여 253만8천453원 ▲ 교육급여 270만482원이다.
생계급여는 최저생활을 보장하는 수준으로 지급한다. 소득이 기준보다 적으면 부족한 만큼을 정부가 급여로 보충하는 방식이다.
4인가구 최대 급여액은 올해 153만6천324원에서 내년 162만289원으로, 1인가구 최대 급여액은 58만3천444원에서 62만3천368원으로 올랐다.
예를 들어 4인가구 소득이 62만원이라면 최대 급여액과의 차액인 100만원 가량을 받을 수 있고, 소득이 0원이면 최대 급여액을 모두 받는다.
의료급여는 기존과 동일하게 급여 대상 항목에 대한 의료비 중 수급자 본인 부담 금액을 제외한 전액을 지원한다. 4인가구 기준 월소득 216만386원이면 의료급여를 받는다.
근로 능력이 없는 1종 의료급여 수급권자는 입원비가 무료이고, 외래 진료에서는 1천∼2천원의 진료비를 부담한다. 근로 능력이 있는 2종 수급권자 입원비의 10%만 내고, 외래진료비는 동네의원에서 1천원, 병원 이상에서는 15%를 부담한다.
비급여 항목 의료비는 이전과 마찬가지로 모두 본인 부담이다. 복지부는 "필수 의료서비스를 중심으로 의료급여 보장성을 단계적으로 확대할 계획"이라며 "올해 두경부 초음파, 퇴행성질환 척추 자가공명영상(MRI) 등을 급여화했고 앞으로도 필수 비급여 항목에 대한 급여화를 추진하겠다"고 설명했다.
주거급여는 4인가구 기준 월소득 253만8천453원 이하가 대상이다. 주거급여 선정 기준은 올해 기준 중위소득의 46%에서 내년 47%로 확대해 약 14만 가구(추정치)가 추가로 주거비 지원을 받게 됐다.
임차가구에 대한 임차급여 지급 상한액인 '임차가구 기준임대료'는 시장 임차료 상승분 100%를 반영해 인상한다.
주거급여는 서울(1급지), 경기·인천(2급지), 광역시·세종시(3급지), 그외 지역(4급지) 등 지역별로 다르게 지급되며, 주택을 임대하지 않고 보유한 가구의 주택 수선비용도 노후도 등에 따라 457만원∼1천241만원을 지급한다.
교육급여는 4인가구 기준 270만482원 이하가 받을 수 있다. 교육급여 중 개인이 자율적으로 사용 가능한 '교육활동지원비'를 올해보다 평균 23.3% 올려 초등학생 45만1천원, 중학생 58만9천원, 고등학생 65만4천원을 연 1회 준다.
교육활동지원비 지급 방식은 현금에서 내년 3월부터 바우처로 개편한다.
◇ "기재부 5%대 인상 반대했지만 최고폭 결정…최신 상황과 괴리 일부 한계 지속 개선"
그간 기준 중위소득 논의 과정에서 시민단체 등은 고물가 경제 상황을 고려해 대폭 인상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재정당국은 재정부담을 이유로 보수적인 의견을 냈다.
복지 전문가를 중심으로 위원회 내부에서는 전년 증가율(4인가구 5.02%)을 초과하는 인상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았으나, 기획재정부는 재정부담을 이유로 증가율을 4.19%로 제시했다.
이런 이견으로 위원회는 지난 25일 첫 회의에서는 결론을 내지 못하고, 이후 여러차례의 비공식 협의를 통해 합의를 도출했다. 국민기초생활보장법상 정부는 매년 8월 1일까지는 기준 중위소득과 최저 보장 수준을 결정해야 한다.
내년 증가율 5.47%는 기준 중위소득을 기초생활보장제도 기준선으로 사용하는 급여체계로 전환한 2015년 이후 역대 최고 수치다. 또한 2020년에 개편한 산출방식을 지킨 것도 이번이 처음이다.
기준 중위소득은 3년간 평균 증가율인 기본 증가율에 별도의 추가 증가율을 곱해서 정한다. 추가 증가율은 기준 중위소득과 통계청 가계금융복지 조사로 발표하는 중위소득 간 격차를 해소하고 1·2인 가구 지원을 강화하는 차원에서 사용하는 것이다.
2020년 정한 이 산출식을 따르면 2021년도 증가율 원안은 6.36%, 2022년도는 6.34%였으나 코로나19에 따른 경제 어려움을 이유로 정부는 실제로는 각각 2.68%, 5.02%로 결정했다.
내년도 인상율 5.47%는 기본증가율 3.57%, 추가증가율 1.83%을 반영해 산출됐다.
조규홍 복지부 제1차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논의 과정에서 이견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나 윤석열정부의 약속인 '취약계층 두터운 지원' 기조·의지를 반영해 최고 증가율을 정했다"며 "현재 물가에 비해 부족하다는 지적도 있지만 2차 추가경정예산안, 민생안정대책 등으로 조금이나마 부담을 덜어드리고 있으며 앞으로 기초생활보장 대상자 선정 기준을 현실에 맞게 개선해 보장성을 확대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기준 중위소득 산출의 토대로 사용된 통계청 가계금융복지조사 시기(2018∼2020년)와 현재 간 시차로 인해 물가가 급격히 상승한 최신 경제상황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한계는 남는다.
이에 정부는 더 나은 산정방식을 검토한다는 계획이다.
생계급여 수급기준은 30%에서 35%로, 주거급여 기준은 46%에서 50%로 높이는 것이 국정과제 공약이었는데, 내년 생계급여 기준은 올해와 동일하고 주거급여 기준은 47%로 1%p만 올랐다.
이와 관련, 박인석 복지부 사회복지정책실장은 "이번에는 기준 중위소득을 논의·결정했고 급여 기준선 상향 조정에 대해서는 별도로 논의를 거칠 예정"이라며 "재산 소득환산율 조정도 같이 논의하겠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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