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부-법무부 TF, 연구용역·전문가 논의 거쳐 개선…"속도보다 합리적 대안 마련"
여소야대 국회 설득이 '관건'…원희룡 "국토위 내 TF 설치해 논의하자"
(세종=연합뉴스) 김동규 기자 = 법 시행 2년 동안 '전세난 심화의 주범'이라는 비판을 받아온 '임대차2법'이 본격적으로 수술대에 오른다.
정부는 2년 전 이 법이 단기간에 급하게 전격적으로 도입되면서 시장에 충격과 혼란을 준 만큼 성급히 제도 개선에 나서기보다는 충분한 분석과 논의를 통해 합리적인 대안을 만들겠다는 방침이다.
정부가 의욕적으로 제도 개선에 나섰지만, 여소야대로 짜인 국회를 설득해 내야 하는 큰 숙제가 남아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 거대 여당 독주로 탄생한 '임대차2법' 정권교체로 '수술대'에
31일 업계 등에 따르면 정부는 '임대차2법' 시행 2주년을 나흘 앞둔 지난 27일 국토교통부와 법무부 공동으로 '주택임대차 제도개선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고 본격적인 제도 개선에 착수했다.
양 부처는 회의 직후 보도자료를 내고 "전문기관 연구용역과 전문가 의견수렴 등을 바탕으로 시장 혼선을 최소화하면서도 임대인과 임차인의 권리는 충분히 보호할 수 있는 합리적인 개선안을 제시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전·월세 시장을 규율하는 핵심 제도인 임대차2법은 임차인이 전·월세로 2년을 거주한 뒤 계약을 갱신해 추가로 2년을 더 거주할 수 있도록 한 계약갱신청구권제와 계약갱신 시 임대료 인상률 상한을 5%로 정한 전월세상한제 도입이 핵심이다.
두 제도는 2020년 7월 31일 당시 문재인 정부가 임시 국무회의를 열어 새 임대차보호법 등 임대차2법을 심의·의결한 직후 곧바로 시행됐다.
임대차2법은 시행 바로 이틀 전인 29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한 뒤 그다음 날 본회의 문턱을 넘었고, 그리고 하루 만에 임시 국무회의 의결까지 일사천리로 입법이 이뤄졌다.
당시 야당인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과 상당수 부동산 전문가들은 임대차2법이 시행될 경우 집주인이 4년치 임대료를 한꺼번에 올리면서 결국 전셋값이 폭등하고 이로 인해 전세의 월세화 현상 등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고 우려하며 법 개정에 강하게 반대했다.
하지만 당시 국회 과반 의석을 점한 더불어민주당과 정부는 임차인 보호 강화를 명분으로 내세우며 입법을 강행했다.
임대차2법 통과 닷새 뒤인 그해 8월 4일에는 전월세신고제 도입을 골자로 한 부동산거래신고법 개정안도 본회의에서 통과돼 민주당은 당시 당론이었던 '임대차3법'의 입법을 속전속결로 마무리했다.
임대차2법은 임차인 보호 강화라는 좋은 취지에도 불구하고 시행 이후 서울 등 수도권을 중심으로 전셋값이 크게 뛰고 전세시장에서 '이중가격', '삼중가격' 등의 부작용이 나타나면서 전세난 심화의 주범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그러나 이에 대해 당시 여당과 정부는 역대 최저 수준의 저금리, 가구 분화로 인한 임차수요 증가 등의 원인이 복합적으로 전세시장에 영향을 미쳤다면서 반박했다.
임대차2법은 지난 대선을 통해 정권교체가 이뤄지면서 폐지 또는 대폭 수정이 예고됐다.
윤석열 대통령은 후보 시절부터 임대차3법의 전면 수정을 주요 부동산 공약으로 내세웠고, 당선 이후 이를 국정과제에 포함시켰다.
새 정부 초대 국토부 수장으로 임명된 원희룡 장관도 인사청문회에서 "거의 폐지에 가까운 근본적인 개선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며 임대차2법의 대수술을 예고했다.
◇ 정부 TF, '2+2년→3년' 등 검토…여소야대 국회 설득이 '숙제'
정부는 이번 국토부-법무부 TF를 통해 임대차 제도를 근본적으로 개선할 방안을 찾겠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TF에 양 부처 담당 공무원뿐 아니라 부동산·경제 전문가와 법률 전문가도 함께 참여시켜 대안을 모색한다.
전문기관 연구용역은 국토연구원과 민사법학회 등이 공동으로 수행할 것으로 전해졌다. 연구용역을 통해 국토부는 현행 임대차 제도가 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면밀히 평가하고 개선 방안에 대한 시뮬레이션 등 새 제도의 효과와 부작용 등을 분석해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방안을 검토할 계획이다.
법무부는 해외 입법사례를 분석해 국내법에 적용 가능한 방안을 검토하는 동시에 임대인·임차인 간 법률관계 등 주택임대차 관계의 법률적 측면을 중점적으로 분석할 예정이다.
TF는 연구용역을 토대로 시장 혼선을 최소화하면서도 임대인·임차인의 권리를 충분히 보호할 수 있는 합리적인 개선안을 제시할 계획이다.
국토부 고위 관계자는 "TF가 처음부터 구체적인 안을 검토하는 것은 아니며 근본적인 해법 마련을 위한 검토와 분석을 진행할 것"이라면서도 "현행 '2+2년', '5% 상한' 제도는 문제가 많아 손봐야 한다는 게 기본 방침"이라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현재 '2+2년'으로 돼 있는 계약(갱신) 기간을 '3년'으로 조정하는 방안이나 '3+1년' 방식 등의 다양한 아이디어가 제시되고 있지만 이 경우 집주인에게 또 다른 족쇄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원 장관도 지난달 29일 관훈클럽 토론회에서 관련 질문에 "'2+2년'이 아니라 차라리 중·고교 학제를 고려해 3년으로 가자는 의견도 있다"면서 "2+2년으로 다섯 번 가면 보유세는 제로(0)로 가도록 누진적 세액감면도 할 수 있다. 임대 기간과 결부해서 설계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언급한 바 있다.
정부가 제도 개선안을 만들더라도 관건은 국회, 특히 거대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을 설득하는 것이다.
원 장관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내에 TF 등 소위원회나 소소위원회를 만들어 임대차법 개정을 위한 논의를 시작해달라고 요청하고 있다.
현재 민주당 일부 의원들이 2년 전 임대차2법 입법 과정에서 충분한 사회적 합의를 이루지 못하고 일방적으로 입법을 추진해 정권까지 넘겨줬다며 반성의 목소리를 내기도 하지만, 일부는 오히려 현행법을 더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다만 임대차2법 시행 이후 전셋값이 크게 오른 상황에서 야당도 2년 뒤 총선 등 정치적 일정을 고려할 때 어떤 식으로든 보완 논의에 참여할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이제 국회가 원 구성을 마친 만큼 국토위와 법제사법위원회에서 관련 논의가 시작되길 기대하고 있다"며 "시장의 혼란이 없도록 급하게 서두르지 않고 합리적인 대안을 마련해 질서 있게 제도 개선을 이뤄나가겠다"고 말했다.
dk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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