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백인남성 폭행에 나이지리아인 숨져…아무도 제지 안해"
(서울=연합뉴스) 유한주 기자 = 대낮 이탈리아 한 도시의 도심에서 나이지리아 출신의 이주민 노점상이 폭행을 당해 숨졌으나 주변 행인들이 아무런 제지도 하지 않아 공분이 일고 있다.
30일(현지시간) 영국 BBC 방송과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노점상 알리카 오고르추쿠(39)는 전날 낮 이탈리아 동부의 해안도시 치비타노바 마르케 지역 시내 중심가에서 32세 이탈리아인 백인 남성에게 구타를 당해 숨졌다.
가해자는 살인, 강도 등의 혐의로 체포됐다. 이탈리아 남부 출신으로 알려진 가해자는 자신의 여자친구에게 물건을 판매하려 말을 걸어 온 오고르추쿠의 보행용 목발을 잡아채 바닥으로 넘어뜨리고 마구 때린 것으로 전해졌다.
피해자가 공격받는 모습은 당시 현장 목격자들이 찍은 영상과 주변 CCTV에 고스란히 담겼다. 용의자가 피해자를 땅바닥에 쓰러뜨리고 제압하는 모습이 찍혔지만, 범행을 제지하기 위해 개입한 시민은 한명도 없었다.
이 영상이 현지 언론과 SNS를 통해 확산하자 범행을 제지하지 않고 휴대폰으로 영상만 찍은 목격자들의 무심함을 비난하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피해자의 아내를 비롯해 현지의 나이지리아 공동체와 이 사건에 분노한 이탈리아인 수백명은 이날 치비타노바 마르케 거리로 몰려나와 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두 아이의 아버지인 피해자의 죽음을 방관한 목격자들에 대해서도 분노를 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탈리아 정치인들은 소속 정당의 이민 정책과 무관하게 한 목소리로 규탄했다.
포용적 이민정책을 추구하는 중도 좌파 성향의 민주당을 이끄는 엔리코 레타 당수는 트위터에 "경악스럽다"며 "전례 없는 흉포함, 널리 퍼진 무심함은 정당화될 수 없다"고 말했다.
이민자에 적대적인 극우 정당 동맹(Lega)의 마테오 살비니 대표도 "안전에는 (피부)색깔이 없다"며 가해자를 강력히 처벌할 것을 촉구했다.
이탈리아에서는 2018년에도 피렌체의 중심 베스푸치 다리에서 물건을 팔던 세네갈인 노점상이 65세 이탈리아인 남성의 총격을 받아 사망하는 등 이민자들을 겨냥한 강력 사건이 이어지고 있다.
hanju@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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