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최측 "미국내 주요 음악축제 간판출연자로 나선 첫 한국 아티스트"
시카고 경찰, 팬들 탈진할까 물 공수…빌보드 "K팝 팬들에겐 특별한 축제"
(시카고=연합뉴스) 김현 통신원 =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밤 미국 중부 최대도시 시카고 도심의 초대형 공원 그랜트파크 최북단에 초고층 빌딩숲을 배경으로 설치된 버드 라이트 스테이지.
한국을 대표하는 보이그룹 방탄소년단(BTS) 멤버 중 가장 먼저 솔로 활동을 개시한 제이홉이 자신의 솔로 데뷔 음반 '잭 인 더 박스'(Jack In The Box)처럼 무대 위로 튀어 오르자 무대 앞은 뜨거운 함성으로 뒤덮였다.
팬들은 '호석아', '방탄 스타일' 등 한글로 적힌 플래카드를 치켜들고 응원에 나섰다. '마이 홉'(My Hope), '홉 월드'(Hope World), '제이홉'(J-Hope) 등 곳곳에 응원 문구가 나부꼈다.
제이홉은 이날 시카고에서 막을 내린 세계 최대 규모 록 페스티벌 '롤라팔루자'(Lollapalooza) 2022'의 피날레를 장식한 주인공이었다.
"제게 무척 의미있는 순간이자 모멘텀이 됐습니다. (솔로 데뷔 이후) 지금까지 두려움의 연속이었으나 확신을 갖게 됐습니다. 큰 영광입니다."
제이홉은 팬들에게 소감을 전하기 전 타이틀 곡 중 하나인 '모어'(More)로 무대를 연 뒤 솔로 앨범 수록곡들과 '치킨 누들 수프' 등 방탄소년단 활동 당시 발표한 솔로곡을 불렀다.
제이홉은 '방화'(Arson)를 부르던 도중 2019년 5월 방탄소년단 월드투어 당시 시카고 프로풋볼구장 '솔저필드'에서 공연한 사실을 상기하며 "오랜만에 왔다. 시카고는 그때나 지금이나 놀랍다"고 탄성을 내뱉었다.
같은 시간대에 그랜트파크 남단의 티모빌 스테이지에서는 네오 펑크의 살아있는 전설로 불리는 인기 밴드 '그린데이'(Green Day)가 공연했다.
K팝 스타 제이홉이 미국 로큰롤 명예의 전당에 헌액된 인기 밴드 그린데이와 함께 2022 롤라팔루자 최종 무대를 책임진 것이다.
롤라팔루자 측에 따르면 제이홉은 미국 주요 음악 페스티벌의 주무대(메인 스테이지)에 '헤드라이너'(간판 출연자)로 오른 최초의 한국 아티스트라는 기록을 남겼다.
미국에서 K팝 '주가가 고공행진하고 방탄소년단 인기가 여전한 가운데 제이홉의 롤라팔루자 참가는 큰 관심을 모았다.
롤라팔루자 측은 "단일 아티스트의 상품에 대한 수요가 이렇게 높은 적은 없었다"며 그랜트파크 곳곳에 별도의 제이홉 공식 상품 판매소를 설치하기도 했다.
제이홉의 팬들은 이날 공연장 앞자리를 선점하기 위해 이른 새벽부터 긴 줄을 만들었다.
보안을 위해 행사장에 배치된 시카고 경찰은 제이홉의 열성 팬들이 뙤약볕 아래에서 오랜 시간 기다리다 혹시 탈수·탈진하는 것을 막기 위해 물을 나눠주고 신속한 입장을 도왔다. 경찰은 소셜미디어에 이례적으로 제이홉 앳 롤라팔루자(JHope@Lollapalooza), 호비팔루자(HobiPalooza) 등의 해시태그를 붙인 사진과 글을 올리기도 했다.
2022 롤라팔루자는 지난달 28일부터 31일까지 나흘 일정으로 개최됐다.
1.3㎢ 규모의 그랜트파크에 미시간호수와 시카고 초고층 빌딩들을 배경으로 설치된 8개 무대에서 전설적인 헤비메탈 밴드 메탈리카를 비롯해 두아 리파, 릴 베이비, 머신 건 켈리, 제이 콜, 카이고, 재즈민 설리반, 빅 션 등 170여 개 팀이 열띤 공연을 펼쳤다.
그랜트파크 수용 한계를 고려해 발행된 하루 10만 장, 총 40만 장의 입장권은 모두 매진됐다.
특히 사흘째인 지난 30일에는 'BTS 동생 그룹'으로 일컬어지는 K팝 4세대 리더 '투모로우 바이 투게더'(TXT)가 제이홉에 하루 앞서 록 마니아, K팝 팬들과 만났다.
빌보드 매거진은 "2022 롤라팔루자는 K팝 팬들에게 더욱 특별했다"며 "BTS 팬덤 '아미'(ARMY)와 TXT 팬덤 '모아'(MOA)에게 더없이 설레는 시간이었다"고 평했다.
롤라팔루자는 1991년 '얼터너티브(alternative) 문화축제'란 모토로 시작돼 그간 폴 매카트니, 레이디 가가, 콜드플레이, 에미넘, 레드 핫 칠리 페퍼스, 카녜이 웨스트, 펄 잼, 스눕 독, 아리아나 그란데, 체인스모커스, 뮤즈, 마일리 사이러스, 테임 임팔라 등 수많은 유명 뮤지션들이 거쳐갔다.
초기에는 미국 전역을 돌며 개최되다 지난 2005년부터 매년 시카고에서 열리고 있다.
로리 라이트풋 시카고 시장은 롤라팔루자 폐막 직후 "행사 주최 측(C3 Presents)과 개최 기간 10년 연장 계약을 체결했다"고 발표했다.
chicagor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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