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전쟁 후 첫 국경절…대러시아 제재 등 놓고 오락가락 입장 논란
(제네바=연합뉴스) 안희 특파원 = 이그나지오 카시스 스위스 대통령은 올해 2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후로 처음 맞은 국경절(건국 기념일)에서 사회적 논란이 돼 온 중립국 이슈를 언급하지 않은 채 원론적인 메시지를 내놨다.
카시스 대통령은 1일(현지시간) 건국 기념일 메시지를 통해 "전쟁과 탱크가 유럽에 다시 나타났다. 우리는 그런 시절이 끝났다고 생각했지만 틀렸던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의 존재를 위협하는 기후변화에 대해 해결책을 찾아야 하는 것처럼 (전쟁 문제에 대해서도) 해법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카시스 대통령은 중립국으로서 우크라이나 전쟁에 어떤 입장을 취하는 게 옳은지를 둘러싼 그간의 사회적 논란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스위스에서 중립국 노선을 바라보는 여론은 바뀌고 있다.
지난 6월 스위스 공공 여론조사에 따르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와 긴밀한 협력을 지지하는 응답자가 52%에 달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친 나토 여론'이 처음 절반을 넘긴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스위스 정부는 우크라이나 지원 문제 등을 둘러싸고 들쭉날쭉한 태도를 보여 혼란스럽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올해 3월 유럽연합(EU)의 대러시아 제재에 동참하겠다고 선언했다가 러시아 정부나 올리가르히(러시아 신흥재벌)의 동결자산을 우크라이나 재건비용으로 쓰자는 EU의 제안에는 부정적인 반응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우크라이나 부상자를 수용해 달라는 나토의 요청에 "부상자 가운데 군인과 민간인을 구분하기 힘들다"며 사실상 거절했다가 '인도적 배려가 없다'는 논란이 일자 "민간인은 수용하겠다"며 입장을 일부 변경하기도 했다.
스위스는 총선을 통해 꾸린 내각의 장관 7명이 돌아가며 1년 임기의 대통령직을 수행하는 방식이다. 카시스 대통령은 국제 정세에 밝은 외무장관이었던 만큼 중립국 논란에 관한 정돈된 메시지가 나올 수도 있을 듯 보였지만 실제론 그렇지 않았다.
다만 그는 해외에 거주하는 스위스 교민들을 위한 메시지를 함께 내놨다.
그는 "해외에서 교민들이 고국의 외교사절로서 역할하고 있다"면서 "혁신할 수 있는 능력과 다양성이 우리의 강점이며 해외의 많은 스위스인이 이런 자질을 구현하고 있다"고 감사를 표했다.
건국 기념일은 스위스 연방이 1291년 만들어진 것을 기념하기 위해 1891년 공식 지정됐다. 전날 스위스 곳곳에서는 건국 기념일을 축하하는 불꽃놀이와 전야 행사 등이 진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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