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 매체 전 편집장 카위시 인터뷰 "아프간 경제 죽어가"
"역사상 가장 어두운 시기…탈레반은 가장 반여성적 정권"
(뉴델리=연합뉴스) 김영현 특파원 = 이슬람 무장조직 탈레반이 재집권한 아프가니스탄에서 극적으로 탈출한 유명 언론인 페르다우스 카위시(35)는 현재 아프간의 현실이 매우 참혹하다며 '디스토피아'에 비유했다.
디스토피아는 사회의 부정적 측면이 극단적으로 노출된 암울한 상황을 묘사할 때 쓰이는 용어다.
'라디오 나우루즈'의 에디터, 진보 성향 신문 '하슈트-에-수브'의 편집장 등을 역임한 그는 지난해 8월 수도 카불이 탈레반에 의해 함락되자 가족과 함께 해외로 급히 피신했다.
평소 인권 운동가로도 활동하며 탈레반의 이념을 적극적으로 비판했던 터라 탈레반 체제에서는 목숨이 위험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카위시는 최근 연합뉴스와 서면 인터뷰에서 "아프간 경제는 죽어가고 있으며 아프간 국민은 역사상 가장 어두운 시기에 살고 있다"고 했다.
특히 여성 인권 탄압과 관련해서는 탈레반은 세계에서 가장 반여성적인 정권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지금도 여전히 신변 안전에 위협이 있다며 체류 중인 국가나 탈출 과정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다음은 카위시와 일문일답.
-- 탈레반이 재집권한 지 1년이 됐다. 최근 아프간의 상황은.
▲ 아프간은 디스토피아가 됐다. 탈레반은 그들의 이념에 대한 비판에 대해 참지 않는다. 탈레반의 이념을 비판하는 이들은 반이슬람으로 몰려 고발되거나 심지어 살해되기도 한다. 고위 지도자는 물론 중간 계급의 탈레반에 대해서도 비판하지 못한다. 이는 어느 면에서 북한과 비슷하다.
-- 특히 경제 상황이 어렵다는 보도가 많은데.
▲ 아프간 경제는 죽어가고 있다. 아프간은 그동안 외국 원조에 의존해왔다. 탈레반 집권 이전에는 수백 개의 외국 비정부기구(NGO)가 활동했는데 상당 수가 떠났다. 외국 투자도 없고 원조가 끊어지면서 급료 지급도 중단됐다. 많은 가족은 1년간 아무 수입도 없는 상태로 지낸다. 가뭄과 지진, 홍수 등 자연재해까지 발생해 기근이 더욱 확산했다. 국제사회가 일부 원조를 하고 있지만 부족하다.
-- 여성 인권 탄압 실태는 어땠나.
▲ 탈레반은 여성에 대해 성적인 아파르트헤이드(남아공의 과거 극단적인 인종차별 정책)를 적용하고 있다. 여학교는 300일 넘게 문을 닫았고 여성이 외출할 때는 얼굴도 가려야 한다. 여성은 취업, 공부, 공공장소 외출 등에 대한 거의 모든 권리를 빼앗겼다. 이는 여성이 가장인 가정에 불행한 타격을 주고 있다. 탈레반 이념의 목표 중 하나는 여성을 공공장소에서 쫓아내는 것이다. 탈레반은 세계에서 가장 반여성적인 정권이다.
-- 국제사회가 탈레반 정부를 인정하고 압박을 강화하면 상황이 나아질 것으로 보는지.
▲ 탈레반 정부 인정을 통해 얻는 이득은 없을 것이다. 탈레반은 그동안 자신들의 낙후되고 독재적인 이념을 개혁할 생각이 없다는 점을 보여줬다. 탈레반은 과거 통치기(1996∼2001년) 때와 똑같은 탈레반이다. 그들의 이념도 그대로다. 유일하게 달라진 게 있다면 과거와 달리 홍보 등 미디어 전략에 매우 능하다는 점이다.
-- 아프간 국민의 삶이 나아질 가능성은.
▲ 탈레반 체제에서는 긍정적인 변화를 기대할 수 없다. 탈레반에는 스스로 개혁할 능력이 없기 때문이다.
-- 아프간 전 정부가 그토록 빨리 무너진 이유는.
▲ 아프간군이 미군과 나토군의 주둔에 전적으로 의존했기 때문이다. 미군이 떠나자 아프간군과 모든 치안 분야의 생명은 끝났다. 미군 철수로 아프간 정부의 붕괴는 불가피한 상황이었다. 또 다른 이유는 아프간 정부의 부패다. 관리들은 세금을 빼돌렸고 하루아침에 부자가 됐다. 법원 대부분은 공정한 재판을 하기보다는 원고에게 뇌물을 요구했다. 아프간 국민은 이런 부패의 희생자다.
-- 한국은 과거 한국 정부와 기관을 위해 일했던 협력자 400명가량을 자국 내로 이송하는 등 아프간 지원에 꾸준히 관심을 가져왔는데.
▲ 한국은 지난 20년간 아프간 재건에 기여한 나라 중 하나다. 아프간 국민은 그런 기여에 빚을 지고 있다. 한국의 인도적 지원은 감사를 받을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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