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간선거 앞둔 바이든, '중국에 굴복' 비판 우려
'대관식' 앞둔 시진핑도 '대만에 강인한 이미지' 훼손 우려
(워싱턴 베이징=연합뉴스) 류지복 조준형 특파원 =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 의장의 대만 방문 여부를 둘러싼 미국과 중국의 갈등이 갈수록 고조되고 있다.
대만 언론은 펠로시 의장이 2일 밤 대만에 도착할 것이라고 보도하고 있다.
대만을 자국 영토로 간주하는 중국은 펠로시 의장의 대만 방문을 저지하기 위한 무력 사용 가능성까지도 암시하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미국도 펠로시 의장에 대한 보호 조치를 다 할 것이라는 입장을 천명하면서 이번 양국 간 갈등은 어느 한쪽도 양보할 수 없는 '치킨 게임' 양상으로 치닫는 분위기다.
양국 사이의 긴장이 전례 없이 고조된 것은 인도·태평양 지역에서의 기존 경쟁관계에 더해 펠로시 의장의 대만 방문이라는 사안 자체가 지닌 정치적 폭발성 때문이다.
펠로시 의장의 대만 방문를 둘러싸고 미국과 중국의 국내 여론이 요동칠 수 있고, 양국 정부의 손익도 극명하게 갈라진다는 것이다.
일단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입장에선 펠로시 의장의 대만 방문은 3연임을 확정하는 가을 당 대회(20차 중국 공산당 전국대표대회)를 앞둔 상황에서 그냥 두고 볼 수 없는 변수다.
시 주석은 대만 통일에 대해 '평화통일을 지향하나 무력에 의한 통일을 배제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고, 그럴수록 대만 민진당 정권은 중국의 자장에서 벗어나기 위해 미국과의 협력을 강화해왔다.
이 때문에 대만 해협은 언제든 터질 수 있는 미중 전략경쟁의 화약고가 되어왔는데 미국 권력서열 3위인 펠로시 의장이 대만을 방문하는 것은 현재의 위태로운 균형을 깨는 행위라는 게 중국의 인식이다.
또 시 주석이 가을 당 대회에서 3연임을 확정하면 대만 통일은 그의 향후 재임 기간 국정 어젠다의 최상순위를 차지할 것이라는 게 많은 관측통의 예상이다.
결국 시 주석으로선 자신의 '대관식' 분위기를 흔들 펠로시의 대만 방문을 저지하는 것을 최우선 목표로 삼고, 불발될 경우에는 미국과 대만 관계가 펠로시 방문을 넘어서 진전하는 것에 쐐기를 박기 위해 군사력이 개입된 전례없는 수위의 무력 시위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최근 시 주석은 대만 통일이 자신의 통치에서 주요 목표임을 어느 전임자보다 분명히 했다며 특히 대만 문제에서 강인하다는 이미지를 보이고 싶어한다고 전했다.
아울러 중국 지도부로서는 펠로시의 대만 방문을 막을 수 없다면 당 대회를 앞두고 반미를 기치로 국론을 집결할 소재로 적극 활용할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고강도 방역 정책과 우크라이나 전쟁의 영향 속에 2분기 0.4% 성장에 그치는 기대 이하의 경제 성적표를 받아든 중국 지도부로선 당 대회 때까지 국민들에게 시 주석의 집권 연장이 왜 필요한지를 경제 이외의 다른 영역에서 납득시킬 필요가 있다.
결국 이번 펠로시 문제를 건곤일척의 미중 경쟁에서 강경하게 국가 핵심이익을 지켜낼 지도자상을 심을 기회로 삼을 수 있다는 예상이 나온다.
반대로 조 바이든 대통령 입장에선 펠로시 의장의 대만 방문이 무산된다면 안 그래도 불안한 11월 중간선거에서 더 큰 타격을 받을 수도 있다.
미국이 중국의 협박에 굴복했다는 비판 여론에 노출될 수 있다는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에 비해 중국에 약한 모습을 보인다는 비판에 종종 휘말렸다.
당초 바이든 대통령은 펠로시 의장의 대만 방문에 부정적 뉘앙스를 풍기는 등 중국과의 갈등 상황을 피하려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백악관은 최근 들어 펠로시 의장이 중국의 위협을 받지 않고 안전하게 대만을 방문할 수 있도록 모든 지원을 다 하겠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이 같은 분위기 변화는 미국 정치권과 여론의 움직임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처럼 미중 양국이 모두 타협과 양보의 여지를 보이지 않고 있는 상황은 결국 바이든 대통령과 시 주석에게도 부담이 될 전망이다.
일촉즉발의 긴장이 실제 충돌로 이어지는 것은 미국이나 중국 모두 마음속으로 원하지 않는 시나리오라는 것이다.
1995년 리덩후이 당시 대만 총통이 미국을 방문했을 때 중국은 대만 인근 해역에 미사일 2발을 발사하고 미국이 항공모함 2대를 보내는 식으로 응수한 끝에 갈등이 마무리됐다.
다만 1997년 뉴트 깅그리치 전 하원의장이 중국 방문 뒤 대만을 찾았을 때는 중국 외교부가 비판 성명을 내는 선에서 그쳤다.
물론 이번에는 1997년과는 상황이 다를 것이라는 관측이 적지 않다. 그러나 중국도 미국의 입법부 수장을 상대로 군사적 도발을 감행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결정이 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jbryo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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