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연구원 보고서…"수도권-비수도권 GRDP 격차 300만원"
"균형발전지표 상위지역은 인구 늘고 하위지역은 감소"
(서울=연합뉴스) 권희원 기자 = 우리나라 전체 인구와 일자리의 절반 이상이 수도권에 집중돼 있는 등 수도권과 비수도권 간의 발전 격차가 확대되고 있어 정책적 변화가 필요하다는 제언이 나왔다.
2일 산업연구원이 발표한 '수도권·비수도권 간 발전격차와 정책 방향' 보고서에 따르면 전체 국토의 12%를 차지하는 수도권에 총인구의 50.3%, 청년인구의 55.0%, 일자리의 50.5%, 1천대 기업의 86.9%가 집중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중 사업체 수만 2019년 기준이고 나머지는 지난해 기준이다.
또한 수도권의 1인당 지역내총생산(GRDP)은 3천710만원으로 비수도권보다 300만원 많았고, 단위면적당 주택 매매 가격은 비수도권 대비 3배 이상 높았다.
신용카드 사용액은 수도권이 전체의 75.6%를 차지해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생산, 소비, 자산 수준의 격차가 큰 것으로 조사됐다.
보고서는 2000년 초반까지는 비수도권이 총인구수와 GRDP의 우위를 차지하다가 매년 격차가 좁혀져 2010년대 중반 이후에는 수도권이 비수도권을 추월했다고 분석했다.
지역 생산 수준의 차이가 인구 유출의 원인으로 작용하면서 저소득 지역에서 고소득 지역으로 인구 유입을 유발해 수도권 집중화를 낳았다는 것이다.
실제로 국가균형발전위원회가 개발한 균형발전지표를 기준으로 229개 시·군·구를 균형발전 상위지역과 하위지역으로 구분해 20년간 총인구 수의 변화를 살펴본 결과 상위지역(57개)의 인구는 지난해 총 2천298만명으로 2000년보다 316만명이 늘어난 반면 하위지역(58개)은 이 기간 335만명에서 268만명으로 67만명 감소했다.
상위지역 중 37개가 수도권, 하위지역 중 53개가 비수도권 지역임을 고려하면 수도권의 인구가 늘고 비수도권의 인구는 줄면서 지역 간 격차가 심화됐다는 의미다.
8개 균형발전지표 부문별로 보면 문화·여가, 안전, 환경, 보건·복지 등 4개 부문은 상위지역의 절반 이상을 비수도권 지역이 차지했고, 교통·교육 등 2개 부문은 수도권과 비수도권이 유사한 수준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하위지역은 환경을 제외한 주거, 교통, 일자리, 교육 등 총 7개 부문에서 비수도권 지역이 대부분을 차지해 삶의 불균형 수준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또 하위지역의 2017∼2019년 평균 재정자립도는 20.1%로 삶의 불균형을 시정하기 위한 재정 여력이 취약한 것으로 분석됐다.
이에 보고서는 비수도권 지역에 기업이 들어서고 대규모 투자를 유도할 수 있도록 미국의 '기회특구'(Opportunity Zone)와 같은 공간을 조성해 조세 감면과 규제 혜택을 제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연구개발특구, 경제자유구역, 산업단지, 혁신도시 등의 지역성장거점은 낙후 지역이 아닌 대도시나 인구 50만명 이상의 도시에 주로 분포돼 있는데 지역 생산성이 낮아진 지금은 지역별 핵심·거점도시에서 소도시·농촌 지역으로의 낙수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또 특정 지역 중심의 주력산업 육성 정책에서 벗어나 인접 지역의 역량을 활용하는 특화산업 육성 정책을 추진하고, 지역 균형 발전과 생산성 수준을 객관적으로 판단해 낙후 지역에 대한 혜택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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