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연합뉴스) 윤고은 특파원 = "중국 인민해방군이 대만을 봉쇄하는 것과 같은 군사훈련을 실시한다고 밝혔는데 상황이 악화하면 '쿠바 미사일 위기'의 21세기 버전으로 발전할 수도 있다."
홍콩 명보는 3일 사설에서 "위기와 갈등을 촉발하는 것은 작은 불씨 하나면 충분하고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이 이 불씨가 될 가능성이 높다"며 이런 평가를 내놨다.
중국 인민해방군은 2일 밤 펠로시 의장이 대만에 도착한 직후 대만 주변 해역에 6개 구역을 지정하고 4일 12시부터 7일 12시까지 실사격 훈련을 포함한 중요 군사훈련을 실시한다고 발표했다. 그러면서 안전을 위해 이 기간 관련 선박과 항공기는 해당 해역과 공역에 진입하지 말라고 알렸다.
타이완뉴스는 1996년 3차 대만 위기 때와 비교할 때 훈련 구역들이 대만에 더 가까운 곳에 있다고 보도했다.
앞서 1995년 당시 리덩후이 대만 총통이 모교인 코넬대 강연차 미국을 방문하자 중국은 1996년 3월 미 항공모함이 인근에 집결하기 전까지 대만 주변에서 미사일을 발사하는 등 훈련을 강행하며 위협한 바 있다.
대만 국방부는 "중국의 훈련은 대만의 영공과 해상을 봉쇄하는 것과 같다"고 규탄했다.
다만 대만 행정원은 "당국은 대만 주변의 항공 안전과 안정을 보장할 계획을 마련할 것"이라며 "군이 경계 수준을 높였으니 대만 시민들은 안심해도 된다"고 밝혔다.
대만 연합보는 대만 남쪽 가오슝 앞바다의 실사격 훈련 해역이 1996년 위기 때와 비교해 크게 확장된 점에 주목했다.
이와 관련해 중국군이 말라카 해협을 통하는 수송망 차단을 겨냥한 조치라는 분석도 나온다고 소개했다. 말라카 해협은 말레이반도 남부와 수마트라섬 사이에 있는 해협이다.
한 대만 고위 관리는 로이터 통신에 "중국군의 훈련이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가장 바쁜 국제 수로에서 벌어지고 있다"며 "우리는 대만 해협을 비(非) 공해로 만들고 서태평양 내 제1 도련선(島?線·열도선·오키나와∼대만∼필리핀∼말라카해협)의 서쪽 지역 전체를 자신들의 영향권 아래 두려는 중국의 야심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명보는 "앞으로 며칠 동안 있을 중국군이 대만을 겨냥해 벌이는 군사훈련에 미국이 약하게 대처하면 대만을 정말 지지하는 것이냐는 의문을 낳을 것이고 군사적 행동을 취하면 대만 해협의 상황이 악화될 것"이라고 판단했다.
한편 대만군은 오는 9∼11일 남부 핑둥현에서 실탄 사격 훈련을 펼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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