펠로시, 중국 인권 비판해온 '매파'…아·태서 중국 압박 의도
중국에 대만은 영토 일부…미국은 '모호성' 유지하며 견제
실제 군사 충돌 가능성은…전문가들 "전면전 확률은 낮아"
(서울=연합뉴스) 박상현 기자 = 미국 권력 서열 3위인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이 군사적 조치까지 예고한 중국의 강경한 대응에도 2일 밤 대만 땅을 전격적으로 밟았다.
미국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은 1997년 뉴트 깅그리치 이후 25년 만에 처음이다.
대만을 자국 영토의 일부로 여기는 중국은 펠로시 의장의 대만행이 이뤄지자 곧바로 대만을 사위에서 포위하는 형태로 무력 시위를 벌이겠다고 발표했다.
이처럼 양국 간 갈등이 일촉즉발의 상황으로 치달을 것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펠로시 의장이 대만을 찾은 까닭은 무엇일까. 또 중국은 펠로시 의장의 대만 방문을 왜 강하게 반대하는 것일까.
CNN 방송, 뉴욕타임스(NYT), AP통신 기사 등을 바탕으로 펠로시 의장의 대만행 배경과 양국 반응, 군사 충돌 가능성 등을 정리했다.
-- 펠로시 의장은 누구인가.
▲ 현재 미국 의회 내 민주당 일인자로, 1987년 캘리포니아주에 출마해 연방 하원의원에 처음 당선됐다.
그는 오래전부터 중국이 인권을 탄압하고 있다고 비판하며 중국을 향한 강경 기조를 이어왔다.
30여년 전인 1991년 베이징 톈안먼을 방문해 '중국의 민주주의를 위해 죽어간 이들에게'란 문구가 적힌 현수막을 들고 추모 성명을 낭독했고, 2008년 베이징올림픽 유치도 반대했다. 2019년에는 홍콩에서 벌어진 대규모 집회를 지지한다고 밝혔다.
-- 펠로시 의장이 대만행을 고집한 이유는.
▲ 원래 4월에 대만을 방문하려고 했다. 하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걸리면서 당시에는 공화당 의원들만 대만을 찾았다.
펠로시 의장이 보기에 대만은 권위주의 국가인 중국의 그림자에 가려져 있는 민주주의 국가다. 그가 의정 활동을 하면서 중국의 인권 문제를 꾸준히 제기해 온 만큼, 대만은 민주주의의 상징성이 있는 곳이라고 할 수 있다.
아울러 민주주의 가치를 수호하려는 미국 입장에서 생각해 보면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영향력을 확대해 가는 중국을 견제할 필요가 있다는 전략적 요소도 대만행의 이유가 됐을 가능성이 있다.
-- 중국이 '불장난'에 비유하며 민감한 반응을 보인 까닭은.
▲ 시진핑 국가주석은 자신의 3연임을 결정할 제20차 당 대회(공산당 전국대표대회)를 앞두고 있다. 올가을 열리는 당 대회에서 연임이 확정되면 지금까지의 '10년 집권'을 넘어서는 장기 집권 길에 들어선다.
코로나19 확산 이후 도시를 봉쇄하는 등 초강경 조치를 시행한 시 주석은 성장률이 하락세로 돌아선 경제 정책에 대한 불만을 잠재우기 위해 강력한 국가주의를 추진해 왔다.
국가주의는 근대 이후 서구 제국주의에 패배하고 오랫동안 고립된 역사를 겪은 중국이 세계적인 강대국으로 자리매김해야 한다는 인식에서 나온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시 주석은 이전 중국 지도자들과 비교해 대만 통일에 대한 강한 의지를 드러내 왔다.
이러한 상황에서 통일의 대상으로 생각하는 대만에 미국 하원의장이 자국 동의 없이 방문하는 것은 주권을 심각하게 침해하는 행위로 해석될 수 있다.
-- 바이든 대통령은 왜 펠로시 의장의 대만행을 걱정했나.
▲ 백악관은 펠로시 의장이 대만에 가기 전까지 비교적 신중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펠로시 의장의 대만행 직전 시 주석과 통화에서 '하나의 중국' 정책을 바꾸지 않았으며, 대만 독립을 지지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존 커비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도 "결정은 하원의장이 하는 것"이라며 거리를 두는 듯한 태도를 보였다.
조 바이든 행정부의 중요한 외교 전략 중 하나는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중국을 견제하고 압박하는 것이다. 30여년 전만 해도 미국과 서방은 경제 발전을 위해 중국의 산업화와 민주화를 모색했으나, 중국은 독자적인 방식으로 경제력과 군사력을 키웠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처럼 성장한 중국과의 경쟁 구도에서 우위를 점하고자 하지만, 전쟁이 일어나기를 바라지는 않는다.
펠로시 의장이 대만을 찾으면 중국이 더욱 공격적인 언행과 행동을 하면서 긴장감을 고조시킬 수 있다는 점을 우려했을 것으로 예상된다.
-- 미국과 중국이 대만을 보는 시각은 어떻게 다른가.
▲ 바이든 대통령이 시 주석에게 언급한 '하나의 중국'은 중국을 유일한 합법 정부로 보고, 대만을 중국의 일부로 보는 견해다. 미국은 공식적으로 대만과 단교한 상태다. 중국에 대만은 자국 영토의 일부다.
하지만 미국은 대만을 지정학적으로 중국의 팽창을 막을 중요한 교두보로 보고 있다. 경제적으로도 미국이 의존하는 반도체 강국이다.
이러한 점을 고려해 미국은 대만에 대해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해 왔다. 표면적으로는 '하나의 중국'에 찬성하지만, 안보·경제 여건상 대만을 포기할 수 없다는 의도가 담긴 전략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대만을 방어하기 위해 군사 개입을 할 수 있다면서 대만의 무력 점령을 반대한다고 거듭 밝힌 바 있다.
-- 미국과 중국이 대만을 고리로 무력 충돌에 나설까.
▲ 바이든 대통령과 시 주석 모두 군사 행동을 원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분명히 해 왔다. 양국 정상은 지난달 통화에서도 협력할 필요가 있다는 데 뜻을 같이했다.
다만 중국이 도발 움직임을 보인다면 대만이 있는 남중국해에서 전투기와 군함의 출현 빈도가 증가하고, 소규모 충돌이 일어날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
하지만 아직은 미국의 군사력과 경제력이 중국에 앞서기 때문에 전면전이 펼쳐질 확률은 낮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중국은 우선 시간을 벌면서 미국에 대응할 수준의 힘을 기를 필요가 있다는 분석도 있다.
psh5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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