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론의 232단 넘어 기술경쟁 우위 확보
(서울=연합뉴스) 김기훈 기자 = 반도체 업계의 '적층' 기술 경쟁이 한층 가열되고 있다.
적층은 빌딩처럼 셀(cell)을 수직으로 쌓아 올려 데이터 용량을 늘리는 기술로, 낸드플래시 경쟁력의 핵심 요소로 꼽힌다.
3일 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000660]가 세계 최초로 업계 최고층인 238단 낸드플래시 개발에 성공하며 적층 기술 경쟁에서 한발 앞서가게 됐다.
SK하이닉스는 내년 상반기부터 본격적인 양산에 돌입한다.
기술장벽의 한계로 여겨지던 '200단'의 벽을 넘은 것은 미국의 마이크론에 이어 두 번째다.
마이크론이 앞서 지난달 26일(현지시간) 232단 낸드플래시 출하를 시작한다고 밝혔는데 SK하이닉스는 마이크론보다 출시는 늦었지만 더 높은 층을 쌓아 올리는 데 성공했다.
특히 SK하이닉스의 238단 낸드플래시는 단수가 가장 높을 뿐 아니라 세계에서 가장 작은 사이즈로 제작됐다.
데이터 전송 속도는 초당 2.4Gb(기가비트)로 이전 세대(176단)보다 50% 빨라졌고, 칩이 데이터를 읽을 때 쓰는 에너지 사용량은 21% 줄었다.
낸드플래시는 전원이 꺼져도 데이터가 저장되는 메모리 반도체로, 이 반도체 기술의 경쟁력 향상을 위해서는 고차원의 적층 기술이 필요하다.
단수가 높을수록 같은 면적에 고용량을 구현할 수 있는 만큼 적층 기술은 수율(결함이 없는 합격품의 비율)과 함께 기술 경쟁력의 대표적인 척도로 꼽힌다.
또 낸드플래시는 한 개의 셀에 몇 개의 정보(비트 단위)를 저장하느냐에 따라 SLC(Single Level Cell·1개), MLC(Multi Level Cell·2개), TLC(Triple Level Cell·3개), QLC(Quadruple Level Cell·4개), PLC(Penta Level Cell·5개) 등으로 규격이 나뉜다.
SK하이닉스가 이번에 개발한 238단 제품은 TLC다.
TLC는 셀 하나에 3개의 정보가 담겼다는 뜻이다. 정보 저장량이 늘수록 같은 면적에 더 많은 데이터를 저장할 수 있다.
다만 적층 기술이 낸드플래시의 기술력을 판가름하는 유일한 잣대는 아니다.
낸드플래시 시장 점유율 1위인 삼성전자는 여전히 176단 낸드플래시에 머물러 있다. 더블 스택(double stack) 기술을 사용하면 언제든 256단 적층이 가능하다는 게 삼성전자의 입장이다.
낸드 적층 기술은 가장 위·아래 셀을 하나의 구멍으로 연결한 싱글 스택과 두 차례 구멍을 뚫고 이를 이어붙인 더블 스택으로 나뉜다.
삼성전자는 현재 싱글 스택 기술로 128단을 한 번에 쌓을 수 있는데 더블 스택 기술을 적용할 경우 256단까지 적층이 가능하다.
삼성전자는 "단수 자체가 기술력을 의미하지는 않는다"며 실제 적층 단수는 소비자 수요와 시장 상황 등을 고려해 내부 전략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설명한다. '얼마나 쌓을 수 있냐'가 아니라 '현시점에서 시장에 최적화된 단수가 무엇이냐'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업계에선 경쟁사들이 적층 경쟁에서 앞서가자 삼성전자와의 기술 격차가 좁혀지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삼성전자는 2002년 낸드플래시 시장 1위에 올라선 후 지난해까지 20년 연속 세계 시장 점유율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옴디아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올해 1분기 낸드플래시 매출은 63억3천400만달러(약 8조3천102억원)로, 직전 분기보다 2.3%포인트(p) 오른 35.5%의 점유율로 1위를 유지했다.
2위는 일본 반도체 기업 키옥시아(19.0%)였고, 3위는 SK하이닉스[000660](18.1%)다.
kihun@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