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하네스버그=연합뉴스) 김성진 특파원 = 소말리아 정부가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단체 알샤바브의 이인자 출신을 종교부 장관으로 임명했다고 AFP, 로이터 통신 등이 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함자 압디 바레 소말리아 총리는 이날 26명의 장관 등 75명의 내각 명단을 발표하면서 무크타르 로보우(53)를 종교장관으로 임명한다고 밝혔다.
로보우 신임 종교장관은 알샤바브의 공동 창설자로 이인자 격인 대변인 역할을 했다. 한때 미국 정부에 국제 테러리스트로 지목돼 500만 달러(약 66억 원)의 현상금이 내걸렸으나 지난 2017년 알샤바브가 이슬람 교리에서 어긋난다면서 소말리아 정부 쪽으로 전향했다.
소말리아 정부는 알샤바브 출신을 장관으로 전격 기용해 더 많은 전향을 유도하려고 한다고 정치분석가들은 풀이했다.
로보우는 전향 후 남서부 주지사에 출마하려고 했으나 모하메드 압둘라히 모하메드 당시 소말리아 대통령은 그의 정치력 확대를 우려해 "민병대를 조직해 지역 불안정을 야기하려 한다"는 이유를 대며 4년 동안 가택 연금시켰다.
이번 로보우 종교장관 임명은 알샤바브의 공격으로 숨진 수만 명의 유가족들에 대한 배려가 아니고, 자칫 그의 정치적 라이벌인 현 남서부 주지사와 갈등을 야기할 수 있다는 지적도 일각에서 제기한다.
알샤바브는 2011년 수도 모가디슈에서 축출됐으나 아직도 남부와 중부의 상당 지역을 다스리고 있다. 이슬람 샤리아 율법의 엄격한 적용을 주장하는 이 단체는 지난 15년 동안 서방의 지원을 받는 중앙정부를 상대로 투쟁하면서 군경뿐만 아니라 민간인까지 희생시키는 자살폭탄 테러와 무장 공격을 벌여왔다.
지난 5월 의원들에 의해 새로 선출된 하산 셰이크 모하무드 대통령은 전임 대통령이 3년 동안 정치적 내홍으로 얄샤바브와 제대로 싸우지 않았다면서 공세적으로 나설 것임을 약속한 바 있다. 그는 다만 적절한 때에 알샤바브와 협상을 할 것이라고 시사하기도 했다.
소말리아는 알샤바브의 준동 외에 인구의 절반에 해당하는 710만 명이 굶주리고 있다. 유엔에 따르면 20만 명은 아사 직전 상태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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