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란표' 공화하원의원 10명 중 2명 탈락·4명 은퇴…트럼프 영향력 확인
(워싱턴=연합뉴스) 이상헌 특파원 = 1·6 의사당 난입사태 선동 혐의로 탄핵 심판대에 섰던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에게 탄핵 찬성표를 던졌던 현직 공화당 연방 하원의원이 당내 경선에서 트럼프가 지지하는 후보에게 패배했다.
미시간주 제3선거구에서 재선을 노렸던 피터 마이어 공화당 하원의원은 2일(현지시간) 치러진 당내 예비선거(프라이머리)에서 존 깁스 후보에게 패했다.
초선인 마이어 의원은 지난해 미국 사회를 떠들썩하게 했던 초유의 의사당 난입 폭동의 책임을 물어 하원에서 발의된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 심판 때 찬성표를 던진 공화당 의원 10명 중 한 명이다.
트럼프 탄핵소추안은 하원에서는 가결됐지만, 상원에서는 공화당의 철벽 방어로 부결돼 트럼프는 탄핵 수모를 모면할 수 있었다.
이에 앙심을 품은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자신에게 탄핵 찬성표를 던진 10명의 공화당 의원을 차기 선거에서 떨어뜨리겠다고 복수의 칼을 갈아왔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마이어 의원의 대항마로 나선 깁스 후보에 대해 지난해 일찌감치 지지를 선언했다.
흑인인 깁스는 트럼프가 현직 대통령일 때 주택도시개발부 차관보 대행을 지냈고, 연방인사관리처장에 지명되기도 했지만 상원에서 인준 문턱을 넘지 못한 바 있다.
일단 깁스의 경선 승리는 트럼프의 승리로 해석된다.
앞서 지난 6월 치러진 사우스캐롤라이나 공화당 예비선거에서도 탄핵 찬성표를 던졌던 5선의 톰 라이스 의원이 트럼프 지지를 등에 업은 러셀 프라이 전 주 하원의원에게 패한 바 있다. 10명의 탄핵 가담 의원 중 지금까지 2명이 탈락한 셈이다.
하지만 공화당이 깁스 후보의 승리를 마냥 기뻐하기만 할 사안은 아니라는 지적이다.
민주당이 11월 중간선거 본선에 깁스 후보가 나오길 내심 바라고 있었기 때문이다.
민주당 하원선거위원회(DCCC)는 깁스 후보의 본선 출전이 민주당 후보 당선 가능성을 더 높일 수 있다는 전략적 판단에 따라 상대 당 경선에 수십만 달러의 광고비를 썼다.
깁스 후보가 트럼프 지지를 받는다는 사실을 부각해 그가 후보가 되도록 밀어준 것이다.
DCCC는 다른 공화당 경선에서도 이런 전략을 쓰고 있다.
미 언론은 지금까지 민주당이 공화당 경선에 영향을 미치려 수천만 달러를 쓴 것으로 보고 있다.
마이어는 이런 민주당의 전략이 도덕적 경계를 벗어났다고 맹비난해왔다.
트럼프가 탄핵 찬성표를 던진 공화당 하원의원 10명의 낙선을 공언한 가운데 애덤 킨징어(뉴욕), 존 캣코(뉴욕), 프레드 업턴(미시간), 앤서니 곤살레스(오하이오) 등 4명은 아예 은퇴를 선언하고 경선 출마를 포기했다.
워싱턴주가 지역구인 댄 뉴하우스, 제이미 헤레라 버틀러 의원은 전날 경선을 치르고 결과 발표를 앞둔 상황이다.
데이비드 발라데이오(캘리포니아) 의원은 경선을 통과했고, 공화당 내 '반(反)트럼프 선봉'으로 최대 관심을 끄는 리즈 체니 의원은 16일 경선을 앞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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